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달성 보다 디플레 탈피 자체가 중요하다 반론도
[뉴스핌=권지언 기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취임 후 첫 통화정책회의가 시작된 가운데, 디플레이션 타개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BOJ는 지난 15년 간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아 온 디플레 상황을 타개하고 향후 2년 내로 2% 물가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2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코노미스트들과 애널리스트들이 이 같은 BOJ의 물가달성 목표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임금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가 취약한 성장률 전망 등 지표들이 부진해 BOJ가 무슨 수단을 써도 일본 정부가 지출 확대와 그로 인한 물가 상승을 견인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일본 야당 의원 마에하라 세이지 역시 2% 물가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성장률이 2년 연속 4%가 돼야 하는데 일본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이번 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치는 2.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는 더 암울하다. IMF는 올해 일본 경제가 제로 성장한 뒤 내년에는 오히려 0.4%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에하라 위원은 의회에 출석한 구로다 총재에게 BOJ가 물가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2년 내 2% 인플레이션 달성 목표는 단순히 보기 그럴듯한 계획으로 보일 뿐”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물가 상황 역시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일본의 종합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대비 0.9% 하락했고, 근원 CPI는 전년비 0.3% 내렸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BOJ 목표는 “물론 달성 불가능하다”면서 구로다 역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년 내 2% 물가목표 달성은 어렵겠지만 현재의 디플레 상황에서 벗어나 인플레상황이 지속되기만 하더라도 이는 BOJ의 정책 성공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도 있다.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의 프레드릭 미쉬킨은 “BOJ가 2년 안에 2%를 물가목표를 달성할지 말지 여부와 상관 없이 일본 통화정책에 큰 변화가 있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일본의 디플레 상황이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다 보니 BOJ가 통화정책을 그만큼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행 중이라는 신뢰를 심어주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한편 BOJ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시장에서도 반영되는 모습이다.
공격적 통화완화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 3개월 간 이어진 일본증시 랠리가 지난 주부터 주춤한 데다 엔화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 3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93.57엔으로 뉴욕 시장과 비교할 때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전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일시 93엔 아래로 내려가며 1개월래 최저치까지 밀리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