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영국 기자] 애플의 특허공세에 이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까지 이어지면서 안드로이드 진영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독자 OS 전략을 펼쳐온 노키아나 안드로이드를 채택하면서도 별도로 독자 OS 개발에 매진해 온 삼성전자의 전략이 재조명되는 시점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된 구글의 모토로라 휴대폰사업 인수는 애플과의 특허전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인수를 위해 구글이 투자하는 금액은 무려 125억달러(약13조원)에 달하며, 이는 구글의 연간 매출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그만큼 애플의 특허공세에 따른 위기감이 심각함을 증명해준다.
애플과의 특허전에서 완패하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애플이 삼성전자와 HTC와 같은 개별 제조사들을 상대로 '각개격파'에 나설 경우 안드로이드 진영의 결속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판매중단이나 라이선스 비용 부담 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 안드로이드를 포기하는 기업이 하나 둘씩 생겨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안드로이드 진영의 경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안드로이드 진영이 애플에 맞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다수의 제조사들이 참여함으로써 보편성을 확보하고 대규모 애플리케이션 마켓을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만, 특허 공세로 이탈자가 늘어난다면, 남아있는 업체들 역시 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구글의 목적이 '모토로라를 기반으로 한 하드웨어 사업 확대'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미 구글은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안드로이드를 세계 최상위 OS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에 재미를 붙일 경우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가져다 쓰는 휴대폰 제조사들은 더 이상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없다.
물론 구글은 "이번 인수 건과 안드로이드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운영하기로 한 약속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업계의 우려를 일축했지만, 다른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은 이미 모토로라를 통해 '레퍼런스' 제품이 나온 OS 버전을 가져다 재탕하는 핸디캡을 안아야 한다.
결국 휴대폰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독자OS를 확보하거나 다양한 OS를 채택한 제품 라인업으로 충격을 완화시켜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실패 사례로 언급돼 오다 사장 위기에 놓인 노키아의 독자OS 전략은 재조명될 가치가 있어 보인다.
노키아는 애플과 안드로이드 등장 이후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측면에서 하향세를 걷다 올 2분기에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3위까지 추락했다. 소비자들로부터 선호받지 못하는 독자 OS 심비안을 고집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심비안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했지만, 차기 OS 전략에서도 끝내 안드로이드를 외면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7으로 중심이동을 꾀하고 있다.
노키아의 독자OS 전략은 안드로이드가 시장에 안착했을 경우 우려되는 구글의 횡포에 대비한 것이었지만, 구글이 미처 횡포를 부리기도 전에 안드로이드 진영에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재기의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노키아가 심비안 포기 선언을 철회하건, 윈도폰7으로의 중심이동을 가속화하건 간에 안드로이드에 '올인'해왔던 기업들에 비해서는 현 상황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안드로이드OS를 장착한 '갤럭시' 시리즈를 주력 스마트폰 라인업으로 내세우고도 독자 OS '바다'를 장착한 '웨이브' 시리즈를 별도 라인업으로 가져가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안드로이드의 위기'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 여지를 충분히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바다는 세계 OS 시장에서 205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1.9%의 점유율을 기록, 윈도폰7을 제치고 5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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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박영국 기자 (24py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