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권한은 '막강' 책임은 '미흡'
[뉴스핌=노종빈 기자]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전 회장이 지난해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검찰이 하나캐피탈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에 따라 검찰이 하나캐피탈을 압수수색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김승유 전 회장 소환여부 '관심'
하나금융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검찰 관계자들이 나와서 PC 및 내부자료를 들고 갔다"면서 "향후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김 전 회장 개인 비리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김 전 회장이 지난해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투자 타당성과 충분한 담보권을 잡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측이 유상증자를 도와준 대가로 금품을 건넨 사실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김 전 회장의 소환도 이뤄질 지 여부가 관심이다.
◆ 하나캐피탈, 미래저축銀 유상증자 145억 참여 "담보잡았다"
김 전 회장이 이끌던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9월 자회사인 하나캐피탈을 통해 김찬경 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한 바 있다.
미래저축은행은 당시 금융감독원 적기시정조치 유예 대상으로 경영개선 중인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하나캐피탈이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사실상 편법으로 대출해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나캐피탈은 미래저축은행 보통주 290만주, 9.93%의 지분을 145억 원에 사들였다. 당시 유상증자에는 미래저축은행 사옥이나 김찬경 회장의 지분 및 개인 소유 아파트와 그림 등이 담보설정이 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하나금융 측의 김찬경 회장 소유 골프장 회원권 18억원어치 구입과 하나캐피탈의 유상증자 참여는 모두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재임 기간 동안 이뤄졌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당시 하나은행장은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인 김정태 전 은행장이었고, 하나캐피탈 사장은 현 하나은행장인 김종준 전 사장이어서 모두 미래저축은행과 관련된 인사들은 모두 한 계단씩 승진한 상황이다.
김정태 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2008년 하나은행장을 거쳐 지난 3월 인사에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올랐다. 김종준 현 하나은행장도 지난 2009년 1월 하나캐피탈 사장을 거쳐 지난 3월 하나은행장에 취임했다.
◆ "지주사, 권한만 있고 책임은 그다지"
이와 관련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김승유 전 회장과 관련 의혹이 있다면 원칙대로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불법이나 비리가 확인되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금융산업 전반의 신뢰회복과 관련된 문제"라며 "사건을 은폐 축소하거나 미온적으로 덮으려 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가 터지게 된 것은 금융권 내부의 구조적인 측면도 있다"면서 "지주사 회장이라는 막강한 권한과 권력에 비해서 이에 대한 견제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 상에서는 지주회사법에 규정된 권한 만을 행사해야 하는데 권한을 벗어나는 행위를 하더라도 별다른 제재는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