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대 현대·대림과 어깨 나란히...65년간 법정관리 2번
[뉴스핌=이동훈 기자] 법정관리를 신청한 극동건설은 65년 역사를 자랑한다. 대한민국 건설사의 산증인이자 주역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법정관리로 좌초됐다.
극동건설은 지난 1947년 창업자 김용산 회장이 세운 대영건설사로 출발했다.
1953년 현재 이름인 극동건설로 바꿨다. 이듬해 남대문시장 신축공사를 시작으로 1965년 해운대 극동호텔 신축공사, 1970년 포항종합제철항 건설공사 등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기반을 다져나갔다.
이후 1970년대 들어 아산방조제, 서울지하철 1호선, 남양방조제 등 정부가 발주한 공사를 연이어 따내며 외형을 키웠다. 이 당시 극동건설은 현대·대림·삼환·삼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5대 건설사’로 이름을 날렸다.
극동건설은 1970~1980년에는 중동을 비롯한 해외시장에 뛰어들어 사업규모를 키웠다. 1979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외교단지 하부구조공사를 따냈고 같은해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힘을 실었다. 이후에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사무소, 중국 북경사무소, 베트남 하노이사무소를 설치하며 활발한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고른 활약을 보이던 극동건설은 1997년 불어 닥친 외환위기로 휘청거렸다. 무리한 사업확장이 발등을 찍은 것.
자금력을 바탕으로 1980년대 동서증권과 동서경제연구소를 인수해 금융업에 진출했다. 그러나 무리한 자금 지출이 부메랑이 돼 이들 회사는 각각 1997년과 1998년 부도가 났다. 이로 인해 극동건설은 1998년 부도 처리됐고 같은해 7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주인이 두차례 바뀌는 풍파를 겪는다. 2003년 법정관리 졸업과 함께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1700억원에 팔렸다. 4년 뒤인 2007년 웅진그룹이 론스타로부터 6600억원에 극동건설을 사들이며 새로운 주인이 됐다. 웅진그룹은 주력사업인 웅진코웨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아래 극동건설을 인수했다.
하지만 부동산 장기불황에 국내 주택사업 규모는 쪼그라들었고 해외사업은 대형건설사과 기술경쟁력에 뒤처지며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업정상화를 위해 웅진그룹이 수차례에 걸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했지만 회사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무리한 자금수혈이 웅진그룹과 극동건설 모두 자금난에 허덕이게 되는 악수가 된 셈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극동건설이 ‘웅진스타클래스’란 아파트 브랜드를 론칭하고 주택사업에 공을 들였지만 대규모 미분양에 발목이 잡혔다”며 “법정관리 결정은 웅진그룹이 더 이상 극동건설을 살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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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