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지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준비해온 '우회 수송망'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동부 유전 지대에서 홍해 연안 얀부항까지 연결된 동서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원유 공급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3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동서 파이프라인은 현재 하루 약 700만 배럴 수준으로 풀가동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500만 배럴은 얀부항을 통해 해외로 수출되며, 나머지는 사우디 국내 정유시설로 공급된다.
기존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물량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사실상 대체 공급 경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우디가 이 같은 대응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장기간에 걸친 대비가 있었다. 동서 파이프라인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해상 수송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구축된 인프라로, 아라비아 반도를 가로지르는 1000km 이상의 육상 수송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전략 자산'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가동된 것이다.
다만 이 우회 루트만으로 글로벌 공급 공백을 완전히 메우기는 어렵다. 전쟁 발발 이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원유는 하루 약 1500만 배럴에 달했다. 동서 파이프라인 풀가동에도 불구하고 공급 감소분을 모두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 라인의 가동 확대는 시장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공급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에는 이 같은 우회 수송 능력이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새로운 리스크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조직인 후티 반군이 홍해 일대를 새로운 전장으로 삼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얀부항과 인근 해역의 안전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또 다른 전략 요충지로, 이 구간이 위협받을 경우 우회 루트 역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
결국 현재의 에너지 공급망은 호르무즈 리스크를 일부 분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홍해 리스크라는 새로운 불확실성을 떠안게 된 셈이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