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경은 기자]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레임덕(Lame Duck)' 이라는 단어가 들려온다. 말 그대로 절름발이 오리처럼 제대로 걷지 못한다는 뜻이다. 임기말 정책 집행에 일관성이 없고, 권력누수까지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는 청와대 모습만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레임덕 현상은 각 정부부처의 무사안일주의형태를 자아내고 있고 집권 여당은 일부 국회의원의 탈당파문등 내홍이 끊이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의 기회비용 낭비에 일조 하고 있다.
그런데 최시중위원장이 수장으로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최근 레임덕 징후를 엿볼수 있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오늘(14일) 오전, 평소보다 유난히도 분주했다. 갑자기 잡힌 방통위 브리핑 덕분에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이동했다. 브리핑은 일정을 전달받은지 30분이 채 지나지않아 시작됐다. 제4이동통신 참여를 철회키로 했던 현대U&I가 이날 오전 급히 방통위를 방문해 제4이동통신 재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브리핑을 마치고 5분이나 지났을까. 대변인이 다시 기자실로 들어왔다. 상황이 유동적이니 좀 전 브리핑 내용은 기사화하지 말고 잠시 보류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현대U&I 측으로부터 팩스를 통해 불참여 의사를 최종 확인했다고 최초 브리핑 내용을 번복했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얄궂은 호기심일지 모르겠지만 누구를 향해 웃었던 것일까 궁금했다. 자리다툼을 위해 입장을 번복하는 현대측의 꼴이 우스웠던 걸까, 짧은 시간내에 발표내용을 번복하는 방통위를 향한 웃음이었을까.
방통위 입장에서는 연내 사업자 선정을 목표로 밝혔던 제4이동통신이 갑작스럽게 변수를 맞자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그리고 청문회 참여의사 전달 등 원상복귀 가능성이 보이자 급히 기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확인 내용의 단정 발언 등으로 인해 일부 매체는 본의 아니게 오보 소동에 휘말려야 했고 제4이통과 관련된 기업들 주가는 출렁였다. 그들이 분주한 움직임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허무함을 느꼈는지 모른다.
그들의 행정 미숙은 당장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견 수렴없이 결론내린 탓에 법정행을 면치 못한 KT 2G 종료 건, 지상파-케이블 업체 간 갈등 중재, 무리한 개국 강행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는 종편문제 등 수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포스트 방통위, 정통부 부활 논의는 끝없이 제기되고 있다. 무리한 강행으로 결과물 내놓기에 급급하기보다, 안정적 행정력을 인정받아 방통위의 존립여부에 의심품는 이들이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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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경은 기자 (now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