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로 한국 남성들의 첫사랑 향수를 자극했던 대만 배우 계륜미가 청춘의 사랑과 아픔을 담은 감성 멜로 '여친남친'으로 국내 팬들을 찾아왔다.
7일 개봉한 '여친남친'은 계륜미의 인기작 '말할 수 없는 비밀'과 같은 장르의 멜로이자 로맨스. 하지만 전작에서 보여줬던 신비스럽고 가녀린 캐릭터는 오간데 없다. 주걸륜의 등에 얼굴을 대고 자전거를 타던 청순한 샤오위 대신 계륜미는 이 영화에서 당차고 매력적인 왈가닥으로 변신했다. 샤오위에 반했던 팬들이라면 "이 여배우가 정말 그 계륜미 맞아?"라며 어리둥절해할 정도로 말이다.
영화 '여친남친' 속 계륜미 |
"시나리오를 받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랑의 가능성과 범위가 넓게 표현돼 있다는 점이었어요.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여자와 남자 간의 이성적인 사랑뿐 아니라 사랑의 범위에 대해 정의를 넓혀줘 정말 좋았죠. 우리 영화는 친구, 가족 등 넓은 범위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만 역시 한국처럼 유교 문화권에 속해 있는 나라. 이번 영화에서 불륜녀 면모까지 보여주는 계륜미보다 더 관객들을 불편하게 한 것은 친구였던 리암이 메이바오에게 '네가 창녀야?'라고 내뱉는 장면이다. 졸지에 첫사랑의 아이콘에서 불륜녀, 혹은 창녀가 돼버린 심경은 어땠을까.
"불륜 연기에 대해서는 대만 역시 한국처럼 보수적인 곳이지만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사랑의 종류가 많이 있고 범위가 이렇게 넓을 수 있다는 점을 많이 알고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 배우니까 여러가지 면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불륜녀라고 마다할 필요는 없죠."
"이상한 이야기 같지만 항상 영화 속에서 삭발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옆머리를 밀었기 때문에)이번 영화를 통해 25% 정도는 꿈을 이루지 않았나 생각해요.(웃음) 친한 친구와의 관계에서 사랑의 감정이 생기는 계기가 머리를 미는 장면을 통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계륜미는 직접 머리를 미는 시늉을 하는가 하면 당시를 생각하면 웃음이 끊이질 않는 듯 여러 가지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 그에게서 병약한 미소녀 샤오위보다는 왈가닥 여고생 메이바오의 이미지가 더 어울리는 듯했다.
"머리를 직접 미는 장면은 단 한 번밖에 찍을 수 없잖아요. 때문에 촬영 전에 촬영 감독님, 스타일리스트, 스태프 등 다른 사람의 머리를 밀면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상대 남자 배우가 놀라는 장면을 처음 찍은 건 촬영 감독님 머리 깎을 때였는데, 당시엔 별로 안놀라더라고요. 다행히 제 머리를 실제로 깎을 땐 너무 깜짝 놀라 장면이 잘 나온 것 같아요.(웃음)"
그렇다면 과연 계륜미의 실제 성격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샤오위와 '여친남친'의 메이바오 중 누구와 더 가까울까. 양야체 감독은 이미 "메이바오가 남학생들을 때릴 때의 모습이 바로 현실의 계륜미"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상영되고 나서 많은 분들이 제 실제 성격을 샤오위처럼 생각하시더라고요. 연기를 못하지 않았구나 내심 기뻤죠.(웃음) 그 캐릭터를 맡을 당시에 감정이나 상황이 차분하고 안정돼 있어서 비슷한 부분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런 면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여친남친'의 메이바오는 '좀 더 강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딱 맡게 됐죠. 연기 생활에 있어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여친남친'은 지난해 대만에서 개봉한 후 입소문을 통해 한국 관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2012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단 7초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게다가 계륜미는 '여친남친'으로 이미 2012 아시아태평양영화제와 대만 금마장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양야체 감독의 금마장 관객상 수상 역시 눈길을 끈다.
"양 감독님이 없었다면 이런 좋은 기회를 얻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요. 상을 두 번이나 주신 것도 선배들이 앞으로 겁먹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죠. 상을 받는 건 배우로서 물론 좋은 일이지만, 일희일비하지는 않으려고요. 그저 본분에 맞게 묵묵히 연기하다 보면 관객에게 진심과 열정이 전달되고, 상이라는 근사한 보상도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한국 관객들의 사랑을 잘 알고 있고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저 역시 김기덕, 이창동, 봉준호, 박찬욱 감독님을 좋아하는 한국영화의 광팬이에요. 한국 영화를 찍게 된다면 김기덕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어요. 남자배우도 좋지만 여배우 중에선 전도연씨와 호흡을 맞춰 보는 게 소망이에요."
새 영화를 통해 사랑의 다양성과 추억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줄 계륜미. 이제 막 서른이 된 그에게 '여친남친'은 필모그라피에 추가할 단순한 작품이 아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도 그랬듯,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한 '여친남친'을 통해 그는 또 다른 사랑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영화 '여친남친'은 사랑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요. 전 세계 관객들에게 사랑에는 어떤 경계도 없고 모든 사랑은 평등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죠. 이 영화가 제게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 건 말할 필요도 없어요. 연기를 하며 절실히 느꼈거든요. 한국 관객들에게도 좋은 메시지를 전해줬으면 좋겠어요."
[뉴스핌 Newspim] 글=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