2026년 3월 25일, OpenAI가 X에 짧은 글을 올렸다. "소라여, 안녕." 그게 전부였다. 첨단 AI영상 생성 서비스 소라(Sora)의 화려했던 등장만큼이나 충격적인 퇴장 아니 소멸이었다.
소라와 디즈니의 관계는 이번 사태에서 가장 극적인 대목이다. 2025년 12월 디즈니는 미키 마우스, 요다, 아이언맨 등 200개 이상의 캐릭터를 소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Open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3년 계약을 체결했다. 소라 종료 발표 직전까지 수개월을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 크리에이터들은 하루아침에 핵심 창작 도구를 잃었다.
기술 언론은 '충격'이라고 평했지만 사실은 예고된 결말에 가까웠다. 수익 구조가 불안정한 AI소비자 제품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었다.

소라의 실패는 숫자로 쉽게 읽을 수 있다. 추산에 따르면 소라의 하루 추론 비용은 약 1,500만 달러, 반면 앱의 생애 전체 누적 수익은 210만 달러(모바일 데이터 기업 Appfigures 집계 기준)에 불과했다. 벌어들인 돈의 수백 배를 태우는, 도저히 간극을 메울 수 없는 구조였다.
다운로드 수치도 허상이었다. 출시 직후 iOS 앱스토어 1위를 찍었지만, 2025년 11월 정점(333만 건)을 찍은 뒤 3개월 만에 66% 급감했다. 2026년 초, 구글 Veo, Runway, Kling 등 서방과 중국 기업들이 특정 용도에서 소라를 따라잡거나 추월했다. 소라는 자신이 개척한 카테고리에서 지배적 위치를 잃으면서 서비스 종료 이전에 이미 스스로 죽어가고 있었다.
여기에 IPO 압박이 더해졌다. OpenAI는 최근 110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하며 기업 가치를 7,30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기업공개를 앞둔 투자자들은 예측 가능한 매출과 명확한 사업 모델을 원했다. 소라는 기술 실패가 아니라 아예 사업으로 성립되지 않았다.

소라의 구조적 문제는 사실상 AI 소비자 제품 시장 전반의 고민이다. 규모를 키울수록 손실도 커지는 구조, 인상적인 데모 뒤에 찾아오는 급격한 이탈, 저작권, 딥 페이크, 허위정보 같은 해결되지 않은 법적 지뢰밭. OpenAI조차 감당하지 못했다면, 다음 타자가 어떻게 버틸 것인지 짚어 볼 지점이다.
소라가 빠져나간 자리를 가장 빠르게 채우는 것은 중국 기업들이다. 콰이쇼우의 클링(Kling)과 바이트댄스의 시댄스(Seedance)는 2026년 초 기술 지표에서 소라와 구글 Veo를 추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격에서는 이미 압도적이다. 영상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다른 AI 영역에 비해 유독 두드러진다. 한국 시장도 이미 이들에게 깊숙이 열려 있다.
소라는 실패했는데 어떻게 클링은 가능한 걸까?
클링은 '싸고 좋은 서비스'를 내세운다. 매일 자동 충전되는 무료 크레딧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진지해진 크리에이터는 자연스럽게 유료로 전환시킨다. 이 전략은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다. 2025년 12월 기준 클링의 연간 반복 수익은 2억 4천만 달러로, 소라의 생애 전체 수익 210만 달러와는 차원이 다르다.
구조적 이점도 있다. 모회사 콰이쇼우의 광고, 이커머스 사업에서 나오는 연 101억 달러의 수익이 클링의 무료 티어를 뒷받침한다. 명확히 보자면 클링은 독립적인 AI 스타트 업이 아니라, 거대 플랫폼의 사용자 확보 전략이다.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클링에 올리는 프롬프트, 참조 이미지, 창작물은 단순히 영상 생성 서비스에 제공되는 데이터가 아닐 수 있다.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클링의 데이터는 결국 콰이쇼우의 광고 생태계로 흘러 들어가는 원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저렴하고 강력한 도구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건 콘텐츠 창작자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다. 그러나 국산 플랫폼 생태계에는 독이 된다. 한국은 AI 반도체와 AI 서비스 소비에서 세계적 위치를 차지하지만, 영상·이미지 생성 AI 분야에서 세계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독자 플랫폼이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클링과 시댄스가 이 시장을 장악할수록, 한국 기업들이 독자 서비스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은 좁아진다. 거기에 딥 페이크, 허위정보 생산 비용도 함께 낮아지는데, 중국 플랫폼의 콘텐츠 필터링 기준이 한국 기준과 다를 경우 사실상 국내 법 집행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도 짚어봐야 한다.
화려하게 등장해 순간 소멸한 소라가 남긴 날카로운 교훈. "단 하나의 AI 플랫폼에 창작 워크플로우 전체를 의존하지 말라." 여전히 확실한 사업 모델을 증명하지 못한 실험적 서비스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이미 AI로 무엇이 가능한가 보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가능한가를 따져봐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화려한 데모 뒤에 숨겨진 거품을 직시하는 능력, 저렴한 중국 서비스 이면의 데이터 리스크를 인식하는 냉정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국산 생태계 육성을 위해 어떤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잊지 말아야 한다.
AI 소비자 제품이 많아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소비자는 더 현명 해져야 한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