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홍 한국투자증권 목동지점장
전일(17일) 코스피는 3.18포인트 하락한 1974.27로 마감했다.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의 1220억원 매도와 삼성전자의 3일 연속 하락세가 시장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시장의 모습은 전강후약의 전형적인 조정시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필자는 고민이 많아졌다. 지난 2일, 2013년이 시작되자마자 미국의 재정절벽 합의로 인한 기대감으로 지수는 2000선을 넘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추가적인 상승없이 지수는 다시 1900과 2000을 넘나들며 지지선을 굳히지 못하는 모양이다.
필자의 고민이란 것은 단순하게 코스피의 등락이 아니라 엔화 약세에 따른 주요기업들의 실적악화 가능성과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하지 못한 성장에의 우려감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엔화 약세 현상은 자민당 아베 신조 정권의 재집권이 확실시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더욱 두드러졌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87엔(1월 2일 기준)으로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그렇게 위험한 거냐고 물을 수도 있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엔화 약세 이전에 팔던 그랜저와 지금의 그랜저는 같은 상품이지만 환율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외국에서는 가격이 더 비싸게 책정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자동차로 외국 소비자들이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점도 문제를 더 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점점 줄어들면서 결국 경제활동의 활력은 감소하고 여기에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저성장 기조로 변하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 유럽위기, 재정절벽 등 굵직굵직한 글로벌 이슈들이 발목을 붙잡긴 했지만, 국민 평균연령이 20대, 30대인 동남아시아 및 중국에 비교하면 우리경제는 확실히 저성장 기조임이 틀림없다.
지난 발전사를 돌이켜보면 한국과 일본의 경제지표들은 닮은 꼴이 많다. 국내총생산(GDP)과 인구구조, 부동산 지수, 금리 추이 등은 한국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1990년대 이후 일본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과거 엔/달러 환율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급락(엔화 가치 급등)했다. 1985년 초 달러당 250엔이던 엔/달러 환율은 1988년 120엔대 전반으로 하락했다. 이후에도 엔고는 추세적으로 이어졌다. 과도한 엔화 가치 상승은 일본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졌다.
최근 원화 강세도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 당 1600원까지 치솟은 뒤 2011년 7월 1050원 대까지 하락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재차 고조된 지난해 5월엔 달러 당 1200원 근처까지 급등했으나, 9월 선진국의 양적완화 이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원화는 지난해 8월 말 이후 6% 가량 떨어져 주요 20개국 15개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결국 지난 일본의 상황에서도 봤듯이 자국통화의 강세는 수출기업들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데 현재 우리 주가에 그런 우려가 선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엔화 약세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긍정적인 측면은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 투자자들(일명 와타나베 부인)이 국내 증시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해지며 국내 증시에 일본계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 코스피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주 역시 엔화 약세를 반기는 업종이다. 여행주는 산업 특성상 엔화 약세가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국내 여행사는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 출국) 비중이 절대적이다. 주 고객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에서 덜하다.
마지막으로 엔화 약세로 환차익이 발생해 갚아야 할 외화 차입금이 줄어든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면을 제하고서라도 우리의 주력 업종인 제조업에게 있어 치명적이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독자들은 아마 고령화라는 말을 최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2000년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비율의 7%를 넘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우리 이웃인 일본은 어떠한가? 이미 일본은 ‘고령화 사회’보다 상위 단계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훨씬 큰 상태이다. 이는 일본의 노동생산성을 낮춰 경제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 또한 2018년에는 ‘고령 사회(14% 이상)’로 진입이 예고되고 있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 또한 이 부분이다. 이제는 그리스의 디폴트니 미국의 재정절벽이니 하는 문제보다 성장의 둔화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저성장 우려로 인해 최근 주목받은 기업들을 보면 저렴한 비용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저가 화장품, 편의점 업계, 아웃도어 산업이었다. 결국 이런 기조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경기순환적 성장에서 구조적으로 성장 가능한 기업들이 유효수요를 창출해 낼 것이고, 이 중에서 현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업들이 살아 남을 것이다. 이제는 불황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기업에 장기투자를 할 때이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