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증권사 경영진이 채용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우수한 젊은 인재를 보강해 지속적인 성장의 주춧돌로 길러야하지만 당장의 수익성에 빨간 불이 들어와있다. 지점 통폐합, 희망 퇴직, 보유 자산 매각 등 몸집 줄이기를 추진하면서 신규 채용을 결정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군을 중심으로 계약직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우수한 경력직원들의 입사 지원서가 쌓이는 점도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계획을 확정한 회사는 10대 증권사 중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2곳에 불과하다.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부분이 9~10월중 공고를 내야하지만 아직 채용 규모 등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채용 담당자는 "증시 거래대금 감소로 대부분의 지점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고,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라 채용을 논의하기가 어려운 분위기"라며 "채용한다해도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 또한 "시장 상황과 사업부별 인력 운용 필요성에 따라 채용 규모가 정해지는데 비상 경영을 하고 있어 신규 인원 수요를 말하는 부서가 많지 않다"며 "공채보다는 업무상 필요한 인력을 경력직으로 채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지난 1분기(4~6월)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70% 가량 급감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몇몇 증권사들은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지점 숫자를 줄이고, 희망퇴직을 추진중이다.
증권사 공채의 또다른 변수는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바꾸는 구조개편이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애널리스트, 자산운용부서 딜러, 채권 브로커, 기업금융(IB), 전문 영업직 등 직군을 중심으로 계약직 전환이 진행돼왔다. 이들은 적은 고정급 대신 성과에 따른 보상(인센티브)를 받고, 보다 나은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로 이동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전체 증권사 임직원(전문투자상담사 및 기타 제외) 4만2993명 중 정규직원은 3만4025명이고, 계약직원은 7879명이었다. 계약직이 18.3%에 이른다.
이같은 인력구조 변화도 공채 규모 축소의 이유라는 얘기다.
또한 증권사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다른 증권사로 이동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특히 강남, 분당 등 소위 전략지역에서 영업을 했거나 상품개발부서 등에 근무했던 직원들은 인기가 높다는 후문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대형 증권사에서 불가피하게 퇴사한 직원이지만 쓸만하다는 추천을 받았다"며 "이런 우수 경력직원들을 충원하는 것이 신규 채용보다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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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