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스페인의 구제금융 요청 여부는 금융시장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연초 스페인 정부의 국채 발행이 성황을 이루면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 내외로 떨어진 한편 주식시장이 랠리를 보이는 등 위기 상황을 엿보기 힘들다. 정책자와 투자가들 사이에서도 최악의 상황이 지났다는 의견이 번졌다.
하지만 위기의 단초가 된 금융권 부실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근 금융시장 랠 리가 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스페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권 부실 여신이 11.38%로 상승했다. 10월 11.23%에서 상승세가 지속됐다.
11월 여신 총액에서 20억유로의 디폴트가 추가로 발생, 부실 여신이 1916억유로로 늘어났다.
11월 여신 규모는 전월 대비 0.3% 감소했고,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5.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주와 회사채가 상승 열기를 더하는 사이 자본건전성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얘기다. 올들어 방코 포퓰러 에스파뇰은 19% 랠리 했고, 카이사뱅크는 16% 뛰었다.
국채시장에도 온기가 번지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17일 2015년 만기 국채를 평균 2.713%의 금리에 발행했다. 이는 지난달 3.77%에서 상당폭 하락한 수치다. 앞서 올해 첫 국채 발행에서도 12개월과 18개월물 국채를 목표액을 웃도는 58억유로 규모로 발행했다.
국채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데 따라 한 때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지난해 스페인 경제는 1.4%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도 1.5%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 매니징 디렉터는 “금융시장 랠리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요청 가능성을 배제한 듯 보이지만 실상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았다”며 “현재 국채 수익률이 경제 펀더멘털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을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ETX 캐피탈의 이샤크 사이디키 전략가 역시 “투자자들이 스페인 국채 사재기에 나서면서 갑작스러운 금리 급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