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교육계가 30일 학생 문해력 저하와 어휘력 부족 심화를 지적했다.
- 교사와 조사 결과 진도·평가 중심 체제가 독서·수업 이해를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 교육부가 독서 연계 수업 모델을 확대하지만 입시·평가 부담 완화 없이는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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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92.7% "최근 5년 사이 문해력 떨어졌다"
수업 진도·입시 부담에 독서교육 실효성 우려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학생들의 어휘력과 독해 능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초·중학생 10명 중 3명은 교과서를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뜻을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수업과 독서를 연계한 문해력 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진도와 평가 부담을 그대로 둔 채 독서 활동만 추가해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학습자 친화적 어휘 교수·학습 지원 방안 탐색 및 콘텐츠 개발' 보고서에서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이 교과 수업 이해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조사됐다.

평가원이 지난해 11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학생 2338명을 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교과서에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오는 과목으로 사회와 국어, 과학, 수학을 꼽았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주변 사람에게 묻는다는 응답은 61.0%, 앞뒤 내용으로 뜻을 짐작한다는 응답은 47.5%였다. 반면 뜻을 모르는 채 넘어간다는 학생도 30.6%에 달했다.
교사들도 어휘력 부족이 수업 이해를 떨어뜨린다고 봤다. 초·중학교 교사 334명 가운데 98.5%가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이 수업 이해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문제는 개별 단어의 뜻을 모르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유·초·중·고·특수교사 1901명을 조사한 결과 교사의 92.7%는 최근 5년 사이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문해력 저하로 수업이나 학급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은 96.4%였다.
교사들이 가장 부족하다고 본 역량은 긴 글이나 복합적인 글을 집중해 끝까지 읽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응답률은 89.4%였다. 단어나 개념의 맥락적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응답도 79.7%에 달했다.
당국에서는 문해력 저하 원인으로는 스마트폰과 숏폼 콘텐츠 확산 등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를 꼽고 있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긴 호흡의 사고를 요구하지 않아 사고의 단편화를 부를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학업 부담도 독서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꼽은 가장 큰 독서 장애 요인은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로 30.4%를 차지했다. '책 이외의 기기나 매체를 이용해서'가 19.1%,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가 13.0%로 뒤를 이었다.
학교 현장에서도 독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5월 전국 교사 1901명을 조사한 결 교사의 52.9%는 과도한 진도 이수와 평가 중심 교육체제를 문해력 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교사 84.7%는 정규 수업에서 긴 호흡의 독서와 토론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의 한 초등교사는 "정해진 수업 시수 안에 교과 진도와 평가를 마쳐야 해 수업 중 책 한 권을 충분히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기존 수업에 독서 활동만 추가하면 교사와 학생 모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독서와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교육과정 내용을 조정하고 교사가 수업을 재구성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모든 교과에서 학생들이 글을 천천히 읽고 생각을 나눌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교과 관련 도서를 읽은 뒤 토론과 탐구 활동으로 연결하는 수업 모델을 발굴해 독서교육 플랫폼 '독서로'를 통해 공유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매년 1000개의 수업 모델을 보급하고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독서교육 집중 학년'으로 지정한다. 독서가 별도 행사나 부가 활동에 그칠 경우 효과가 제한적이라 독서를 수업에 구조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입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수업에 독서가 포함되더라도 평가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어 교과서에도 작품성이 뛰어난 문학 작품이 적지 않게 실렸지만 학생들은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보다 시험에 나올 표현과 주제를 외우는 방식으로 접근해 왔다"며 "이 같은 수업 방식도 지금의 문해력 문제를 낳은 요인에서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서교육이 평가와 대입에 연결되는 순간 학생들은 책의 의미를 탐색하기보다 출제 가능성이 높은 내용을 정리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며 "독서가 또 하나의 입시 과제가 되지 않도록 평가 부담을 낮추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책을 골라 충분히 읽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