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KIEP가 15일 중국·일본·인도·한국의 원유 조달·가격 대응 전략을 비교 분석했다.
- 중국·인도는 제재 감수하고 러·이란산 저가 원유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 한국·일본은 우방국 비중동산으로 다변화했지만 조달비용↑로 정유·석화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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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동 의존도 69.1%→64.8%↓…조달 비용 부담 확대
KIEP "韓, 상대적 비싼 원유 구조…원가 부담 커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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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자, 주요 아시아 원유 수입국들의 대응 전략이 네 갈래로 뚜렷이 갈라지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서방 제재 대상국의 저가 원유 활용을 늘려 가격 경쟁력을 지키는 반면, 한국과 일본은 우방국 중심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안전 우선 전략을 택하고 있다.
문제는 원유 조달 비용이다. 한국과 일본은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데는 성공하고 있지만, 러시아·이란산 저가 원유에 적극 의존하는 중국·인도와 달리 상대적으로 비싼 비중동산 원유를 더 많이 들여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쟁 장기화 시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원가 부담과 수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 러·이란산 늘린 中·印…韓·日은 '안전한 원유' 찾아 다변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15일 발표한 '중동산 원유 의존국의 위기 대응 전략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일본·인도·한국의 공급·가격 대응을 비교 분석하며 이 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이란산 원유 활용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일일 237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고, 브라질산 수입도 일일 118만배럴로 15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로부터의 수입은 일일 252만배럴로 21.9% 늘었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란산 원유의 우회 수입 물량으로 추정된다.
인도 역시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를 빠르게 높였다. 2025년 4월~2026년 2월 기준 러시아는 인도 원유 수입의 31%를 차지하는 최대 공급국으로 올라섰다. 또 인도는 올해 4월 기준 중단 7년 만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하고 베네수엘라산 원유 거래도 다시 활성화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대러·대이란 제재 리스크를 피해 미국·호주·카자흐스탄·에콰도르 등으로 수입선을 넓히고 있다. 한국의 경우 대중동 원유 도입 비중이 지난해 69.1%에서 올해 3월 64.8%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미국산 비중은 17.0%에서 21.8%로, 에콰도르산은 0.1%에서 2.9%로, 호주산은 2.3%에서 2.5%로 각각 상승했다.
일본도 중동 의존도가 94%에 달하는 구조 속에서 미국·중앙아시아·에콰도르에서 비중동 원유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 산하 자원개발기구 INPEX는 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일본 기업에 우선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정부는 미국산 셰일오일과 중앙아시아산 원유를 처리하기 위한 정유설비 개조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KIEP는 "중국과 인도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서방 제재 대상국으로부터 저가 원유를 확보하는 전략을 택한 반면, 한국과 일본은 외교·제재 리스크가 낮은 우방국 중심으로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유가 급등에 가격 통제 총력전…세금·보조금·현금 지원까지
각국은 공급뿐 아니라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충격을 줄이기 위해 가격·세제·보조금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중국은 정제유 가격을 정부가 사실상 통제하는 구조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국제유가 변동을 반영해 10영업일마다 휘발유·경유 가격을 조정해왔는데, 미·이란 전쟁 이후에는 기존 가격 산식으로 계산된 인상폭보다 실제 인상액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임시 조정 조치를 처음 도입했다. 올해 3월 기준 36개 도시 평균 휘발유(92호) 가격은 리터당 7.77위안, 경유(0호)는 7.38위안 수준에 머물렀다.
인도는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개입했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휘발유·경유에 부과되는 소비세를 리터당 10루피 인하하고, 국제유가 급등으로 발생하는 정유·유통 공기업의 손실을 재정과 국영기업이 흡수하는 구조를 통해 소비자 가격을 사실상 동결했다. 델리 기준 휘발유·경유 소매가는 2024년 10월 31일 이후 각각 리터당 94.77루피, 87.67루피로 전쟁 전과 동일한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한국도 올해 3월부터 주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도입했지만, 중국·인도처럼 가격을 강하게 고정하기보다는 국제유가 변동분을 2주 단위로 일부 반영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와 함께 유류세 인하폭 확대와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으로 가계·취약계층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그 결과 2월 27일을 100으로 놓고 보면 국제유가는 한때 160선을 넘겼지만,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각각 120·110대에 머물며 상대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일본은 정유사 보조금과 세율 인하, 저소득층 현금 지원을 동시에 활용하는 복합 완충장치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는 휘발유·경유·등유 가격이 리터당 170엔을 넘으면 초과분 전액을 보조하고, 정유사에는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에 리터당 39.7엔(항공유 15.8엔)의 정액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휘발유·경유 잠정세율을 폐지한 데 더해 주민세 비과세 세대를 대상으로 세대당 3만엔, 18세 이하 자녀 1인당 2만엔의 현금 지원도 시행 중이다.
◆ "한국만 구조적으로 불리"…정유·석화 경쟁력 흔들리나
KIEP는 향후 가장 큰 변수로 '원가 경쟁력 격차'를 지목했다. 중국·인도는 서방 제재 대상국으로부터 러시아·이란산 저가 원유를 적극 활용할 수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외교·제재 제약으로 같은 선택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IEP는 "우리나라는 러시아·이란 등 저가 원유 활용에 제약이 있어 원유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며 "이는 미·이란 전쟁 장기화 시 관련 산업의 원가 부담 확대와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비중동산 원유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미국·호주·중앙아시아 등 비중동 산유국을 둘러싼 대체 원유 쟁탈전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기준 원유 수입의 94%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한국과 대체 원유 도입 대상이 상당 부분 중첩돼 있어 향후 조달 비용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KIEP는 "중국·인도의 정유제품 수출 통제가 강화될 경우 국내 정유제품 공급 불안과 가격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비축 확대와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원가 부담을 덜어줄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쟁 끝나도 '탈중동' 계속…비중동 포트폴리오 구축 과제
KIEP는 사태가 일단락된 이후에도 주요 원유 수입국들의 도입선 다변화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며, 한국이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과제로 ▲비중동 포트폴리오 구축 ▲정유 설비 고도화 ▲세제 인센티브 등 원가 부담 완화 ▲비축 확대와 수입선 다변화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단기 물량 확보에 그치지 않고 비중동 산유국과의 장기 수입 계약을 확대해 '비중동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또 인프라·정제설비 투자를 통해 다양한 원유 성상에 대응할 수 있는 정유 설비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로는 일본을 지목했다. 일본은 IEA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가 비축유 방출과 민간 비축 의무 기준 완화를 병행하고, 미국산 셰일오일·중앙아시아산 원유를 기존 설비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고도화된 분해 장치와 성상 조정 설비 투자에 세제·금융 지원을 붙이고 있다.

이어 KIEP는 정유·석화 산업의 마진 축소에 대비해 나프타·LPG·콘덴세이트 등 주요 원료에 대한 수입 지원과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원가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인도의 정유제품 수출 통제 강화에 따른 공급 차질에 대비해 비축 확대와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국내 정유제품 시장의 가격 급등을 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IEP는 "당장의 물량 확보뿐 아니라 장기 수입 계약 추진과 인프라 협력 강화, 정유 제품 수출 확대 등 중동 외 산유국과의 에너지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국내 정유 제품 공급 불안과 가격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공급망 안정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한 줄 요약
중국·인도는 러시아·이란산 저가 원유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지키는 반면, 한국·일본은 제재 리스크를 피해 미국·호주·중앙아시아 등 우방국 중심으로 비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중동 위기 장기화 시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원가 격차와 수출 경쟁력 약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