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현대家 오너와 전문CEO 간 맞대결
19대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3월 29일 시작됐다.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정치권력을 누가 쥐느냐의 갈림길이다. 특히 여야가 전력을 기울여 사수하고자 하는 격전지들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전장(戰場)이다. 뉴스핌은 4·11 총선 격전지 중 특히 한국정치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후보들이 맞붙은 수도권과 지방 각 10곳씩을 찾아 생생한 현장르포를 시작한다.<편집자주>
[뉴스핌=최주은 기자] 서울대 상대, 현대중공업 입사 등 비슷한 점이 많은 두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 경쟁자로 만나 주목받고 있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6남이자 현대중공업 사장을 지낸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다. 정치경력은 13대부터 18대까지 6번 연속 국회의원에 당선된 중진의원으로 울산 동구에서 5번(13대~17대), 서울 동작구을(18대)에서 1번 당선됐다.
민주통합당 이계안 후보는 현대자동차 사장과 현대캐피탈 회장을 지냈다. 이 후보는 17대 총선에서 4년간 의정 생활을 했으며 서울 동작구을(17대)에서 당선됐다.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18대 총선에 불출마, 지역구를 잠시 떠났다 이번에 다시 돌아왔다.
두 후보는 현대중공업에서 같이 직장생활을 출발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1951년생인 정 후보가 1975년, 한 살 적은 이 후보는 1976년에 각각 입사했다.
총선을 이틀 앞둔 9일 두 후보를 만나봤다.
◆젊은이 투표율 총선 영향…정몽준 “젊은이들과 소통했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사당역에서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김학선 기자]
총선을 이틀 앞둔 날이라 그런지 후보들의 일정은 빠듯했다.
정몽준 후보는 청바지와 점퍼 차림의 수수한 모습으로 사당역 8번 출구 입구에서 출근하는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정 후보는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다선 의원에다 FIFA(국제축구연맹) 명예부회장 등 굵직한 업무를 병행하고 있어서인지 정 후보는 시민들에게 낯설지 않은 듯 했다.
정 후보는 출근길을 재촉하는 주민들을 향해 두 손을 흔들기도 하고, 손을 건네 악수를 청하기도 하는 등 스킨십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
정 후보는 “선거를 여러 번 치르다 보니, 악수를 하면서 잡는 손을 통해 지지자인지 아닌지 정도를 감지할 수 있다”며 “최대한 스킨십을 통해 연대의 감정을 느끼려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자는 정 후보에게 즉각적인 사진 촬영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 후보 캠프 관계자는 “대학교 주변 유세를 가면 사진 찍자는 제안을 많이 받곤 한다”며 “후보님을 지지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고 말했다.
정몽준 후보는 동작을 선거구에 포함된 지역의 상업지역 비율을 늘려, 기업을 유치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혔다. 현재 동작의 상업지역 비율은 1.7%로 서초구의 6.8%, 서울시 평균 7%에 크게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 재벌공약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유입 등 부정적인 부분은 막아야 하겠지만, 대기업을 죽이자는 입장은 지양한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는 총선 이틀 앞둔 시점의 각오에 대해서는 “중요한 선거니까 무조건 열심히 해야죠”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또 투표율 55%가 넘으면 새누리당에 불리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새누리당과 이 지역과는 연관을 짓지 않고 있다”며 “젊은 분들과 대화를 많이 했고 (나름) 소통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계안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으로 다가섰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이계안 후보가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김학선 기자]
민주통합당 이계안 후보는 9일 사당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이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돕는 인원만 줄잡아 스무명은 돼 보였다.
이 후보측은 현재 판세가 열세인 건 인정한다면서도 이번 총선 선거판에 늦게 들어왔고 경제적으로도 상대 후보보다 부족해 무조건 발로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와 잠자는 시간은 대략 2~3시간 내외라며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주민들을 더 열심히 만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계안 후보는 총선 때까지 각오에 대해 “투표율 높이는 캠페인을 꾸준히 할 것”이라며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섰다”며 낙관했다.
이 후보 공약은 '재벌개혁'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 후보 측을 의식한 공약으로 판단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도입, 순환출자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 '재벌개혁 3종세트'와 함께, SSM(기업형 수퍼마켓)의 무분별한 확장 방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던지기만 하는 공약이 아닌 현실성 있는 공약을 통해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와의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과 관련해서 이 후보는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낮 시간대 집 전화를 위주로 한 여론조사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게 오히려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동작을, 젊은이 요충지 ‘공략’ 필수지역으로 부상
사당역은 교통의 요지이면서 수도권 대학교 등하교 버스가 집중되는 지역이라 젊은 사람이 많이 사는 동네다. 때문에 두 후보에게 젊은 층 공략은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사당4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임(23세‧여)씨는 “정몽준 후보가 많이 알려진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지만, 대기업 오너다 보니 아무래도 서민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사당1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29세)씨는 “대기업 유치는 좋은 공약이지만 기업가 오너로서, 국회의원으로서 그 한사람의 의지로만 되겠냐”며 “공약(空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사당1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34세‧남)씨는 “정 후보의 경우 울산에서 한 일이 많다”며 “기업가 오너라는 스케일을 바탕으로 일을 하려들면 결과는 지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계안 후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흑석동에 거주하는 주부 이(38세)씨는 “정몽준 후보는 뉴타운 공약을 발표만 했지, 실제로 한 일이 없다”며 “좋은 공약들을 내놓으면 뭐하나. 지키질 않는데”라고 지적하고 “그런 면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다. 현실성 있어 보이는 공약들이 많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사당3동에 거주하는 채(46세‧여)씨는 “사람들이 이계안 후보 이름도 잘 모른다”며 “이 후보는 진짜 봉사의 삶을 살아온 공직형 인간인데 인상이나 말이 감각적으로 먹혀들지 않아 인기나 지명도가 적은 거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상도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51세)씨는 “이 후보는 한때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지역구를 버리지 않았냐”며 “한번 그런 사람이 두번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경우 지역구를 버리고 다른 판단을 내릴 요인이 있다는 게 우리 지역구의 대표로 적합한가하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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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