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캐피탈업계 고위험 구조 '우려감'
[뉴스핌=노종빈 기자] 하나금융그룹 소속 하나캐피탈의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참여와 같은 형태의 부실 투자가 언제든 재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금융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캐피탈사들은 워낙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어서 전문가들도 종잡을 수가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 "캐피탈 업계 현실"
이번 사건은 국내 캐피탈 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캐피탈 업계는 할부금융 주력하는 쪽이 있는 반면 또한 기업금융에 주력하는 곳도 있다. 이 가운데는 기업금융에 주력한다고 내세우면서도 실제는 가계 신용대출에 주력하는 곳도 있다.
일부는 특정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을 다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의 경영 방식은 흔히 '짬뽕' 스타일로도 불리는데, 하나캐피탈 쪽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치 '팔방미인 밥 굶는다'는 속설처럼 전문성 없이 이것저것 다 하는 금융사라는 점이 약점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캐피탈이나 산은캐피탈처럼 뚜렷하게 기업금융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대캐피탈처럼 할부금융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나캐피탈은 하나금융그룹 내에서는 가계신용쪽 미션으로 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실에서는 일정부분 기업신용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리스크의 패턴이나 수준 자체가 대단히 높은 비즈니스"라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2004년 코오롱 횡령사고…하나금융에 인수돼
하나캐피탈의 전신은 지난 1994년 설립된 코오롱캐피탈로 코오롱그룹의 수입차 할부금융사업에서 출발했다.
일본, 독일 등 외제차 판매의 수입할부 금융을 담당했으나 몇년전 거액의 횡령사고가 터지면서 급격히 부실화됐고,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됐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2004년 당시 코오롱캐피탈은 당시 단일 금융회사로는 사상 최대인 470억원이 넘는 횡령사건이 터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당시 자금 담당 임원이 구속되는 등 적지않은 파문을 남겼다.
이후 하나금융이 거액을 투자하고 추가자금을 지원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100억원 대 유상증자를 지속하면서 납입자본금 724억원, 자산규모 2조원에 달하는 거대 금융사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하나캐피탈은 금융사로서 특별히 이렇다할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하나금융 그룹으로 편입되고 나서 급격히 외형성장을 했다"며 "지난 2008년부터 개인대출 쪽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방향을 설정하던 중 이같은 투자 사건이 터졌다"고 말했다.
◆ "비슷한 사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이번 사건과 같은 상황은 업계에서는 사라질 수가 없다는 것이 정설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금융권의 사후처리는 내부적 지원이라는 손쉬운 해결책으로 원인부실을 덮어버리는 것이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하나하나 분석해서 근본적인 재발방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이같은 사태의 투명한 견제가 가능하고 투자 기능도 바로 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사태를 피상적으로만 분석하고 모회사의 지원으로 돌려버리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그 쪽은 한마디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비즈니스"라며 "캐피탈 업체의 비즈니스는 제1금융권(은행)과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마디로 돈되는 것은 다 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고위험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하나캐피탈이 유독 도드라진 것이지 펀더멘털 측면에서 보면 어느 곳도 골치가 아프기는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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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