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 대담 전문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사회구조의 변화 등으로 20·30세대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104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일 뉴스핌 KYD(Korea Youth Dream) '셀럽에 길을 묻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100년이 넘는 삶 속에서 얻은 인생의 지혜'를 청년들에게 남겼다. 첫 대담은 김 교수의 제자인 박순영 연세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셀럽에 길을 묻다' 코너는 '대한민국 청년을 꿈꾸게 하자'라는 뉴스핌 KYD의 일환으로, 이를 통해 이 시대의 명사들을 초대해 그들의 인생에서 얻은 소중한 지혜와 경험 등을 청년들에게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교수는 "우리세대 청년들은 현재에 붙잡혀 앞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는 잊고 미래를 많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역경을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남겼다. 김 교수는 "대학의 지성인들이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가 '세계 속에서 한국을 보는 것'"이라며 "희망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하는 대담 전문
-(박순영 교수·이하 박)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첫 번째 이 대담의 손님으로 연세대학교 김형석 교수님을 모시게 됐습니다. 여러분 너무 반갑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저는 박순영인데 선생님의 제자이면서 연세대학교에서 봉직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최근 한국의 역사 100년을 압축해서 사신 분이고, 선생님의 삶을 보면 한국의 역사가 어떠했다라고 하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선생님이 태어나시자 그때는 이미 나라를 잃고 난 10년이 지난 해였고, 중학교에 들어가셨을 때는 신사 참배를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중학교가 이제 폐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사 참배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폐교되니까 평양 공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되겠다 해서 선생님이 그때 중학교 2학년 3학년 때 읽은 책을 평생을 통해서 굉장히 많은 분량의 책을 읽으셨습니다.
선생님은 대학에 가서 철학을 공부하셨는데 그때 상황이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서 이제 학생들을 징용으로 내려가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그 모든 과정을 피하면서 결국 해방을 맞이하시게 됐습니다.
해방의 기쁨과 동시에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분단이 되었고 선생님께서는 그 분단된 북한에서 월남하시고서 이제 6.25를 겪으시게 됐는데, 그 이후에 연세대학교를 이제 1954년에 들어오셔서 이제 평생 연세대학교와 인연을 맺어져서 오늘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렇게 영광의 날까지 고난을 통해서 선생님이 사셨는데 이 과정 속에서 겪었던 모든 경험 중에서 그 귀한 경험을 오늘 여러분 청년들과 함께 나누기를 원하셔서 오늘 선생님 이렇게 오셨습니다.
▲(김형석 교수·이하 김) 말씀 감사합니다.
-(박) 선생님 이렇게 바쁘신데 이 자리에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청년들을 위해서 뭔가 귀한 말씀 해 주시고, 겪으셨던 경험을 통해서 말씀을 해 주셔야 되겠는데
맨 먼저 선생님 지난달에 내신 책 100년의 지혜가 출판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모두 매진이 됐다고 그럽니다. 선생님 그럴 걸 예상을 좀 하셨습니까?
▲(김) 얘기 시작하기 전에 며칠 전에 그 황순원 작가가 있죠. 문학관을 다녀왔어요.
다녀오면서 오래전에 중학교 3~4학년 때에 황순원 작가가 나보다 한 해 선배고, 윤동주 시인이 같은 반에서 공부하고 그랬는데, 나는 또 1년 늦게 이제 여러 가지 생각하다가 내 꿈이라고 할까요?
철학 공부를 해서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가 한번 될 수 있을까 그런 꿈을 키웠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연세대학교 가면 윤동주 시비가 있고, 황순원 문학관에 가보고, 양구에 가게 되면 내 기념관도 있고, 우리 젊었을 때의 꿈이 지금 이렇게 역사에 남게 됐다.
지금 우리 시대와 같은 나이를 사는 젊은 세대들이 자기 자신을 찾아서 노력하고, 또 우리가 후원해주고 그러면 우리 얘기 듣는 젊은 세대가 언제 또 한 번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고 역사적인 한 단계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나이는 들었지만 젊은이들에 대한 기대, 애착 그런 것들이 점점 더해지는 것 같아요.
이런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 우리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있고. 뜻밖에 이제 이번에 책이 한 권 나왔는데 나는 그 책을 쓸 때도 내가 나이 많았지만 100세 넘어섰었으니까 50대 이상 사람들에게 공감이 높을 것이다 그렇게 썼는데요.
책이 나오니까 그게 아니고, 20대 후반부터 전부 같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 원인이 무엇이겠는가 생각해 보는데 나이 들었든지 젊었든지 그 같은 시대에 같은 문제를 가지고 살고 있구나. 나만 걱정한 게 아니고 다 같은 걱정했고. 또 나만 역사의 미래를 바라본 게 아니고 다 같이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상당히 고무적이고요. 내가 20대로 돌아간 것 같은 생각도 있고
그런데 독자들이 이렇게 그만큼 이제 호응이 있다 한데 제가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내 감정이나 생각이나 또 이렇게 대화하는 내용이 아직은 늙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까 공감대가 있다 그렇게 봐서 오래 살 만하다
-(박) 선생님 제가 저 생각해 보니까. 제가 대학 때 선생님 1961년에 '영혼과 사랑의 대화'를 쓰셨는데 그때 선생님 베스트셀러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할 수 없는 것이 60년 전에 선생님의 베스트셀러나 지금 선생님 100세 때 베스트셀러나 둘 다가 그저 수준이 굉장히 어떤 면에서 공감대가 청년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도 어제 1학년 때 그걸 읽고서 감동을 받았는데
선생님 그때나 지금이나 선생님 책이 적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가장 중요한 그 메시지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60년 전에 내가 쓴 글 가운데는 문학적이고 정서적인 문제로부터 얘기를 시작한 것 같고요. 지금 쓴 글은 사회가 안고 있는 그 문제, 다 같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를 가지고 출발한 것 같아요.
그래도 60년 동안 그 공감대가 이어졌다 하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볼 때에는 중·고등학교 젊었을 때 문학을 많이 관심 가졌다고 하는 그 감정이 풍부하게 출발했다고 하는 거.
대체 내 친구들도 이제 안병욱 선생이나 김태길 선생의 저서가 독자가 많은 것은 우리 젊었을 때 그 문학을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우리 젊은이들도 감정을 풍부히 가지고 오래 연장하면 행복할 것 같고요.
두 번째는 그때 쓴 책이 영원과 사랑의 대화 아니었어요. 그런데 상당히 추상적인 제목인데, 그때 미국 가느라고 바빠서 제목만 남겨놓고 떠났는데 그래도 그 속에 있는 건 이 나이 들었든지 젊었든지 영원한 것에 대한 그리움. 내 인생은 그때와 더불어 끝나고 나이 들면 또 다른 세대가 오겠지만 공통된 영원한 무엇을 찾아가려고 하는 그 꿈이 출발됐고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금은 그 꿈에 대해서 내가 후배들에게 나는 이렇게 사니까 그 꿈이 이뤄졌다. 또 사회에 작은 도움이라도 줬다. 그 연결성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해보죠.
-(박) 영혼과 사랑의 대화는 지금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부분은 그 내용의 전체 부분이고, 맨 마지막에 구도자의 일기라고 해서 어떤 여학생하고, 신부 수업을 하고 있는 사람 간의 그 사랑이 그 당시에 박계주 씨의 순애보가 히트였는데, 그걸 넘어버렸어 가지고 철학적 서적이 문학 서적을 뛰어넘었다라고 하는 그런 어떤 계기를 줬기 때문에 그 선생님은 그 책은 철학적이면서 또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들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오래 기억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지난번에 쓰신 책으로 다시 한 번 돌아와서 선생님께서 그 책에서 제일 첫 번째 제목이 '100년의 지혜'에서 첫 페이지 제목으로 100세가 넘어도 묻는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이 질문을 선생님이 제일 먼저 설정을 하셨는데, 이 질문이 필요한 이유가 뭐며 특히 청년들에게 한번 이 질문이 어째서 필요한지 선생님 말씀 좀 해 주십시오.
▲(김)영혼과 사랑에 대해 재미있는 생각이 나는데 독자가 나한테 편지를 보내서 '구도자의 일기'를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고 마지막 작별하는데 떠난 그거 보고, 내가 썼지만은 나도 울었다고 했다. 그 안에 이제 같이 공감대가 있는 거죠.
지금 얘기한 문제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젊은 것 같아도 미래를 생각하고 살고 생활이 내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아도 공동체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 번쯤은 왜 태어났을까, 우연히 태어났을까, 무슨 뜻이 있었을까, 없었다고 하면 왜 이런 희망을 내가 찾고 있는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제부터 50~60년은 내가 만들어 갈 역사가 있으니까 한 번쯤 왜 태어났을까 목적이 있는가 없는가 그런 생각을 해보자. 그리고 출발을 했고요. 이제 거기서 연결된 문제들이 자꾸 나오니까 이제 좀 사회적인 문제로 나왔고
그래서 그 글들을 시작할 때에도 이게 이제 1~2년 계속될 거다 하는 걸 알고 시작했으니까. 이제 그 얘기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박) 선생님께서는 소위 말해서 이제 내가 왜 태어났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성찰해보는 그런 기회로 이제 많이 삼으셨는데. 저는 선생님께서 언제 한번 말씀에 선생님 쓰신 일기를 일기장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서 정리하고 옛날 것 내버리고 새 것을 정리한다고 하셨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내가 왜 태어났느냐를 묻는 자기 성찰, 이런 것들이 철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김) 김태길 선생한테 누가 가서 내 얘기를 했더니, 김형석 교수는 철이 늦게 들어서 오래 살 거야 그랬대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 말이 맞아요. 왜냐하면 이제 일기를 쓸 때 오늘 글 쓰기 전에 제작년 글 읽어보고 작년 오늘 읽어보고 오늘 글 쓰면, 지금도 그때 그게 아니었는데 내가 조금 미숙했다.
그때는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걸 이제 생각해 보니까 좀 내가 양보해야겠다 이 점은 또 나가야겠다. 그러니까 지금도 절 드는 거 같아요. 그래서 늦게 철 드는 사람은 오래 사는 것 같기도 하고요. 또 늦게 철드는 사람이 오래 성장하는 것 같아요. 자기 자신 관련해서. 그래서 그런 거 포함한 얘기들이 됐어요.
-(박) 선생님 그 일기를 다시 되새겨보고 다시 성찰해 보고 반성해 보고 이런 것들이 지금 청년들에게도 굉장히 필요한 어떤 덕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요즘 청년들 보시기에는 조금 그렇게 자신들의 생각의 깊이를 오히려 주변의 상황으로 결단하는 쪽으로 너무 빨리 넘어가는 것 같다 하는 그런 생각은 안 하십니까?
▲(김) 그때 생각과 지금 생각을 이제 함께 해보게 되면요. 역시 청년들은, 젊은 세대들은 먼 미래를 많이 보게 되고 50~60세쯤 넘게 되면 과거의 연장으로 미래를 보게 되고, 나같이 90이 넘게 되면 과거보다는 앞으로 소중한 시간이 어떻게 보내는가 그렇게 이제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생각해 보면 내가 나 자신의 인생을 살기 때문에 다른 사람하고 다른 데가 있다 하니까 그거는 연장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젊은 세대들이 너무 과거에 매달리는 건 젊은이답지 않고요.
과거는 빨리빨리 잊어버리고 미래를 많이 봐야겠는데 이때 만큼 이제 젊은 세대들 얘기하다 보면 옆을 너무 많이 보기 때문에 대단치 않은 걸 가지고 친구와의 감정 문제도 가지고 또 젊었을 때도 연애 감정 같은 데도 빠져가지고서 멀리 앞을 못 보는 것 같아요.
멀리 희망을 만드는 사람은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멀리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에 매달리고, 또 미래를 꿈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현재에 붙잡혀서 앞으로 가지 못하고, 그런 병을 우리 젊은이들이 좀 많이 앓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네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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