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경쟁 활성화' 제도적 보완 필요성
[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교보생명 지분의 33.9%가 외국계 자본 2곳에 각각 매각되는 과정에서 정부 보유 지분이 다소 싸게 매각돼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31일 IB투자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보유한 9.9%는 4680억원(주당 23만원)에 매각된 반면,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24% 지분은 1조2054억원(주당 24만 5000원)에 거래 합의돼 다음달 초 정식 매매계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 대우인터보다 305억원 싸게 매각
불과 한달여 만에 교보생명이라는 대형 보험사의 대량 지분 거래가 잇따라 이뤄진 것은 쉽게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이번 딜의 결과 대우인터는 캠코보다 교보생명 지분에 대해 주당 1만5000원, 약 6.5%의 더 높은 주당가격을 받고 판 셈이 됐다. 그렇게 된 이유는 대우인터의 교보생명 장부가는 주당 25만원 수준으로 이 가격대를 고수해야 한다는 내부적 원칙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반면 캠코가 대우인터와 같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했다면 약 305억원의 공적자금을 더 회수할 수 있었기에 정부 지분을 싸게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 배경으로는 캠코가 부실채권정리기금의 활동시한 15년이 종료되는 올해 11월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각종 지분매각에 막판 스피드를 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분석이다.
실제로 캠코가 최근 진행중인 대우일렉과 쌍용건설, 쌍용양회 등의 지분 매각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 절차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 있다.
◆ 캠코, "정부가 적정가격 심의…문제없어"
이번 지분 매각과 관련 캠코는 아무런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가격 산정 방식과 관련해서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쳤고 그 결과 적정한 가격으로 평가돼 그대로 매각됐다는 것이다.
캠코의 주당매각가격 23만원은 교보생명 주당자산가치(PBR)의 0.92배에 해당해 생보업계 2위인 대한생명의 0.83배 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대한생명보다 수익가치가 높은 알짜기업으로 소문나 있다. 주식가치 평가를 하면서 향후 창출할 수 있는 수익성과 미래가치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현재의 자산가치만 반영해 매각가를 결정한 것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캠코는 대우인터가 보유한 지분은 24%로 캠코 9.9%보다 지분율이 높아 경영참여의 접근성이 높아 더 매력적이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내세운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는 교보생명 지분 9.9%도 3대 주주에 해당하는 적지않은 비중이며 충분히 경영권을 견제할 수 있는 지분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 대우인터 매각한 뒤 팔았다면?
또한 교보생명은 비상장주식이므로 시장 거래가의 10% 정도를 할인해 파는 것도 적정한 것이라고 논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교보생명 정부지분 매각 결과는 시기와 매각방식, 가격심사의 모든 면에서 적잖이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캠코의 논리대로 지분 24%가 지분 9.9%보다 더 매력적이었다면 양자가 공조해 33.9%로 팔았다면 수백억원 정도는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수출입은행에 정부물납 형태로 넘어가 있는 정부 지분 6% 남짓도 물납하지 않고 15%로 합쳐서 함께 매각했더라면 더 많은 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애초에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자신이 없었다면 최소한 대우인터의 매각 결과를 지켜본 뒤 매각에 나섰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 국가계약법 '허점' 전략적 보완 필요
결국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의 경직성과 이를 집행하는 기관들의 비효율성이다.
이번 매각과정에서 대우인터는 민간기업으로 입찰 이후에도 추가경쟁입찰(progressive bidding) 방식 등으로 가격경쟁을 유인할 수 있었던 반면, 캠코는 국가계약법 절차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일반경쟁입찰로 최종입찰 호가를 제시받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격을 높일 수 없었다는 해명이다.
그렇다면 일부 시장경쟁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지분에 대해서는 전략적 판단을 통해 추가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할 수 있게 하는 쪽으로 제도적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흔히 정부 지분은 주인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도 정부지분이기 때문에, 딱히 지켜보는 주인이 없기 때문에 충분한 전략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공적자금 추가 회수의 기회를 놓쳤다면 적잖이 아쉬움이 남는다.
매각 일정대로, 법이 정한 규정대로 한 것과 똑같은 결과라면 굳이 매각주관사를 선정, 수억원 대의 추가 비용을 들여서까지 부산을 떨 필요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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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