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필리핀은 23일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남중국해 행동규범 체결을 추진했다.
- 한국은 국제법과 항행자유를 지지하면서도 PCA 판결의 독도 파급효과와 미·중 사이 균형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 정부는 중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원칙만 강조하며 앞으로도 남중국해 입장을 구체화하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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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국제법·자유항행 지지...'국제연대'는 안 해
독도에 미칠 영향, 미·중 경쟁 전략적 균형 감안
한미일 장관회의 결과에도 '남중국해' 표현 없어
[마닐라=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고 있는 2026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 이슈는 남중국해 분쟁이다. 의장국인 필리핀이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중국과 충돌하고 있는 당사국인 데다 올해 안에 실질적이고 구속력 있는 남중국해 행동규범(COC)을 체결해 해상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평화적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아세안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 전부터 남중국해 문제는 장외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번 회의 개막 직전인 지난 20일에는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서 필리핀 해군과 중국 해경이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미국·일본·필리핀·호주·영국 등 14개국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중재 판정' 10주년을 맞아 중국의 남중국해 해양권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음을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중국은 성명에 동참한 국가들을 강하게 비난하며 반발했다. 한국은 이 공동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기본 입장은 '국제법·항행자유 지지'
한국은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국제법에 기반한 평화적 해결'과 '항행·상공 비행의 자유 보장'을 핵심 원칙으로 유지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한국 해상 물동량의 대다수가 지나가는 원유 및 수출입 핵심 수송로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독점적 지배보다는 규칙 기반의 해상 질서가 유지되는 것이 국익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16년 PCA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미국과 필리핀은 이 판결을 두고 "중국이 완전히 준수해야 할 법적 구속력 있는 판결"이라며 적극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남중국해 분쟁을 '국제법에 기반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필리핀·미국 등 서방국의 입장과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해 미국·필리핀과 같이 행동하지는 않는다. 이 판결을 적극 지지하기 어려운 현실적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6년 이 판결이 처음 나왔을때 '판결에 유의한다(take note)'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PCA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면서 이 문제에 같은 입장을 가진 다른 나라와 함께 행동하는 대신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의 성명을 통해 독자적으로 입장을 발표해왔다.
◆PCA 판결이 독도 문제에 미칠 영향 고려
한국이 남중국해 분쟁과 PCA 판결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판결이 독도에 미칠 영향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PCA 판결에는 매우 엄격한 '섬의 기준'이 적용됐다. 외부 물자 공급 없이는 독자적인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남중국해의 섬들은 200해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대륙붕을 가질 수 있는 섬이 아니라 암초라는 것이다. 이 기준을 독도에 적용할 경우 일본이 독도는 EEZ를 가질 수 없는 암초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길 수 있다.
또 정부는 그동안 독도가 명백한 한국의 고유영토이므로 영토분쟁 지역이 아니며, 따라서 국제 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정부가 남중국해 PCA 판결에 근거한 미국·필리핀 등 서방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게 되면 향후 독도 문제를 국제재판소로 끌고 가려는 일본의 전략을 거부할 명분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이 최대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무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으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전략적 위치에 있다는 점도 남중국해 문제에 깊이 들어갈 수 없는 요인이다. 남중국해 직접 당사국이 아닌 한국이 중국과 정면 충돌하는 것은 국익에 반하기 때문에 정책적 절제가 필요하다.

22일 마닐라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남중국해 문제가 논의됐다. 그러나 한국 외교부의 결과 설명 자료에는 '중국'이나 '남중국해'를 명시하는 표현이 들어 있지 않았다. 외교부는 "세 장관은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포함해 역내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 해양의 합법적 이용 등 유엔해양법협약에 반영된 국제법 준수와 해양 안보 강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한국의 기본적 대외 입장에 대해 "항행의 자유와 국제법 준수라는 원칙적 가치를 일관되게 지지하되 중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필리핀과 중국의 대결이 격화된다고 해도 정부가 지금보다 더 구체적이고 명료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