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중국 미니드라마 시장서 AI 얼굴 라이선스 확산했다
- 얼굴 기증은 되돌릴 수 없는 생체정보 거래라 논란이다
- 한국도 삭제권·플랫폼 책임 강화 등 대비가 필요하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SF영화 '크리에이터' (The Creator, 2023)에는 '휴머노이드에게 얼굴을 빌려주세요(Donate Your Likeness)' 캠페인이 등장한다. 일상 노동과 사회 곳곳에 배치되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고도화된 AI시뮬런트에게 공존과 감사의 의미를 담아 살아있는 인간의 얼굴을 기증하는 제도가 있는 세계관이다. 영화 내용은 차치하고 '얼굴 기증'이라는 컨셉이 꽤나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었다.
급속한 AI기술의 발달로 인간과 AI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영화 같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2026년 1분기 중국에서 제작된 미니드라마 약 12만 8천 편 가운데 95% 이상이 제작 과정에 AI를 썼다고 한다. AI가 사람의 얼굴을 무단으로 합성해 쓰는 일이 법적 논란으로 번지자, 제작사 입장에서는 실제 사람의 얼굴을 정식으로 빌려 쓰는 편이 안전 해졌다.

이 수요를 겨냥해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이 등장했다. 액트아이디(ActID)와 뉴클로(新爪), 두 플랫폼은 얼굴 사진을 올리고 실명 인증을 마치면 제작사가 나이, 성별, 분위기 별로 고를 수 있는 카탈로그에 얼굴이 올라간다. 광고, 숏 폼 드라마, 게임 등 어디에 쓰일 수 있는지도 등록자가 정할 수 있다.
얼굴 사용료는 에피소드 당 99~100위안, 우리 돈 2~10만원 안 팎이고 플랫폼은 여기서 10% 수수료를 가져간다. 3월에 오픈한 ActID의 등록자는 약 800명, 이 중 얼굴 사용에 동의한 사람은 300명가량 된다. 아직은 작은 시장이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는 것 만으로도 제도와 개인의 준비를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하다.
얼굴을 빌려주는 일이 다른 개인정보 제공과 다른 이유는 되돌릴 수 없다는 데 있다. 비밀번호가 유출되면 바꾸면 되고 카드는 재발급 받을 수 있지만 얼굴과 홍채, 지문은 그럴 수 없다.
이 점은 한국의 규제 당국도 이미 판단한 바 있다. 2024년 9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홍채 인증의 대가로 가상자산을 지급해온 월드코인 재단과 운영사 TFH에 과징금 11억 400만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위원회는 홍채 이미지로 만든 홍채코드가 본인만의 것이고, 바꿀 수 없으며, 개인을 식별하는 식별자로 기능한다는 점을 들어 보호법상 생체인식정보인 민감정보로 봤다. 당시 국내에서 홍채를 인증한 사람은 2만 9,991명이었다. 위원회는 유효한 동의가 없었고, 삭제와 처리정지를 요구할 방법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얼굴 라이선스도 마찬가지다. 한 번 넘긴 얼굴 데이터가 계약 범위를 벗어나 다른 영상이나 다른 모델의 학습에 쓰인다면 어떻게 될까? 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약속일 뿐, 플랫폼 밖으로 나간 파일까지 통제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바꿀 수 없는 정보를 넘길 때는 되돌릴 수 있는 정보를 넘길 때와 다른 무게로 판단해야 한다.
더 살펴볼 점은 얼굴의 쓰임새가 계약 시점보다 훨씬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명사진 한 장은 한 번 쓰이고 끝나지만, AI가 학습한 얼굴은 표정을 바꾸고 대사를 바꾸며 얼마든지 재생산된다. 등록할 때 떠올린 장면과 실제로 만들어지는 장면 사이의 거리는 기술이 좋아질수록 벌어진다. 등록은 간단하지만 회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거래의 비대칭이다.
물론 얼굴 라이선스는 형식상 동의 구조가 촘촘하다. 실명 인증이 있고, 용도 지정이 있고, 계약서가 있다. 그런데 이 동의가 충분한 보호가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의 법학자 다니엘 솔로브(Daniel Solove)는 2013년 '프라이버시 자기관리'의 한계를 짚었다. 기업이 수집 내용을 알리고 개인이 동의하면 통제권이 확보된다는 모델이 현실에서는 실제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은 방침을 다 읽지 못하고, 읽어도 앞으로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다.
개별 정보는 무해해 보여도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피해는 동의한 뒤 한참 지나 발생하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서비스에 동의를 눌러야 하는 개인에게, 그 모두를 꼼꼼히 관리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현실에 대입해보자. 등록자는 자신의 얼굴이 어떤 대본에 어떻게 쓰일지 미리 알 수 없다. 제작사가 영상을 어떻게 각색하고 합성하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솔로브의 논문은 생성형 AI 이전의 논의다. 동의라는 절차가 갖춰져 있다는 사실도 그 동의가 실질적인 보호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주는데 생성형 AI가 모든 영역에 스며든 오늘 날 현실적인 '프라이버시 자기관리'가 과연 가능할까?
한국 법도 민감정보를 처리할 때 별도의 동의를 요구한다. 월드코인 사건에서도 쟁점은 유효한 동의를 받았느냐였다. 그러나 절차를 갖췄다고 해서 개인이 위험을 스스로 가늠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개인의 선택을 돕는 장치와 함께, 선택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동의 밖에서 얼굴이 쓰이는 문제는 이미 눈앞의 현실이다.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25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피해자는 1만 637명이었고, 10·20대가 77.6%를 차지했다. 딥 페이크 등 합성·편집 피해는 전년보다 16.8% 늘었다. 불법 영상이 유포된 사이트의 95.6%가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어 삭제 지원도 쉽지 않다.

얼굴 라이선스와 딥 페이크 범죄는 엄밀히 같은 문제는 아니다. 하나는 합의된 거래이고 다른 하나는 명백한 범죄다. 하지만 두 현상 모두 얼굴이 디지털 자산이 되었을 때 통제권이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다는 점에서 하나로 이어진다. 합의된 거래에서 조차 통제가 어렵다면, 합의 없는 유통에서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제도로 옮겨지고 있다. 미국의 딥 페이크 삭제 의무화법(TAKE IT DOWN Act)은 플랫폼이 피해자의 신고를 받아 삭제하는 절차를 갖추도록 하는 규정을 2026년 5월 19일부터 시행했다.
한국도 이 문제를 손 놓고 있지는 않다. 인공지능기본법은 범죄 수사나 체포 업무를 위해 얼굴·지문·홍채 등 생체인식정보를 분석·활용하는 AI를 고 영향 AI로 분류하고, 사업자에게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의무를 지운다. 시행령 입법예고안에는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생성 결과물을 이용자가 AI 생성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개인정보위는 딥 페이크 합성 콘텐츠에 대해 정보주체가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와, 인격을 침해하는 합성을 금지·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제도들이 얼굴을 상업적으로 빌려주는 개인의 사례까지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다. 고 영향 AI로서의 생체정보 규율은 수사·체포 목적에 한정되어 있고, 고지 의무는 주로 영상을 보는 이용자를 향한다. 이런 빈틈은 결함이라 기보다 기술과 시장이 제도보다 빨리 움직일 때 어디서나 생기는 시차에 가깝다. 법은 대개 문제가 드러난 뒤에 만들어지고, 그 사이 시장은 먼저 자리를 잡는다. 중요한 것은 그 시차 동안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미리 그려보는 일이다.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첫째, 얼굴을 넘어 목소리와 걸음걸이, 손짓 같은 행동 특성까지 상품이 될 때 이를 생체인식정보로 어떻게 다룰 것인가? 얼굴에서 시작된 거래가 다른 신체적·행동적 특성으로 번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둘째, 이미 학습에 쓰인 데이터를 삭제해 달라는 요구를 어떤 방식으로 이행할 것인가? 셋째, 미성년일 때 맺은 계약이나 사후의 얼굴 사용은 누가 결정하는가? 넷째, 서버가 해외에 있는 플랫폼에 국내 이용자가 얼굴을 넘길 때 삭제권은 어디까지 실효성이 있는가?
![]() |
이 질문들은 당장 답이 나오는 것들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기 전에 물어두면 제도를 설계할 때 반영할 수 있고, 커진 뒤에 묻게 되면 이미 늦은 일이 된다. 얼굴 라이선스가 국내에 들어온다면 처음 부딪힐 곳도 아마 이런 질문들일 것이다.
개인이 지금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가능한 얼굴이든 목소리 든 생체데이터를 넘기지 않는 것이 최선이긴 하지만 피치 못할 경우엔 사용 기간과 사용 범위, 다른 모델의 학습 활용 금지, 계약이 끝났을 때의 삭제 의무가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 항목들이 빠져 있다면 그 계약은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넘겨주는 것에 가깝다. 대가가 크지 않을수록 계약서를 대충 넘기기 쉽다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몇 만 원이라는 금액은 돌려받을 수 없는 것을 내놓는 값으로는 결코 충분한 금액이 아니다.
기술의 편리함 앞에서 자기 정보를 지키는 일을 개인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개인이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얼굴에 값이 매겨지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불안이 아니라 준비다. 개인은 계약서를 한 줄 더 읽고, 사회는 삭제권과 플랫폼 책임의 빈칸을 미리 채워두는 것. 그 두 가지가 함께 갈 때 얼굴은 소재가 아니라 여전히 사람의 것으로 남을 수 있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