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 이후 글로벌 매크로 경제와 유로존 부채위기에 대한 공포가 꺾이면서 위험자산이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흉흉한 경고가 꼬리를 물고 있어 주목된다.
다우존스 지수 1만4000선과 S&P500 지수 1500선이 뚫린 뉴욕증시는 1987년 블랙먼데이 직전의 상황과 흡사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부양책이 불을 당긴 환율전쟁은 1930년대 대공황 당시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7일(현지시간) 모간 스탠리는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혈안이 된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이 금본위제가 해체되던 1930년대 상황과 오버랩 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영국이 고통스러운 고실업률을 견디지 못하고 1931년 9월 금본위제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영국 파운드화는 큰 폭으로 평가절하됐고, 영국을 포함해 금본위제를 일찍이 폐지한 국가가 이를 유지한 국가에 대해 상대적인 이점을 취했다.
모간 스탠리는 일본의 공격적인 행보가 미국 및 유로존의 양적완화(QE)를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채위기와 부채한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쟁적으로 팽창적 통화정책을 강화하고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유로화 상승을 크게 문제삼지 않았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우려스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유로화 강세가 유로존 경제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선진국 환율전쟁은 동남아와 멕시코, 콜롬비아 등 이머징마켓의 외환시장 개입을 연쇄적으로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욱 강한 팽창적 통화정책을 초래할 것이라고 모간 스탠리는 내다봤다.
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고용 한파와 디플레이션 등 국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이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모간 스탠리는 강조했다.
이밖에 월가 투자가와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며, 잠재적인 글로벌 경제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1년 출간된 ‘환율전쟁’의 저자 겸 투자가인 제임스 릭커드는 “환율전쟁이 201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경제 전반에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씨브리즈 파트너스의 더그 캐스 매니저는 “뉴욕증시가 ‘이익 절벽’ 리스크를 마주하고 있다”며 주가 급락을 경고했다.
그는 “이익의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매크로 경제가 팽창적 통화정책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 과거 수십년간 적용한 주가 밸류에이션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현재 증시는 1987년 여름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가까운 시일 안에 가파르게 폭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현금 비중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