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완 재정부 장관, 뉴스핌 단독 인터뷰
[뉴스핌= 이기석·최영수 기자] 5년 전인 지난 2008년 '747 공약(연간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강국 도약)'을 내세우며 출범한 이명박 정부. 지난 5년간 국민들이 체감한 현실은 당초 공약과는 상당히 멀어 보인다.
하지만 유례없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성장을 지속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경제 및 사회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비판 속에서도 한국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는 분명해 보인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한 현 정부 경제정책의 공과(功過)를 짚어보는 것은 새 정부의 나아갈 바를 조명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온라인 종합경제미디어인 뉴스핌은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을 만나 현 정부의 지난 5년간을 돌아보고 올해 경제전망과 국정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박 장관은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시작으로 정부수석비서관과 국정기획수석비서관, 고용노동부 장관을 거쳐 지난해 6월부터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하며 현 정부의 후반기 경제정책을 총괄 지휘해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학선 기자) |
박재완 장관은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세종청사로 이전한 이후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하루를 분단위로 쪼개며 여전히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있었다.
먼저 박 장관은 올해 국제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안정화될 것이며 시스템 위기 같은 경착륙 국면은 없을 것이라는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국제금융시장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유럽의 경제상황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기 때문에, 변동성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경착륙 국면은 없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세 자리수까지 내려왔다가 폭등하는 등 매우 힘든 시기였다고 회고하면서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 환율이 폭등하면서 사실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하면서 "한미 통화스왑과 같은 큰 무기까지 동원해서 버틴 셈"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나라 통화가 기축통화가 아니고, 대외건전성 때문에 낭패를 본 경험이 몇 차례 있기 때문에 경계를 풀지 말고 '방파제'를 마련하고 체질 개선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G20 통해 환율전쟁 상생방안 모색, 금통위 열석권은 당연"
특히 유로존과 미국, 그리고 최근 일본의 무제한 돈풀기 등 양적완화에 따른 글로벌 환율 전쟁에 대해 우려하면서 환율변동성을 축소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로서는 유로존과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그리고 최근 일본의 아베 정부가 물가목표를 2%로 높이면서 무제한으로 돈을 풀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7.6%나 하락하면서 OECD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환율하락률이 컸으며, 특히 엔/원 환율이 15% 이상 급락하는 등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박 장관은 “우리경제도 과거보다는 안전장치가 강화돼서 어느정도 안전장치를 갖고 있고 기업들의 경우도 해외투자비중이 높아 영향이 있더라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그렇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환율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금융사회에서도 G20를 통해 국제금융사회에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신흥국으로 전이되는, 이른바 스필오버(Spill-over) 효과에 대해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환율정책을 통해 상대적인 비교우위를 가지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2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환율전쟁으로 뼈아팠던 경험에서 벗어나 상생할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의제화하여 대처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기획재정부가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는 '열석권'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기획재정부의 열석권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지금도 소통을 강화하자고 하는데, (한은이) 정부의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업무협력 차원에서 당연히 필요한 것인데,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은의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성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금통위에 참석하는) 차관이 발언내용을 사전에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으며, 한은에 어떤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전에 논의하지도 않는다"면서 "G20 재무장관 회의에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참여하는 이유도 바로 소통을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 "성장률 저조, 국민소득 높이며 GDP갭 줄인 것은 잘한 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학선 기자) |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과거 노무현 정부가 못한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서면서 747 등 고성장을 통한 국가 발전을 도모했지만 글로벌 금융 및 재정위기 속에서 5년간 평균 성장률이 3%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유로존 재정위기의 해결을 기대하면서 3%대 후반의 성장률을 전망했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나면서 결국 2.0%에 성장이 그치면서 5년간 성장률도 크게 잡아먹었다.
박 장관은 지난해 성장률이 저조한 주요 원인에 대해 ▲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 기업들의 투자 부진, 그리고 ▲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우리 경제가 대외의존도가 높다 보니 글로벌 경기침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 경기침체는 내수와 서민경제까지 두루 좋지 않게 작용했다.
그러면서도 박 장관은 세계 경기에 비해 우리나라가 지난 5년간 상대적으로 선방했음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최근 4~5년 사이에 세계경제 성장률과 우리나라의 성장률 차이, 이른바 ‘GDP갭’이 2.3%p에서 1.8%p로 좁혀졌다"면서 "국민소득을 높이면서도 GDP갭을 좁힌 것은 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위기를 겪어내면서 경기흐름이 살아나고 있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3%대 성장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며,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의 경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았지만, 올해는 경기 흐름이 괜찮다"면서 "올해는 3%대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IB 중에 HSBC는 3.6%로 예상한 곳도 있다"면서 "미국이나 중국 경기가 괜찮고, 유럽도 하반기에는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해서 내년에는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면서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서비스업 언제까지 규제만… 경제력 제고 시급"
박 장관은 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새 정부가 풀어야한 숙제로 ▲제조업 기술력 제고 ▲서비스업 투자확대 및 사회적 합의 도출 ▲상생하는 노사관계 등 3가지 숙제를 제시했다.
박 장관은 "제조업에서 고난도 기술력을 축적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투자를 늘려나가야 한다"면서 "서비스업도 투자가 많이 줄고 노동생산성 격차도 더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형마트 문제도 무조건 규제해서는 안 되고, 전통시장을 육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올해 고용전망에 대해서는 "지난해 워낙 좋았는데 고용률이 후행지표라 올해는 보다 어렵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내년에는 경제가 살아나면 괜찮을 거 같은데 올해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 박재완 장관 약력
△ 1955년생, 경남 마산 △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 미국 하버드대학교 정책학 석박사 △ 제23회 행정고등고시 △ 감사원 부감사관 △ 재무부 행정사무관 △ 대통령비서실 서기관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예산감사위원장, 정책협의회 부의장, 재정세제위원회 부위원장, 경제정의연구소 부소장 △ 제17대 국회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 △ 성균관대학교 국정관리대학원 부교수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부혁신규제개혁 TF팀장 △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 △ 2대 고용노동부장관 △ 3대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핌 Newspim] 이기석·최영수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