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 가능성 열어둬야", "엔화 약세 등 글로벌 환경 고려"
[뉴스핌=김선엽 기자] 박근혜 제 18대 대통령 당선인의 향후 재정·통화정책에 대해 서울 채권시장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추경을 자제하는 가운데 가계부채 경감 등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금리 우호적인 측면이 있으나 실제 정책방향은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보인다.
우선 선거기간 박 당선인이 내세웠던 공약들만 살펴보면, 대체로 채권시장에 우호적이다. 추경 자제, 토빈세 반대, 가계부채 부담 경감 등을 주장하고 있고 지난 정부의 고환율 정책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재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박 당선인이 좀 더 친기업 쪽 입장에 있다고 보면 금리인하나 외환방어 가능성이 있어 고환율 정책은 유지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준금리는 인하는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를 위해서도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일본 자민당 집권으로 원/엔이 크게 하락 중이고 세계는 금리인하를 통한 내수부양과 자국통화 가치 약세유도를 통한 환율전쟁 중이므로 우리도 결국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마련을 위해 캠코채 등을 발행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한편 내년에 결국 추경이 실시될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특히 박 당선인의 경제수장격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의 시각은 금리 쪽에 좀 더 '비우호적'이다. 외환건전성 3종세트의 강화는 물론이고 토빈세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 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외국자금이 나갈 수 있고 가계부채가 늘어난다"며 "단순히 경기 부양만 보면 안 되고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또한 토빈세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그는 "환율 변동이 커지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 다들 힘들어지기 때문에 거시건전성 3종세트(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선물환 포지션 감축)로 대응하기 어려울 때는 토빈세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내년 새 정부가 기준금리를 직접 손대기 보다는 추경 등을 통한 확장적 재정정책과 미시적인 금융정책의 조합을 펼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금리 쪽에 부정적이라는 의견도 시장에서 제시된다.
이재형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대출금리 추이를 보면 4%대로 과거와 달리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정책효과를 지켜보지 않을까 싶다"며 "내년에는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회사채 시장 등 리스크가 있는 곳을 미시적으로 관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매니저는 "재정을 20조원 가량 푼다고 하는 것을 보면 길게 볼 때 금리 쪽으로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물론 박 당선인 주변에 다양한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한 두 명의 의견에 휩쓸리는 것도 곤란하다. 따라서 다음 주에 발표될 인수위원회 인선까지는 정책의 방향성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새롭게 출범할 정부의 정책방향은 결국 대외여건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증권사의 한 채권 매니저는 "일본 아베 신조 차기 총리가 공격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이에 대한 박 당선인의 스탠스가 무엇일지가 관건"이라며 "한은의 독립성은 더 위태로워질 텐데 향후 금리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