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중국 플랫폼이 1월 하루 470편 AI 단막극을 출시했다.
- Kling 등 중국 AI가 글로벌 영상 생성 1위를 차지했다.
- 한국은 콘텐츠 강국이나 AI 도구 부재로 주권 위협받는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우리는 하루에 몇 개의 드라마를 접할까? 스마트폰을 스크롤하다 누구나 한 두번 마주치는 숏폼이 있다. 누더기 차림의 여성이 자신을 조롱했던 이들 앞에 예상치 못한 신분이 되어 나타나고, 재벌가의 숨겨진 딸이 복수를 하는가 하면, 계모에게 구박받던 아들의 성공 이야기다. 회당 1~2분, 숨 돌릴 틈 없이 넘어가는 이 짧은 드라마가 알고리즘을 타고 조회수를 휩쓴다. 중국발 AI '숏 드라마'다.
2026년 1월, 중국 플랫폼에서는 하루 평균 470편의 AI 단막극이 새로 출시됐다. 2월 기준 유통 중인 AI 단막극은 이미 12만 7,800편이다. 배우도, 카메라도, 촬영장도 필요 없다. 대본을 입력하면 AI가 영상·음악·편집까지 처리한다. 한 제작사는 전쟁 장면이 포함된 단막극을 약 60만 원의 AI 컴퓨팅 비용만으로 이틀 만에 완성해 5억 뷰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오픈AI가 AI 영상 생성 서비스 소라(Sora) 앱을 종료했다. 2024년 초 공개 당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소라가 2년 만에 퇴장한 데는 저작권 소송 리스크와 비용 부담이 큰 몫 했다.
그 자리를 중국의 Kling이 채웠다. Kuaishou가 만든 이 AI 영상 모델은 2026년 현재 글로벌 AI 영상 생성 벤치마크 1위에 올라 있다. 독립 평가 기관 Artificial Analysis의 ELO 점수에서 Kling 3.0은 Google Veo 3.1과 미국의 Runway Gen-4.5를 제쳤다. Kling, Hailuo, Wan, Seedance 등 중국 AI 기업들이 현재 글로벌 AI 영상 생성 사용량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기술의 패권이 바뀌고 있다. 그것도 우리가 잘 알고 잘 하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이다.
한국은 콘텐츠를 잘 만드는 나라다.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역사를 새로 썼고, K팝은 빌보드를 점령했다. 웹툰은 전 세계 플랫폼에서 IP로 소비된다.
하지만 이 콘텐츠들을 만드는 도구는 하나 같이 외국산이다. 영상 편집은 어도비(미국), AI 영상 생성은 Runway(미국)나 Kling(중국), 음악 생성은 Suno(미국). 글로벌 AI 영상 생성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없다.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콘텐츠를 만들지만, 그 콘텐츠를 만드는 도구는 남의 것이다. 지금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의 본질이다.
중국은 우리와 반대로 움직였다. 콘텐츠와 도구를 동시에 만들었다. 더 정확히는 엔터테인먼트를 AI 도구의 실험장으로 삼았다. 하루 470편씩 쏟아지는 AI 단막극 시장이 Seedance의 훈련 데이터이자 성능 시험대였다. 수억 명의 사용자가 도구를 쓰면서 피드백을 줬고, 그 피드백이 다시 모델을 고도화 시켰다. 소비자와 테스터가 같았던 셈이다.

중국이 도구 강국이 된 다섯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도구를 플랫폼 안에 심었다. ByteDance의 Seedance 2.0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이미 사용하는 영상 편집 앱 CapCut에 직접 통합됐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 태국, 베트남 사용자들이 별도 설치 없이 즉시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새 도구를 만들어 배포'한 것이 아니라, '이미 쓰는 앱 안에 도구를 심었다'. 전형적인 중국식 AI 확산 전략이다.
둘째, 내수 시장의 규모가 달랐다. 중국의 단막극 시장은 2025년 기준 시장 규모 1,000억 위안(약 21조 원)에 달한다. 하루에만 수백 편의 AI 영상이 소비되는 이 시장은 AI 도구 개발사에게 세계 최대 규모의 실제 사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실험실이 아니라 시장에서 모델이 단련된 것이다.
셋째, 가격으로 서구를 압도했다. Hailuo AI의 API 기준 영상 생성 단가는 편당 $0.28다. 이 가격이면 제작 비용을 서구 대비 절반으로 낮춘다.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 가격이 시장을 가른다. 중국은 이 공식을 정확히 알고 있다.
넷째, 역설적으로 제약이 혁신을 낳았다. 미국의 GPU 수출 제한은 중국 기업들이 더 많은 컴퓨팅을 투입하는 방식 대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게 했다. 컴퓨팅 비용이 전 세계적으로 상승하는 시대에, 이 효율성 우선 사고방식이 오히려 지배적 전략이 될 수 있다. 막힌 것이 오히려 길을 만든 셈이다.
다섯째, 국가 전략의 일관성이다. 중국은 2017년 국무원의 'AI 차세대 개발 계획'으로 AI를 국가 전략 우선순위로 선언했다. 9년간 흔들리지 않은 방향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6 콘텐츠 산업 전망'에서 AI 활용이 이미 티핑 포인트를 지났다고 진단했다. 대기업과 중소 콘텐츠 기업 간 AI 활용률은 이미 1.8~2배 차이가 난다. AI를 쓰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격차는 누구의 도구를 쓰느냐 와도 직결된다.
더 큰 문제는 구조적 미래다. 게임 산업의 선례가 있다. 2000년대 초 한국 게임은 중국 PC 게임 시장의 약 70%를 장악했다. 그로부터 20년 후,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년 게임 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게임 시장 점유율 24.2%로 미국(20.9%)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한국은 7.2%로 최저치다. 콘텐츠를 잘 만들었지만, 콘텐츠를 유통하고 만드는 플랫폼과 도구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엔터테인먼트에서도 같은 패턴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 자체 AI 영상 도구가 없다는 것은 정말 치명적인가?
핀란드는 노키아 이후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슈퍼셀과 로비오를 앞세워 세계 게임 시장을 흔들었다. 모든 나라가 도구를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 도구를 가장 잘 쓰는 나라가 충분히 강국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웹툰, 웹 소설, K드라마의 서사 구조와 IP는 AI가 아직 복제하지 못한 영역이다. 이 자산의 수명은 아직 길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붙는다.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Kling이나 Seedance로 콘텐츠를 만들 때, 그 창작 패턴과 시도와 실패의 데이터는 중국 서버에 쌓인다. 그리고 이 데이터가 다음 모델을 더 강하게 만드는 연료가 된다. 쓸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다.
2026년 다보스에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공통으로 던진 질문이 있다. "우리가 의존하는 플랫폼이 압박을 받을 때, 우리는 그 시스템을 여전히 통제할 수 있는가." 엔터테인먼트 AI 도구에도 같은 논리는 언제든 적용될 수 있다.
저작권 리스크도 현실이다. 중국산 AI 모델들은 광범위한 인터넷 데이터로 학습된 법적 회색지대에 있다. Seedance 2.0은 출시 직후 디즈니와 파라마운트로부터 중단 요청을 받았다. 중국 기업이 받은 경고지만, 그 도구로 만든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 건 한국 기업이다. 소송 리스크는 도구를 만든 쪽이 아니라 도구를 쓴 쪽에 떨어진다.
결국 이 질문의 답은 선택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방치하면 게임 산업의 역전이 엔터테인먼트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도구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데이터 종속과 지정학 리스크와 저작권 부채가 동시에 쌓인다.
그러나 한국 콘텐츠에 특화된 도구 개발과 IP 전략을 병행한다면, 도구 강국은 못 되더라도 콘텐츠 주권은 지킬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치명적인 것은 도구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안을 묻지 않는 것, 그것이 치명적이다. 소라의 퇴장과 Kling의 부상이 일어나는 동안, 한국의 논의는 여전히 넷플릭스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그 사이 도구를 만드는 나라와 도구를 쓰는 나라 사이의 거리는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