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성훈 경제부장이 23일 AI 시대 한국 일자리 미래를 분석했다.
- 한국은 제조·의료·교육·물류·공공에 AI를 붙이는 산업에서 승산이 크다.
- 살아남는 인재는 산업 이해하고 AI 적용·검증하는 문제 해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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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사람은 개발자보다 '산업을 이해하고 AI를 붙일 줄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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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① AI는 일자리를 없애는가…진짜 전장은 '새로 생기는 시장'
② 한국 AI 일자리의 미래…어떤 산업이 뜨고, 누가 살아남나
[세종=뉴스핌] 정성훈 경제부장 = 인공지능(AI) 시대 한국의 질문은 이제 한 단계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AI가 일자리를 없애는지 아닌지를 묻는 수준을 넘어, 한국에서 실제로 어떤 산업이 커지고 어떤 직무가 살아남을 것인지를 따져야 할 시점이다.
1편에서 짚었듯 AI의 본질은 감원 기술보다 시장 확장 기술에 가깝다. 그렇다면 2편의 핵심 질문은 분명하다. 새로 열리는 시장 가운데 한국이 가장 먼저 붙잡아야 할 영역은 어디이고, 그 안에서 누가 기회를 가져갈 것인가.
국제기구들이 내놓은 방향은 비교적 선명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2030년 사이 AI와 빅데이터, 네트워크·사이버보안, 기술 이해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역량이 될 것으로 봤고, 빠르게 늘어나는 직무로 빅데이터 전문가, AI·머신러닝 전문가, 소프트웨어·응용프로그램 개발자, 보안관리 전문가, 데이터 웨어하우징 전문가 등을 제시했다. 동시에 인간 쪽 역량인 창의적 사고, 회복탄력성, 유연성, 민첩성, 평생학습 역량도 함께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AI 시대의 승자는 기술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과 산업 현장을 동시에 이해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시각도 비슷하다. 2025년 업데이트는 생성형 AI의 영향이 직업의 전면 소멸보다 직무의 재구성에 더 가깝다고 봤고, 특히 사무·행정 직군의 노출도가 높은 반면 전문·기술 직무에서도 AI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위험한 쪽은 단순 반복 업무에 머무는 직무이고, 유리한 쪽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거나 결과물을 검증하고 통합하는 직무다.

◆ 한국의 첫 번째 승부처는 'AI를 만드는 산업'보다 'AI를 붙이는 산업'
한국이 자주 빠지는 착각이 있다. AI 경쟁력을 반도체나 대규모언어모델(LLM) 경쟁력으로만 좁게 보는 것이다. 물론 반도체와 연산 인프라는 중요하다. 하지만 고용과 부가가치의 폭으로 보면 더 큰 시장은 그 위에 올라가는 응용 산업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 지점에서 승산이 있다. 제조업 기반이 두텁고, 병원·교육·금융·물류 체계가 촘촘하며,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즉 한국의 비교우위는 '기초모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드는 나라'라기보다, 기존 강한 산업에 AI를 깊숙이 붙여 현장을 바꾸는 나라에 더 가깝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영역은 제조업이다. 한국 제조업은 공정 데이터, 설비 운영, 품질 검사, 예지보전, 수요예측, 공급망 관리 등 AI가 침투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 AI가 붙으면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생산을 하고 불량률을 낮추며 납기 예측을 정밀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정밀기계처럼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 구조가 치밀한 산업일수록 AI 도입의 효과가 크다. 결국 한국의 제조 AI는 '공장을 무인화하느냐'보다 사람과 설비의 조합을 얼마나 정교하게 최적화하느냐가 본질이다.
두 번째는 의료와 디지털 헬스다. 한국은 대형병원 중심의 진료 체계, 빠른 정보기술 수용성, 높은 의료 데이터 축적 가능성을 갖고 있다. AI는 기록 정리, 판독 보조, 환자 모니터링, 병원 운영 최적화,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여기에 고령화가 빨라질수록 만성질환 관리와 돌봄 연계 서비스 수요도 커진다. 결국 한국에서 디지털 헬스는 단순한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고령화 사회의 의료·돌봄 비용을 낮추는 산업이 될 수 있다. OECD는 2025년 고용전망에서 인구 고령화가 노동시장과 생산성, 사회통합에 광범위한 도전을 제기한다고 봤는데, 한국처럼 고령화 속도가 빠른 나라에서는 AI가 노동력 부족 보완과 서비스 효율화에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세 번째는 교육기술이다. 한국은 교육열이 높고 사교육 시장이 크며 디지털 학습 적응도도 높다. AI는 학생별 수준 진단, 맞춤 문제 추천, 취약 영역 보완, 학습 습관 분석, 교사의 행정 부담 경감에 활용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교사를 대체하느냐가 아니라, 교사 1명이 더 많은 학생에게 더 정교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느냐다. 이 시장이 커지면 필요한 직무도 달라진다. 콘텐츠 제작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 설계자, 학습 데이터 분석가, 교사 지원 솔루션 운영자, 학습 품질 검증자 같은 새로운 역할이 생긴다.
네 번째는 물류와 유통이다. 한국은 전자상거래 비중이 높고 배송 속도 경쟁이 치열하다. AI는 재고관리, 경로 최적화, 수요예측, 고객 응대, 가격전략, 반품 관리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특히 한국처럼 좁은 국토와 높은 도시 밀집도를 가진 시장에서는 라스트마일 최적화, 자동 분류, 동적 배차, 수요 변동 예측에서 AI가 가져오는 체감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 분야에서는 전통적인 물류 관리자보다 데이터를 읽고 운영 결정을 내릴 줄 아는 현장형 관리자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섯 번째는 공공행정과 공공서비스다. 민원 응대, 문서 검토, 정보 검색, 정책자료 분류, 현장 점검 보조, 반복 보고 체계 등은 AI가 가장 먼저 깊숙이 파고들 영역이다. 한국은 행정 밀도가 높고 보고 체계가 촘촘한 만큼, AI를 잘 쓰면 공무원과 공공기관 인력이 더 본질적인 판단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반대로 잘못 쓰면 행정의 기계적 자동화와 책임 회피만 늘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공공부문 AI는 도입 자체보다 어떤 업무를 줄이고 어떤 판단은 끝까지 사람이 쥘 것인지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 누가 살아남나…'직무 보유자'보다 '문제 해결자'
AI 시대에 가장 위험한 사람은 직급이 낮은 사람이 아니라, 업무가 쉽게 쪼개지고 문서화되며 규칙화되는 사람이다. 반대로 가장 유리한 사람은 개발자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산업의 맥락을 이해하고 AI를 붙여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점에서 앞으로 강해질 인재는 크게 다섯 부류다.
첫째, 도메인 전문가형 인재다. 제조, 의료, 교육, 금융, 물류, 행정 등 각 산업의 흐름을 잘 아는 사람이다. AI 도구는 계속 보급되겠지만, 현장에서 무엇이 병목인지 알고 어떤 업무부터 바꿔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둘째, AI 적용형 인재다. 직접 모델을 만들지 않더라도 AI 도구를 조합하고 업무 흐름에 녹여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이다. AI 프로젝트매니저(PM), 전환 설계자, 워크플로 운영자가 여기에 속한다.
셋째, 검증·통제형 인재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오류·편향·법적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다. 품질관리, 규제 준수, 저작권 검토, 보안, AI 감사 분야 수요가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넷째, 관계·협상형 인재다. 영업, 협상, 리더십, 조직 조정, 고객 설득, 고급 컨설팅, 돌봄처럼 사람 간 신뢰와 관계가 핵심인 영역이다. WEF도 기술 역량 못지않게 창의적 사고와 회복탄력성, 유연성, 평생학습 역량을 중요한 미래 스킬로 봤다.
다섯째, 콘텐츠·기획형 인재다. AI가 초안을 만들 수는 있어도 무엇을 왜 만들지 정하고, 맥락을 부여하고, 메시지를 설계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오히려 AI 때문에 콘텐츠 생산비가 낮아질수록 차별화된 기획력과 편집력, 관점 설계 능력의 가치가 더 올라갈 수 있다.
결국 살아남는 사람은 '내가 하던 일을 그대로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내 일을 AI 시대 방식으로 다시 조립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직무가 아니라 문제 해결 방식이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 반대로 위험한 직무는 어디인가
위험한 직무도 비교적 뚜렷하다. 데이터 입력, 정형 보고서 작성, 기초 번역, 단순 민원 응대, 정형 심사 보조, 반복적 회계·정산, 기본 문서 정리처럼 규칙 기반으로 쉽게 쪼갤 수 있는 업무는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WEF가 빠르게 감소할 직무로 우편서비스 사무원, 은행 창구 사무원, 데이터 입력 사무원, 계산원, 비서·행정 보조, 회계·급여 처리 사무원 등을 꼽은 것도 같은 흐름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직업명이 사라지느냐'가 아니다. 예를 들어 행정직이 모두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초 입력과 반복 보고는 줄고 조정·기획·판단 기능 비중은 커질 수 있다. 회계 인력도 단순 전표 처리보다 해석·통제·리스크 검토 능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같은 직함 안에서도 저부가가치 영역은 줄고 고부가가치 영역은 남는 방식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 한국의 진짜 위험은 기술 격차보다 '확산 격차'
한국이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기술 격차보다 확산 격차다. 대기업은 인재와 자본, 데이터, 컴퓨팅 접근성이 있어 AI 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반면 중소기업, 지방 기업, 소규모 병원·학원·사무소·공공조직은 AI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비용과 인재, 시행착오 부담 때문에 진입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AI는 경제 전체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잘하는 곳만 더 잘하게 만드는 양극화 기술이 될 수 있다.
WEF는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전환 장애물로 스킬 격차를 지목했고, 전체 일자리에서 요구되는 스킬의 약 39%가 2030년까지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이 말은 결국 기술 도입보다 인력 전환이 더 큰 병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더 민감하다. 이미 대기업-중소기업 생산성 격차가 크고, 수도권-비수도권, 본사-현장, 정규직-비정규직 간 정보와 훈련 접근성 차이도 존재한다. AI가 이 격차 위에 얹히면 생산성 차이가 소득 격차와 고용 안정성 격차로 직결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형 AI 전략의 핵심은 세계 최고 모델을 하나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중간층 기업과 노동자까지 AI의 생산성 이익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
◆ 정부와 기업이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할 것
첫째, 정부는 AI 인프라를 산업 기반시설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컴퓨팅, 데이터, 전력, 보안은 AI 산업의 도로와 전기 같은 존재다. 이 부분이 막히면 응용 산업도 자라지 못한다. WEF도 AI, 빅데이터, 사이버보안이 빠르게 성장할 핵심 역량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정부와 산업계는 중소기업 AI 전환 툴킷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제조, 물류, 병원, 학원, 회계, 법무, 언론, 공공기관 등 업종별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표준 모델과 교육 패키지가 필요하다. AI를 잘 아는 사람 몇 명을 키우는 것보다, 현장에 쓸 수 있는 적용 모델을 넓게 확산시키는 편이 경제 전체 생산성에는 더 중요할 수 있다.
셋째, 교육 체계는 코딩 교육 중심에서 문제정의·데이터 해석·검증·협업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 WEF가 미래 핵심 역량으로 창의적 사고와 회복탄력성, 유연성, 평생학습 능력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넷째, 노동정책은 전직·재교육·안전망을 산업정책과 함께 묶어야 한다. ILO는 생성형 AI의 효과가 전적으로 기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사회적 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전환 바우처, 직무 재설계 지원, 기업형 재교육, 고용보험 사각지대 보완이 함께 가야 한다.

◆ 한국의 AI 경쟁력은 '반도체'보다 '현장 침투력'에 달렸다
한국의 AI 미래를 결정할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한국에 AI 반도체 기업이 몇 개 있느냐, 자체 모델이 몇 개 있느냐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제조 공장, 병원, 교실, 물류센터, 금융 현장, 공공기관에 AI가 얼마나 깊게 침투해 실제 생산성과 서비스 질을 바꿔내느냐다.
결국 한국에서 뜨는 산업은 AI를 직접 파는 산업만이 아니라, AI를 붙여 기존 산업의 단가와 속도, 품질을 바꾸는 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살아남는 사람은 개발자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보다, 산업을 이해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AI를 붙여 현장을 바꿀 줄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더 크다.
AI 시대의 본질은 기술 경쟁이 아니다. 확산 경쟁이고, 적용 경쟁이며, 산업 재설계 경쟁이다. 한국이 이 흐름을 잡는다면 AI는 일자리를 빼앗는 기술이 아니라, 줄어드는 노동력을 보완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새로운 시장을 여는 성장 기술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이 확산을 놓치면 AI는 대기업과 선도기업의 생산성만 키우고 중간층을 비우는 양극화 기술로 남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찬양도, 기술 공포도 아니다. 어디에 먼저 붙이고, 누구부터 전환시키며, 이익을 어떻게 넓게 퍼뜨릴 것인지에 대한 산업 전략이다.
■ 한 줄 요약
"AI 시대 한국의 승부처는 반도체보다 현장 침투력이다"
js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