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민주화' 선점하자…입법 경쟁 '후끈'
정치권發 '경제민주화'파장이 재계를 뒤흔들고 있다. 재벌의 지배구조문제나 금산분리 확대 등 쟁점 하나하나가 휘발성이 만만치 않다.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경제민주화'는 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을 소지가 많다. 나라경제의 반석 역할을 하는 우리 기업들도 차제에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경제 민주화' 바람이 칼바람이 아니라 훈풍이 되도록 정치권과 재계, 시민사회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대선과 재벌개혁'을 기획한다.<편집자주>
[뉴스핌=김지나·최영수 기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주요 대선이슈로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며 강한 실천의지를 내세우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헌법 119조 2항에 명시된 '균형 있는 경제 성장과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와 경제주체 간의 조화' 등을 의미한다. 정치권은 경제력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대기업 집단의 불법·탈법 행위 등을 바로잡는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 출총제·순환출자·금산분리가 주요 쟁점
정치권은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 부당인하 등의 고질적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입장이다. 19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관련법안을 제출했다.
또한 대기업의 순환출자 규제, 금산분리(금융자본에 대한 산업자본 지배 규제)같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법안도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순환출자란 A사는 B사, B사는 C사, C사는 A사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즉 A→B→C→A 형태로 순환고리를 이루는 투자방식이다.
‘공정거래 질서 확립’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새누리당이 지난 5월 말 발표한 ‘공약 실천 제1차 12대 법안’을 보면 정기적인 내부거래 실태 조사를 통해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고, 중소기업이 시장의 66% 이상을 지배하는 업종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신규 진출 자체를 금지하도록 했다.
또 대기업이 하도급 단가를 부당하게 인하했을 경우 그 금액의 몇 배를 물어내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했다. 최근 여당 일부 의원들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전면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주식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재벌개혁’을 핵심과제로, 10대그룹에 대해 출자총액제한제 도입을 비롯해 6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대해 순환출자를 금지하자는 것을 당론으로 채택, 법안을 발의했다. 기존 순환출자는 3년 내 해소하고 해소하지 못할 경우 해당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게 민주당의 당론이다.
민주당은 또 대기업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높인다는 방안이다. 소득세의 경우 최고세율 38% 적용 과표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당마다 각 사안에 대한 시각에서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의견의 일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향후 국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입법화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 대선주자들 ‘경제민주화’ 공약 불꽃경쟁 예고
‘경제민주화’ 경쟁은 앞으로 약 4개월 간의 대선판에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야 대선주자가 한 목소리로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각종 관련 공약을 쏟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 모두 총론에서는 비슷하겠지만 각론에서는 차별화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이 주목된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를 줄기차게 피력하고 있다. ‘박근혜 노믹스’(박근혜식 경제정책)가 반영된 대선공약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그는 지난 4월 총선에서는 ‘공정거래질서 확립’ '대기업의 불법·탈법 근절‘ 등의 제한적인 수준에서 표현했으나, 대권도전 선언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투자한 이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불합리한 면이 있는데 이건 바로잡아나가야 되지 않겠나”라며 한 발 앞으로 나간 모습을 나타냈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후보들도 모두 경제민주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경제민주화의 출발은 시장으로 넘어간 권력, 또한 재벌에게 넘어간 권력을 찾는 것이다. 재벌개혁이 시작"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후보도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 성장을 위해서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두관 후보는 “대기업을 엄호했던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조차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한다”며 “어떤 후보나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실천력이 문제”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정세균 후보도 ‘낙수경제’에 대조되는 '분수경제'라는 개념을 피력하며 "중소기업을 살리고 대기업의 횡포를 막고 성장의 원천을 서민과 중산층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야권의 잠재적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적극적인 경제민주화 주창론자다. 안 원장은 “경제 양극화의 정점에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가 있다”며 “재벌 개혁을 통해 대기업의 특혜를 폐지하고 중소기업을 중점 육성하는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안 원장 또한 민주당 후보들과 비슷하게 출총제 재도입과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대체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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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지나·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