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시는 2002년 이래 최장기 하락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올해들어 주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는데, 그 배경에는 연방준비제도의 제2차 양적완화(QE2) 종료, 경기의 일시적 혹은 구조적 둔화, 유로존 채무 위기, 신흥국 과열 및 긴축 부담에 따른 경기 약화 우려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핌(www.newspim.com)은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양적완화(QE2)' 종료와 함께 이른바 '소프트패치(soft patch)' 국면이 겹쳐 발생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착종됨이 없도록 분해해서 이해하고, 나아가 미국 연준의 정책 변화 혹은 정책 한계국면이 하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조망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뉴스핌=김사헌 기자] 한 달 이상 주식시장의 완만한 조정을 겪은 투자자들은 이미 미국 양적완화(QE2) 종료나 최근 경기 둔화가 어느 정도 충격으로 작용할 것인지 대강의 답을 마련한 듯한 하다.
어떤 문제이든 크게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정도가 아니며, 이미 최근 조정으로 그 악재가 다 반영되었다는 분위기.
그러나 'QE2'의 중단에 따른 파급효과나 향후 경기 둔화의 강도나 지속 구간은 아직 뚜렷한 전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연준과 국제기구 등 당국에서는 보다 강화된 정책적 대응으로 위기 요인들을 제어함으로써 이번 국면이 '일시적인 것'에 그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놓고 겨우 시장을 위안하는 상황이다.
다만 상품시장의 변동성 지속 전망이나 유로존 위기나 신흥국 과열 및 긴축도 진행형이기 때문에 '소프트패치'에서 그칠 것인지, '퍼펙트스톰'으로 갈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상품시장 강세를 통한 인플레 요인이나 신흥국 과열 위험은 연준 'QE2'로 인해 다분히 기획되었으나 의도하지는 않았던 '부작용'이다. 실상 연준은 완만한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이 문제는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고, 나아가 경제 위기 해소 과정에서 더욱 경제 양극화 양상이 강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중산층 이하 그리고 신흥국 서민에게 타격을 주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 유가 급등과 상품 인플레이션
의도하지 않은 식량 및 에너지 가격 급등은 이로 인한 경기 충격과 함께 '기대 인플레이션'의 강화라는 부담을 낳았다.
식량 및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그 면모를 드러내는데 최소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기존 경제전망 시나리오와 비교할 때 이 변수가 통제되지 못한다면 실제 성장률과 물가는 당국의 전망과 괴리를 보일 전망이다.
최근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은 분석 보고서를 통해 성장률 전망은 하반기에 약 0.4%포인트 정도의 격차를, 물가는 2분기에 약 0.7%포인트의 격차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격차는 성장률은 하반기까지, 물가의 경우 내년까지 지속성을 드러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수렴되고 거의 차이가 미미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경기 불안정 국면은 '일시적'이란 판단이 유효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하지만 국제유가나 여타 상품가격은 최근 안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경기 회복과 더불어 추가적인 강세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부담이 앞으로 경제나 경제 주체들에게 미칠 영향은 엄밀하게 분석되지 못하고 있다.
◆ 신흥국 자본 유입과 달러화 가치 안정 문제
한편 신흥국 경제로의 달러화 자금 유입은 경기 과열과 자산 가격 거품을 유발하는 중이며, 이들 신흥국의 임금 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선진국으로 인플레이션이 일부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전문가 서베이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안정 목표치인 2%를 훌쩍 넘은 2.4%까지 치솟아 우려를 샀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채권시장의 기대치를 새롭게 분석해 본 결과, 전문가 서베이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이 과장되었다는 보고서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전에 부랴부랴 제출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우려는 연준이 그렇게 유지하고 싶은 '달러화 가치 안정'이란 목표를 달성하는데 치명적이다. 따라서 단순한 물가 압력 억제라는 측면을 넘어서 보아야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경제는 버냉키 의장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느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예상외 부진하고 불안정한 이른바 '소프트패치' 국면을 보이고 있는데, 이로 인해 여러가지 요인이나 상황이 착종되기 쉬운 국면이 됐다.
이 같은 어려운 국면이 도래한 것으로 보이지만 연준의 태도는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경기 둔화가 당혹스럽다던 버냉키 의장도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다"고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인 가운데, 때마침 'QE2' 작전의 시효가 만료되고 있어 향후 정책 운용 방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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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태도는 역으로 유추할 때 연준의 정책이 사실상 달러화의 질서정연한 약세 유도 정책이라고 불릴 만한 대목이다. 지금 연준이 추가 완화정책을 시사한다면 달러화 가치는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인 문제로 부각될 위험이 다분하다.
지난해 추가 양적완화가 실시될 때 '디플레이션' 위험이 문제였다면, 불과 8개월 만에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주목받는 곳이 됐다.
이에 대해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양적완화 정책이 디플레이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훌륭한 역할을 했으며 2012년까지 일자리 300만 개 창출 및 성장률의 3%대 복귀를 이끌 것이라는 예상을 제시했다.
또 그가 불어난 대차대조표 규모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도록 은행 초과지준 부리나 나아가 보유한 증권 매각을 통한 금리 상승 유발 등의 대응책이 있다고 언급한 것은 시사적인 대목이다.
◆ "연준, 대형 실수 저지르고 있다"
인플레이션 위험과 관련, 연준 전문 사가인 앨런 멜처 카네기 멜론대 교수 겸 미국기업연구소(AEI) 방문학자는 "QE2를 종료하면 조만간 금리를 올리는게 맞다"면서 "연준은 전례없는 대형 정책 실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MSNBC 방송과의 대담에서 "연준 관계자들은 실업률과 물가의 역의 상관관계를 일컫는 필립스곡선(Philips Curve)에 사로잡혔다"고 말했다.
연준은 고용시장의 부진이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은 기반을 형성할 수 없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지금은 상품가격 인플레이션을 통해 이미 도매물가 인플레이션이 유발되고 있다고 멜처 교수는 지적했다.
멜처 교수는 "아마도 연준은 QE2를 종료하고서도 고용시장 회복을 위해 금리를 억압하려 채권을 계속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지금 미국 경제는 화폐나 유동성 부족이 문제가 아니며, 따라서 보유액을 늘리고 초저금리를 유지해봐야 경기 회복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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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