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유럽 채무 위기와 더불어 미국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대한 우려가 겹친 가운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움직임은 계속 미국 국채를 부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갑작스럽게 미 국채에서 빠져나가는 포트폴리오 조정은 예상치 못한 타격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지적이다.
미국 의회가 14조 3000억 달러인 국채 발행한도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최고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는 거의 줄어들지 않는 분위기다.
◆ "미 국채 디폴트가 오히려 수요 강화할 수도"
투자자들은 점점 디폴트 사태로 인해 미 국채 신용등급이 떨어진다고 해도 이것은 오히려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에 더욱 큰 타격을 줄 것이며, 이에 따라 현금을 묻어두는 장소로 재무증권을 찾게 될 것이란 기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PL파이낸셜의 채권전략가 앤소니 발레리는 "재무증권이 개중에는 가장 나은 것이, 비록 단기적으로 미국 디폴트 사태가 발생해 혼란스럽더라도 상환 의무를 다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쓰미시 증권의 미 국채 거래 담당 이사는 "모든 악재는, 비록 그것이 미국의 디폴트라고 해도 재무증권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전망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는 않다. 콘탱고 캐피탈 어드바이저스의 최고경영자(CEO) 조지 페이저는 "장기적으로 미국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밝혔다.
지난 주말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91%로 지난 목요일의 2.96%보다 5bp 하락했다. 유럽 채무위기의 확산 우려에다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가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독일 분트채와 10년물 재무증권 사이의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는 20bp로 1bp 줄어들었다.
미국 30년물 재무증권 수익률은 4.25%로 1bp 상승했다. 목요일 '원빅(1포인트)' 하락했던 가격은 이날 5/32포인트 반등했다.
◆ 미 국채 비중 갑자기 줄이는 것은 위험
미국이 디폴트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여타 안전한 국가의 국채나 신흥시장 자산으로 분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크게 움직이는 것은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 될 수 있으며, 가능한 '온건한 분산 혹은 소폭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답이라는 지적이다.
16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금은 재무증권 비중을 줄일 경우 다른 위험자산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심지어 금 비중을 늘리는 것도 생각보다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금 비중을 높이는 것은 달러화 가치가 추락할 위험을 줄이는 것이지만, 이 역시 전혀 투자수익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내재적 가치도 낮은 데다 과거에도 인플레 헤지 자산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그것도 지금 사상 최고치에 도달한 자산을 편입하는 것이다. 어떤 다른 헤지 자산도 그 만큼의 위험과 상충요인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급격한 포트폴리오 조정은 미국 달러화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을 줄이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투자수익률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CFA 연구소 연구재단의 이사는 "미국 외 주식의 비중이 20% 정도였다면 이를 25%로 높이는 정도의 변화"가 적절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크트리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하워드 마크스 회장은 "위기가 발생한다면 모든 개인 현금자산은 재무증권으로 보유하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나라의 통화가 달러화 대비로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몇몇 다른 나라 국채로 분산해 놓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오프핏 캐피탈 어드바이저스의 수석투자전략가인 토드 펫첼은 고객자산을 미국 외 단기 국채로 분산시키고 있으며, 특히 공공채무 비율이 낮고 천연자원이 풍부한 호주, 브라질 및 캐나다 국채를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소액 투자자들도 최근에는 신흥국 통화에 노출된 뮤추얼펀드나 다른 신흥시장 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하지만 신흥시장 국가들이 미국보다 재정 여건이 좋다고해도 위험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계 통화에 노출된 펀드의 경우 1년에 한번만 투자 성과를 배분하며 현금으로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기 때문에, 그 사이 위기가 발생하고 '안전자산으로의 도피'가 발생하면 위험해진다.
안전도피로 인해 달러화 가치가 급격하게 올라가면 특히 헤지를 하지 않은 해외채권의 경우 타격이 심각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오크트리의 마크스 회장은 "시장이 예전보다 더 위험해진 것이 아니라 생각했던 것보다 안전하지 않은 것을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