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현대차와 우선협상여부 곧 결정"
- 현대그룹과 결별, 법적 소송 불가피...이행보증금 반납, 회유 모색
- 현대건설 인수판 새로 벌이면 현대차로부터도 소송 우려
-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권한 부여 논의, 다음주 중 윤곽 나올듯
[뉴스핌=한기진 기자] 현대그룹과 결별을 선택한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이행보증금 카드를 꺼냈다.
현대그룹이 지불한 이행보증금을 담보로 원만히 관계가 정리되면 ‘반환’, 소송전(戰)으로 번질 낌새가 보이면 ‘몰취’다. 양해각서(MOU)를 해지하면 돌려주지 않아도 되지만 현대그룹이 순순히 물러서준다면 돌려줄 수도 있다는 채권단 나름대로 고심한 묘책이다.
◆ 이행보증금 몰취·반납 가능성 모두 열어놔
주주협의회는 17일 외환은행 명동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그룹이 제출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확인서에 대해 “불충분”하다고 결정한 데 따른, 최종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회 안건 총 4건을 발표했다.
‘현대그룹컨소시엄과의 본계약 체결 여부’, ‘MOU 해지’, ‘이행보증금의 반환을 포함한 후속조치’, ‘예비협상대상자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부여’ 등이다.
주목되는 점은 이행보증금의 반환 여부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에 입찰가의 5%에 해당하는 이행보증금 2755억원을 지불했다. 입찰안내서 규정에는 MOU를 해지할 경우 이행보증금 전액을 채권단이 몰취할 수 있다. 반면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반환해야 한다.
주주협의회는 이번에 4개 안건을 부의하면서 본계약 체결 여부와 MOU 해지 모두 각각 처리해 이행보증금 몰취와 반환 가능성 모두를 열어놨다.
외환은행 김효상 여신관리부 본부장은 “현대그룹과 법적쟁송없는 원만한 해결을 하면 이행보증금을 반환하겠다”고 말했다. 원만한 해결이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입찰자격에서 물러나는 것을 수용하고 향후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태평양 정규상 변호사는 “MOU가 해지되면 현대그룹이 해지효력 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낼 가능성이 있다”며 “현대그룹이 여러 가지 대응을 해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취하게 될 대응책을 고심했고, 이에 대한 협상카드로 이행보증금 반환을 고심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본계약 체결안이 통과되려면 주주협의회 의결권 80%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한다. MOU 해지는 75%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표결이 진행되면 MOU 해지와 본계약 체결 거부가 유력하다. 주주협의회 대부분의 의결권을 가진 외환은행(25%) 정책금융공사(22.5%), 우리은행(21.4%) 등이 이 같은 방향을 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MOU해지에 따른 법적 소송을 현대그룹이 제기하지 않는다면 반환문제 쟁점을 무릅쓰고 별도의 절차를 통해 돌려줄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에 우선협상권한 넘어가나
현대그룹의 인수권한 박탈에 따라 관심을 모은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할지를 추후 논의하자는 안건도 주주협의회는 부의했다.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으면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권한을 부여할 지를 논의할 수 있다. 이 경우 주주협의회를 다시 열어 현대차에 우선협상대상자 권한을 부여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현대차그룹의 지위 문제는 가능하면 신속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 인수판을 아예 처음부터 다시 벌이는 것도 채권단으로서는 부담이다. 현대차그룹의 소송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외환은행 실무자 3명을 입찰 방해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고, 5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으로서는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모두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 난천한 상황인 것이다.
현대그룹은 이날 채권단의 안건 상정과 관련해 "2차 대출확인서는 법적효력이 있는 것"이라며 "법과 양해각서 및 입찰규정을 무시한 일방적인 폭거로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