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손가락 절단 딛고 박명헌이 1일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나섰다.
- 박명헌은 3년 재활과 훈련 끝에 단 한 타석을 목표로 준비했다.
- 그는 지명 여부와 무관하게 야구계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고양=뉴스핌] 한지용 기자 = "손가락 때문에 야구를 강제로 그만둔 게 너무 한이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서 딱 한 번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독립리그 고양 PIC 소속 박명헌(27)이 1일 경기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열린 2027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어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 날씨까지 더 좋았으면 했지만, 준비한 만큼은 보여준 것 같아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손가락 절단 사고로 야구를 강제로 놓아야 했던 박명헌이 다시 프로의 문을 두드렸다. 사고 이후 무너졌던 몸과 마음을 되돌리는 데 3년이 걸렸다.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프로 무대에서 단 한 타석이라도 서 보는 것이다.
이날 트라이아웃에는 비가 내린 가운데 2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메이저리거 출신 최지만에게 가장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박명헌에게도 적지 않은 시선이 향했다. 특별한 사연이 있다.
전주고와 원광대(중퇴)를 거친 내야수 박명헌은 고등학교 졸업 당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원광대 재학 도중 야구를 그만두고 군 복무를 위해 산업체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주얼리 제작 회사에서 일하던 중 기계에 장갑이 빨려들어가는 사고로 오른쪽 검지 손가락이 절단됐다. 손가락 봉합 수술은 받았지만, 손을 주로 쓰는 야구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사고였다. 2020년이었다.
또 박명헌은 산업체 복무를 통해 모은 돈으로 다시 야구에 도전하려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를 당하며 꿈을 접어야 했다.
박명헌은 "사고 당시에는 멘털이 많이 무너졌다. 거의 3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살도 많이 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야구를 다시 시작하게 만든 것은 미련이었다. 박명헌은 "20대에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며 자신의 인생과 늘 함께였던 야구를 떠올렸다.
물론 트라이아웃 참가까지의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재활부터 쉽지 않았다. 치료만 약 1년이 걸렸고, 야구공을 정상적으로 던질 수 있는 손가락 각도를 되찾는 데 다시 1년가량을 보냈다.

다시 선수의 몸을 만드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준비 기간은 약 3년에 달한다. 박명헌은 "몸을 만든 기간이 2년 정도였고, 야구공을 다시 잡은 것은 1년 반 정도 됐다"며 "3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통제하는 삶을 살았다. 먹는 것부터 운동까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싸움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학생 시절 약점으로 꼽혔던 체격도 바꿨다. 체중을 70㎏에서 92㎏까지 늘렸다. 박명헌은 "피지컬이 작은 것이 학생 때 약점이었다"며 "지난 2년 동안 먹는 것부터 운동하는 방법까지 스스로 공부하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독립야구단 고양 PIC에서 경기를 뛰고 있다. 거주지는 대구지만 경기가 있을 때마다 수도권을 오갔다. 박명헌은 "대구에 살고 있어서 경기가 있는 날마다 당일치기로 올라와 경기를 하고 다시 내려갔다"며 "장마 기간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2~3 경기 정도를 그렇게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박명헌은 조금이라도 자신을 알리기 위해 SNS도 활용했다. 훈련과 드래프트 준비 과정을 직접 촬영해 공개했다. 박명헌은 "나이도 있고 조금이라도 어필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며 "다른 선수들이 SNS를 활용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영상 촬영은 야구를 다시 공부하는 계기도 됐다. 그는 "영상을 편집하려면 내 모습을 계속 보게 된다"며 "안 좋을 때와 좋았을 때 어떤 패턴이 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면서 스스로 연구했다"고 말했다.

프로 무대를 바라보는 마음은 누구보다 간절하지만, 박명헌은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고교 시절 프로에 지명받지 못하고, 큰 부상으로 공백기까지 있던 선수가 프로에 지명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박명헌은 "야구선수 대부분이 프로에 가더라도 살아남지 못한다. 나도 평범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마지막으로 준비하면서 '단 한 타석이라도 프로 무대에 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힘든 재활을 버티는 동안에는 프로선수가 된 자신의 모습도 수없이 그렸다. 박명헌은 "프로에 가서 인터뷰하는 상상을 많이 했다"며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게 되면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생각하면서 힘든 시간을 버텼다"고 웃었다.
중학교 시절 함께 뛰었던 롯데 자이언츠 투수 정철원도 힘을 보탰다. 박명헌은 "트라이아웃 전에 정철원에게 연락이 왔다. 잘하고 오라고 응원해줘서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철원은 박명헌 SNS 영상에 "일단해봐. 화이팅"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박명헌의 3년 간 사투는 이날 트라이아웃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남은 것은 오는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2027 신인 드래프트 지명이다. 박명헌은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뽑힐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그래도 다른 기회가 왔을 때 꼭 잡고 싶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했다. 혹시라도 지명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로 지명되지 않더라도 야구계를 떠날 생각은 없다. 박명헌은 "개인적으로 KBO나 어느 구단이든 소속돼 야구 쪽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정철원이 아시아쿼터 제도가 생겼으니 일본어를 배워서 통역 일을 권하기도 했다. 만약 이번에 (지명)되지 않는다면 일본어를 배워 볼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많이 시원하다"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싸움을 계속했는데, 이렇게 와서 내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며 지난 3년간의 노력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football122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