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금감원, 연말께 은행 5-6곳 대상 1차 시행할 듯
[뉴스핌=이기석 기자] 정부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깨고 밑으로 떨어지자 외환 공동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3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과 금융감독원은 공동으로 국·내외 은행들의 선물환 포지션 실태에 대한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검사는 외국환거래법상의 공동검사로 선물환 포지션 실태와 더불어 파생상품과 연계된 구조화 예금의 운영상황을 집중 점검할 것으로 예정이다.
정부와 외환당국이 공동검사에 나선 것은 지난 2010년 6월 '자본유출입 변동완화 방안'의 후속 작업으로 그 해 10~11월, 지난해 4~5월에 이어 세 번째다.
한은과 금감원은 외국환거래법 제 20조와 시행령 제 35조에 따라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에 대한 검사를 공동으로 실시할 수 있다.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은 국내 및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이 해당되는데 모두 56곳에 달한다.
그렇지만 외환당국은 아직까지 시기와 대상 은행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조만간 실시할 계획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또 이날 외환 공동검사가 공론화가 되긴 했지만 정부나 외환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었다.
공동검사의 시기와 대상, 조사 내용을 결정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하고, 지난 1,2차 때와 마찬가지로 1차 조사 이후 2차 조사를 더 할 수도 있으며, 규제 여부는 한참 뒤에나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지난 25일 재정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외환규제 3종 세트를 강화하는 것은 개봉박두 상황이 아니라 연구투자(R&D) 상황”이라며 “당장 시행할 것은 아니다”고 밝힌 바도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개봉박두 여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공동검사의 시기와 대상, 조사범위 등을 구체화하려면 연말께쯤 되지 않을까 하며, 지난 1,2차 때와 마찬가지로 1차로 국내와 외국계 은행을 선정해 조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정부 외환당국 공동검사 카드 왜 꺼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외환당국이 외환 공동 검사에 나서기로 하고, 이를 서둘러 공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로존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무제한 돈풀기 등 양적완화(QE) 조치로 국제유동성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고 이것이 경제사정이 나은 신흥국으로 봇물을 이루고 들어올 가능성에 대비하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실제 국제유동성이 봇물을 이루고 들어오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 9월 하순 이후로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우위를 보였으며, 채권시장에서도 금리인하 이후 반등 흐름으로 채권매수가 주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는 “미국의 양적완화가 국제유동성을 급증시키고 이런 자금들이 국제상품시장에 유입되거나 국내로 들어올 경우를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1,2차 때는 그랬지만 3차 때는 아직 구체적인 정황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외환공동 검사 카드를 꺼낸 것은 무엇보다 ▲ 원/달러 환율의 하락속도가 빠르고 하락압력도 크다는 게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 ▲ 국가신용등급 상향 이후 은행이나 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이 늘어났으며 ▲ 연말 대통령 선거 등 권력교체기를 앞두고 자본유출입 상황을 파악할 필요 등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 환율 1090원대로 4일째 하락, 기업발 '스탑로스'
우선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11년 하반기 이래 13개월만에 1100원을 뚫고 하락한 뒤 1090원 초반선까지 하락했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91.50원으로 전날보다 4.30원 하락하며 마감했다. 지난 25일 1100원을 하회한 이래 나흘째 하락했으며, 나흘간 12.10원으로 10원 이상 빠졌다.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100원은 지켜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상태여서 1100원 밑으로 떨어지자 달러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수출업체들이 월말에는 수출물품을 선적한 뒤 수입업체들한테 달러 대금을 받아 원화로 환전하려는 욕구가 큰 탓에 은행을 통한 달러매물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지난 8월까지 수출은 비록 지난해보다 감소된 상태였으나 수입도 감소한 탓에 무역흑자가 큰 상태이고, 9월과 10월의 경우 경제활동이 왕성한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기업들의 해외 수출 등으로 벌어 놓은 달러예금 잔고가 400억달러에 육박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환율 하락으로 기업들의 달러 매도심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발표한 <'2012년 9월말 현재 거주자 외화예금 현황>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392억 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8월말 358억3000만 달러에 비해서도 34억 3000만 달러 증가한 기록이다.
9월중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되면서 수출대금의 예치가 크게 증가했고, 기업의 해외증권 발행자금 예치도 늘어나면서 거주자 외화예금이 크게 늘었다.
9월중 해외증권발행은 18억 5000만 달러로 4억달러로 집계됐던 8월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9월 중 수출은 456억 6000만 달러, 수입은 425억 1000만 달러로 수출입차는 31억 5000만 달러로 조사됐다. 이는 8월중 수출입차인 20억 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지난 2010년말에 비하면 거의 두배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0년말에는 230억달러 수준이었으며, 2011년말에는 300억달러, 그리고 올해 상반기인 2012년 6월말에는 330억달러로 증가했다가 9월말에 400억달러선에 다다른 것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유로존 재정위기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면서 환율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거주자 외화예금에 잔뜩 예치해 놨는데, 9월 이후 국가신용등급 상향 등 잇따른 호재로 환율이 급락하면서 불거졌다.
무엇보다 9월말 400억달러에 달하는 거주자 외화예금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120원 선에서 넣어뒀기 때문에 현재 1100원이 깨지면서 20원 이상 손실을 보며 물린 셈이 된 것이다.
기업들이 환율이 더 떨어져 손실을 더 보기 전에 서둘러 팔아야 하는 상황, 이른바 기업발 ‘스탑 로스’(Stop-loss)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도 “최근 선진국 양적완화 이후 외국인발 자본유출입에 대해 걱정이 많지만 외국인들의 주식이나 채권 순매수는 크지 않다”며 “유로존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역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흑자가 지속되고 국가신용등급 상향 등 호재가 컸던 데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 다른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국내 외환시장에 환율 하락 심리가 워낙 크고 기업들의 달러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며 “외환시장에 일방적인 달러 하락 심리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고참 딜러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전처럼 역외 투기세력 등에 의한 문제가 아니다”며 “기업들이 쌓아 놓고만 있다가 1100원이 뚫리면서 팔아야할 달러공급이 많기 때문이며 이를 어떻게 흡수하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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