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유 4사 CEO가 29일 국감 증인으로 거론됐다
- 검찰 수사와 전량구매·사후정산 관행이 쟁점이다
- 공정위가 혼합구매·정산제도 개선에 나섰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전량구매·사후정산 관행까지 국감 쟁점 부상
공정위, 혼합구매·발주 시점 가격 확정 원칙
[서울=뉴스핌] 김지헌 기자= 석유제품 가격 담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정유 4사가 국정감사에서도 증인으로 거론되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유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증인 출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격 담합 의혹뿐 아니라 전량구매계약과 사후정산제 등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거래관행까지 국감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도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선 만큼 정유업계의 기존 거래관행을 둘러싼 개선 압박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김종화 SK에너지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부회장, 안종범 S-OIL 사장,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사장 등 정유 4사 CEO가 신청됐다. 현재 증인 채택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관련 사안을 조율 중이며, 이번 주 내 증인 채택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 4사가 국감 증인 후보로 거론된 배경에는 최근 검찰 수사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월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GS칼텍스·S-OIL 등 정유 4사 법인과 일부 임직원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 가운데 직접적인 가격 담합 혐의는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에 적용됐다. 검찰은 두 회사가 석유제품 공급가격의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조율한 것으로 보고 있다.
GS칼텍스와 S-OIL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인상을 뒤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경쟁사와 가격을 직접 협의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아 직접적인 가격 담합 혐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두 회사의 가격 추종 효과까지 포함할 경우 약 26조원 규모의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가격 담합 여부와 별개로 전량구매계약과 사후정산제 등을 통해 자영주유소의 거래를 제한했다는 혐의는 정유 4사 모두에 공통으로 적용됐다. 검찰은 정유사가 주유소의 제품 공급처를 사실상 제한하고 가격 결정 과정에서도 우월적 지위를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정유사들은 검찰 판단에 반발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열린 첫 공판에서 가격 담합을 포함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고 알려졌다. 정유업계에 구조적인 담합이나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검찰의 전제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 전량구매에 사후정산까지…소비자 부담 전가 우려
쟁점은 정유사와 자영주유소 사이에 장기간 이어져 온 거래구조다.
전량구매계약은 특정 정유사 상표를 사용하는 주유소가 판매에 필요한 석유제품 대부분 또는 전량을 해당 정유사에서 구매하도록 하는 계약 방식이다. 정유사는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고, 주유소는 정유사 브랜드와 제품 공급망, 영업지원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업계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특정 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을 맺은 주유소가 다른 정유사나 대리점에서 더 싼 제품을 찾더라도 구매처를 자유롭게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급처 간 경쟁이 제한될 경우 정유사 입장에서도 주유소를 확보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낮출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
사후정산제 역시 정유업계의 대표적인 거래관행으로 꼽힌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제품을 공급할 당시 잠정적인 입금가를 적용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 할인이나 장려금,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 실제 공급가격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국제유가와 환율 변화가 잦은 석유제품 유통 특성 때문에 활용돼 왔지만 주유소 입장에서는 제품을 구입하는 시점에 실제 매입원가를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전량구매계약과 사후정산제가 동시에 적용될 경우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주유소가 공급처를 자유롭게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종 매입가격까지 사후적으로 결정되면 가격 결정권이 정유사 측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쟁점이다. 정유사가 높은 입금가를 제시하면 주유소는 최종 정산가격이 확정되기 전까지 해당 가격을 기준으로 판매가격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 공급단계에서 발생한 가격 인상분이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에 반영될 경우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반복된 거래관행, 달라진 분위기…공정위도 제도 손질
이처럼 거래관행 개선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정유업계에서는 기존 거래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담합과 불공정 거래 근절 기조를 강화하면서 전량구매계약과 사후정산제 등 거래구조 자체를 손질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정유사와 주유소 간 전량공급계약 자체보다 계약 과정에서 나타나는 강제성이나 과도한 계약기간 등을 문제 삼아 시정해왔다. 주유소 의사에 반해 전량구매를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시설자금이나 주유기·저장탱크 지원 등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 전량공급계약 기간을 원칙적으로 1년 이내로 제한하는 식 등이다. 제품을 먼저 공급한 뒤 가격을 확정하는 사후정산 방식도 주유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 대상으로 관리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별 계약조건을 사후적으로 규율하는 수준을 넘어 거래구조 자체에 경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8월 석유유통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를 개정해 전량구매 관행을 완화하고 사후정산 방식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개선안을 마련했다.
가장 큰 변화는 혼합구매 원칙이다. 주유소가 상표 계약을 맺은 정유사 제품을 60% 이상 구매하면 나머지 최대 40%는 다른 정유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하나의 정유사 제품만 취급하던 기존 거래구조에 경쟁 요소를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사후정산제도 손질했다. 앞으로는 발주 시점의 공급가격을 최종가격으로 확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주유소가 별도로 요청하는 경우에만 사후정산을 허용하도록 했다. 예외적으로 사후정산을 실시하더라도 정산기간은 7일 이내로 제한된다.
이와 관련해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공정위도 업계의 거래 관행을 감안해 일정 부분 유연하게 접근해온 측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정부 차원에서 담합과 불공정 거래를 강하게 들여다보는 분위기로 바뀐 만큼 정유사들도 기존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른 상임위원회에서도 주요 기업인들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일반증인 신청 명단에는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수석부회장과 김종출 KAI 사장, 신익현 LIG D&A 사장 등이 포함됐지만 증인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는 김종출 KAI 사장과 김종화 SK에너지 대표이사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김종출 사장은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한 KAI 지분 매각과 민영화 문제와 관련해 질의를 받을 전망이다.
김종화 대표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업계 손실 규모와 원가 산정 방식, 정부의 손실 보전 기준과 재원 마련 및 보상 방안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heone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