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재불 아티스트 윤희는 14일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 'Improvisation(즉흥)'을 개막했다.
- 그는 금속 조각과 회화에서 통제와 우연, 기다림과 몰입을 거쳐 비로소 '즉흥'이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 피레네 산맥 외딴 작업실에서 자연과 고독 속에 축적한 감각으로 예측불가능한 에너지의 조형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즉흥' 타이틀로 신체와 감각, 물질과의 상호작용 꾀한 조각과 회화 선보여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오랜 시간 생각과 호흡을 가다듬으며 집중해야 비로소 '즉흥'이란 작품이 탄생합니다. 제 작품의 타이틀이 '즉흥'이고, 전시타이틀도 '즉흥'이지만 갑작스럽게 나오는 작품이 아니에요. '몰입'과 '성찰'이 꼭 필요합니다."

서울 서촌의 리안갤러리 서울(대표 이홍원)에서 14일 개인전을 개막한 재불 아티스트 윤희(Yoon-Hee) 작가는 '즉흥'이란 작품이 나오기 위해선 끝없이 비우고 비우면서 몰입해야 함을 강조했다.
리안갤러리 서울은 오는 6월 30일까지 윤희 작가의 개인전 'Improvisation(즉흥)'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수십 년째 탐구해온 직관적이고도 즉흥적 작업방식과 물질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을 한데 모았다. 작가는 이를 통해 신체와 감각, 물질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직조된 강렬하고도 자유로운 조형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윤희의 작업에서 'Improvisation'은 단순한 충동이나 우연적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오랜 시간 내면을 비우면서 감각을 다져가는 '축적' 위에서 이뤄지는 고도의 몰두 끝에 '즉흥'이란 작품이 비로소 나온다. 작가는 통제를 완전히 배제하기 보다, 오히려 통제와 내버려둠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견지한다. 그리곤 어떤 계시와도 같은 순간과 그 흐름에 반응하며 작업한다.
윤희의 조각과 회화, 그리고 드로잉은 모두 이같은 집중과 즉흥의 구조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조각은 조각대로, 회화는 회화대로 각기 다른 물질적 조건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이들 작업은 둥근 고리처럼 하나의 귀결점으로 연결되고 만난다. 공통점은 모두 불가해함과 미묘함을 품은 '즉흥시'라는 점이다.

리안갤러리 서울 1층에는 쇳물을 활용한 윤희 작가의 대형 조각 넉점이 설치됐다. 신작 'Improvisation'은 기존 쇳물 작업과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구조적 변화를 시도한 은빛 작품이다. 원뿔 형태의 이 작품은 금속이 녹아흐르고 응고되는 찰나의 형상을 포착하고 접합한 것이다. 작가를 닮아 연약하고 섬세한 형태인 듯하나 공간에 강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타원 형태의 'Creusé'는 쇳물을 공중으로 던져올리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탄생했다. 수십 차례의 던지기 끝에 제작돼 높은 밀도와 깊이를 품고 있다. 쇳물은 때로 흩어지고, 때로 엉겨붙으며 형상을 이루면서 굴곡진 중심부에 엄청난 찰나의 시간들이 오묘하게 함축돼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는가 하면 잡목이 우거진 숲속 같기도 하고, 진주알처럼 동글동글한 결정체도 보이는데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하모니를 들려준다.

윤희 작가는 "조각작업은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하다"고 했다. 용융된 금속의 중력, 속도, 온도, 무게와 같은 물리적 조건들이 작업의 핵심요소로 작동하는데 '예측할 수 없는 흐름을 받아들이고, 순간적으로 응고되는 결과에 직관적으로 반응한다'고 했다. 작가는 이러한 불확실성과 긴장 속에서 계획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살아있는 에너지를 우리 앞에 드러낸다.
지하 1층에는 윤희의 새로와진 회화 신작들이 내걸렸다. 대부분 작가는 붓을 사용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물감을 붓고 뿌리며 던지는 행위로 작업을 시작한다. 미국의 전후작가 잭슨 폴락이 흩뿌리기 쏟아붓기 같은 액션페인팅 기법으로 작업했다면 윤희는 '던지기'와 '뿌리기'를 무심한 듯 시도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작업을 이어간다. 여기서 우연성과 불확실성이야말로 그의 작업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작가는 계산된 구성 보다 즉흥적, 통찰적 감각에 의존해 화면 위에 드러나는 형상을 따라간다. 그의 호흡과 제스처는 끊기지않는 흐름이 돼 화면 위에 기기묘묘한 흔적을 구현한다. 우연과 필연 사이를 오가는 순간 속에서, 작가는 "때로는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혹은 그림이 나를 이끌고 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는 감각과 행위가 화면과 하나가 되는 몰입의 상태를 보여준다.

윤희의 조각과 평면회화는 다른 장르에, 물질적 조건이 확연히 다르지만 동일한 질문을 반복하고 확장한다. 조각적 경험은 평면 위에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회화와 드로잉에서 발견된 감각과 구조는 다시 조각작업의 변화를 이끈다. 각 매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가의 독특한 작업구조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킨다.
윤희는 1980년대에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1990년대부터는 프랑스 남부 내륙의 피레네산맥 줄기에서 작업한다. 작가의 작업실과 집이 나란히 위치한 페릴로스라는 지역은 피레네산맥 중턱의 매우 한적한 지역이다. 그의 스튜디오 주변은 몇 km를 더가도 주택 하나 찾을 수 없는 외진 곳이다. 인적 없는 이 외딴 곳에서 작가는 오로지 대자연과 마주하며, 드로잉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조각을 빚는 일에만 집중한다.

작가 작업의 포인트인 '즉흥'은 '충동'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리고자 하는 순간이 폭발해야 속도감있게 작업을 이어갈 수 있어 윤희의 그림은 '기다림의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또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의 욕심까지 비워야 비로소 감각의 끝에 다다른다. 결국 '집중'을 거쳐 '몰입'의 상태에 도달해야만 윤희의 시그니처 작업인 '즉흥'의 그림이 탄생한다.
프랑스 남쪽 끝 피레네 지역에서 작업한지도 30년이 훌쩍 넘었다. 작가는 "스페인과 국경을 이루는 프랑스 남단 피레네산맥 중턱 마을이라 자연이 너무나 환상적이지요. 특히 산 한가운데 위치한 작업실 주위 360도로 석양빛이 붉게 물들 때는 아름답다 못해 전율까지 느껴집니다. 살기 불편하고, 외로운 곳이지만 떠나지 못하는 이유죠. 고독해서일까요? 그래서 작업에 더 몰입하게 됩니다.".
이번 전시 'Improvisation'은 물질과 행위, 통제와 우연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통해 윤희 작업의 오늘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호흡과 움직임, 집중과 감각이 만들어낸 흐름은 화면과 형상 위에 숭고하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를 남기고 있다.

◆윤희(Yoon-Hee, b1950) 작가는?= 서울과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국제적으로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금속을 비롯한 다양한 물질을 매개로, 신체의 행위와 물질의 반응이 맞물리는 지점을 탐구해왔다. 작가는 특정한 형상을 사전에 설정하기보다, 물질이 지닌 무게와 저항, 온도와 밀도에 반응하며 작업을 펼친다. 그에따라 윤희의 조각은 견고한 구조물이라기 보다, 중력과 흐름, 응집과 확산의 순간들이 응축된 비정형의 형상이다. 이러한 조형적 태도는 드로잉과 회화에서도 이어진다. 예측불가능성은 윤희 작업의 고유한 요소이자 매력적인 결과물로 귀결된다.
윤희 작가의 작품은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기금(FNAC),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리안갤러리 서울에서의 윤희 개인전은 오는 6월 30일까지 계속된다. 무료관람.
art29@newspim.com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