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금값 폭락에 글로벌 중앙은행이 울상이다.
투자자들이 금을 2년래 최대 규모로 ‘팔자’에 나서면서 가격이 급락, 중앙은행의 자산 손실이 56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금과 관련된 상장지수상품의 자산 가치가 올들어 372억달러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값이 2년래 최저치로 급락하면서 발생한 결과다.
연초 이후 지난 10일까지 금과 연계된 펀드에서는 112억달러의 자금이 빠져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 유출이다.
이는 글로벌 및 미국 주식 관련 펀드에 212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금값 하락으로 인해 가장 커다란 타격을 입은 것은 중앙은행이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이들은 총 3만1695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19%에 달하는 비중이다.
금 선물은 지난해 9월 온스당 1923.7달러로 고점을 찍은 이후 28% 폭락했다. 경제 펀더멘털과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줄어든 데다 인플레이션도 엄격하게 통제되는 것으로 드러나자 금의 투자 매력이 크게 꺾였다.
여기에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온’ 심리가 퍼지면서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에 자금이 쏠림 현상을 나타내면서 금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LPL 파이낸셜의 앤서니 발레리 시장 전략가는 “거시경제 전반의 리스크가 완화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투자자들이 잠재 수익률을 높이는 데 적극 나서면서 금이 관심권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 조기종료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금값이 보다 강력한 하락 압박을 받았다.
금은 금융자산과 달리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을 경우 투자자금이 썰물을 이루는 경향을 보인다.
약 80톤의 금을 보유한 호주 중앙은행의 기 디벨 정책관은 “금의 내재가치는 그리 크지 않다”며 “대개 사람들은 다른 투자자들이 금을 매입해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으로 사들이는데 이를 다른 자산시장에 적용하면 버블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