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액 확인 어려워, 장롱 속에 방치
[뉴스핌=최주은 기자] # 직장인 A(43)씨는 기프트카드(Gift Card)가 별로 달갑지 않다. 남는 금액이 얼마인지 모르기 때문에 물건 값을 치룰 수 있는 지 머릿 속으로 계산해야 한다. 계산원에게 카드 잔액을 물어봐도 대답은 "여기서는 확인할 수 없다"였다. 이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키프트카드만 다섯 장이다. A씨는 "잔액을 다 합치면 모르긴 몰라도 10만원은 넘을 것"이라고 했다.
기프트카드가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최근 발급건수와 금액이 늘었지만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용 내역 확인이 바로 되지 않을뿐더러 남은 금액 환불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프트카드는 무기명 선불카드로 상품권과 비슷한 개념으로, 상품권을 카드화 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2년 삼성카드에서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하지만 기존 백화점 상품권, 주유 상품권, 구두 상품권 등 사용처가 제한된 지류 상품권이 주류를 이루던 상품권 시장에 사용처 제한이 없었던 기프트카드는 출시 초기 백화점 주도 등 사용거부로 연간 발급 규모가 5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기프트카드 발행은 6조4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카드 이용의 불편함이 곳곳에서 지적되고 있다.
통상 10만원 단위로 발급되는 기프트카드의 이용 현황을 일일이 메모하기는 쉽지 않다. 기프트카드 사용 내역을 알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수동으로 메모하거나 해당 카드사의 홈페이지, ARS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기프트카드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B(31세)씨는 “기프트카드로 결제하고 액면가 만큼 썼다 싶으면 서랍에 둔다”며 “그렇게 사용한 카드가 대여섯 장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금액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사용한 금액을 어떻게 조회하는지 기프트카드를 받으면서 전해들은 내용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또 다른 기프트카드 이용자 C(46세)씨는 “카드를 사용하면서 잔액 현황을 바로 알 수 없었던 점과 환급 등 안내가 미비한 점이 불편하다”고 했다.
대부분 기프트카드는 액면가의 80% 이상을 사용하면 잔액에 대해서는 환급을 해준다. 하지만 홍보 부족으로 이에 대해 아는 고객은 많지 않다.
기프트카드 뒷면에는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ARS번호가 안내돼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고객은 미미한 수준이다. |
지난 9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카드 잔액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고 소멸시효 경과로 인해 카드사 수입으로 처리된 카드수는 201만개, 수입총액은 무려 143억원에 달한다.
연도별 수입액은 2007년 6억원에서 지난해 51억원으로 9배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33억원 발생했다. 잔액 환불이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잔액 환급 창구 운영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카드사와 은행들의 환불창구 종류는 7개 전업카드사들은 영업점과 홈페이지, ARS(콜센터), ATM(현금지급기), 기부 방식 등을 다양하게 도입하고 있는 반면, 은행들은 여전히 영업점과 홈페이지, ARS에 국한돼 있다.
또 영업점 방문을 통한 환불이 전체의 83%에 이를 정도로 고객들의 환불불편은 여전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고객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ATM을 통한 환불이 가능한 곳은 신한카드, 삼성카드, 경남은행으로 3곳에 불과하다.
기프트카드 발행 급증에 따른 카드사의 낙전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환급 창구를 확대하고 환급에 대한 홍보가 강화돼야 한다는 게 카드 이용객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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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