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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트레이드' 요구하는 세계경제 부진

기사입력 : 2013년04월19일 15:07

최종수정 : 2013년04월19일 15:07

금-전기동 약세와 달러-재무증권 강세 속 증시 동요

[뉴스핌=김사헌 기자]위기가 종료되고 세계경제가 미국과 중국 주도로 회복될 것이라던 경제적 환상이 갑작스럽게 무너지고 있다. 일본은행(BOJ)과 영란은행(BOE)을 마지막 힘을 내는 주자로 삼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막대한 돈풀기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전문가들이 '디플레이션에 대비하라'는 주문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말부터 제기되던 '대 순환(Great Rotation)' 주장은 쑥 들어가 버리고 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S&P500 지수는 50일 이동평균선을 시험하면서 급격한 조정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예 주식을 버리고 다시 채권으로 돌아가라는 주문도 나온다. 일본만 아직 '아베트레이드'가 살아있지만, 전반적인 주변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보통 경제성장과 직결되는 분야의 자산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자재와 에너지 관련 상품 그리고 특히 '닥터 코퍼(전기동)' 가격이 급격한 내림세를 보이는 중이다.

※출처: 댈러스연방준비은행, Seeking Alpha에서 재인용

◆ 금, 전기동 가격 급락이 말해주는 것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는 올들어 8.5% 상승했지만, 최근 원자재업종주는 하락세로 전환하고 있다. 11% 급등한 다우지수 구성종목 중에서 가장 부진한 것은 건설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라다. 주가가 하락할 때 선전하는 헬스케어와 기초소비, 설비업종 등 방어주가 되레 선전했다. 황소가 늙어서 힘이 빠지면서, 울음소리만 요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 선물 가격이 지난해 10월 고점부터 22%나 하락하며 약세장에 접어든 것은 충격적이다. 인플레이션 헤지에서 빠져나오는 물량 외에도 중국과 유로존 경기 둔화 우려에 따라 실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가세했다. 세계경제 회복의 기반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판단이 가능한 대목이다.

금 가격이 내년까지 온스당 2000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낙관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마이클 하트네트 수석투자전략가는 "금 가격 추세가 전환할 때는 경제와 자산시장의 장기추세의 전환과 일치할 때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하트네트 수석은 최근 하락한 국채 금리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또 달러화 강세와 방어주의 선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블룸버그데이터, 뉴스핌

◆ '디플레이션 트레이드'가 다시 부상

상황이 이렇게 되자 18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인 물가연동재무증권(TIPS) 수익률이 일제히 상승했다. 바클레이즈가 판매한 TIPS채권펀드 가격이 0.8% 하락했다.

미국 물가 압력은 3월 현재 1.5% 미만으로 지난해 여름 2% 부근에서 크게 낮아지면서 중앙은행의 완화정책 회수 시점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최근 공개된 연방준비제도의 의사록에서는 다수 참가자들이 자산매입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시장에 충격을 주기는 했지만, 지금은 '디스인플레이션'에 따라 보다 강력한 자산매입 혹은 완화정책을 좀 더 장기전으로 끌고 가야 할 것이란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자산매입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하고, 완화정책을 좀 더 길게 끌고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변화 속에서 다시 '디플레이션 거래'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는 세계 채권왕 핌코(PIMCO)의 빌 그로스 수석투자전략가의 태도 변화에서 드러났다. '

닥터 둠' 마크 파버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대담에서 "디플레이션이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2013년은 디플레이션 환경이 지배적일 것이며 따라서 '인플레이션 트레이드'보다는 '디플레이션 트레이드'에 힘이 실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디플레 여건에서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인플레 여건에서는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미국 국채금리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

덕분에 지난 2012년 여름 이후 상승 추세를 보이던 미국 국채 금리는 올해 3월 중순 이후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중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채권에서 주식으로 대거 투자자금의 이동이 관측됐으나, 실제로 이런 흐름은 확인되지 않았고, 최근에는 채권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대세를 이뤘다. 장기간 강세로 인해 '거품'이 발생했다는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3% 아래로 떨어지더니 2.87% 수준을 보이고 있다. 독일 30년물 금리가 2.17%, 캐나다 30년물 금리가 2.34%에 달하고, 일본도 30년 금리는 1.61%에 이른 것을 감안할 때 스프레드가 크게 좁아진 것이다.

파버는 뉴욕 증시도 더 올라가기 힘들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S&P500 우량기업들의 실적이 세계경기 둔화에 따라 약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댈러스연방준비은행, Seeking Alpha에서 재인용
※출처: T3Trading.com, CNBC에서 재인용

◆ 미국 경제, 장기 '제로성장'으로 가나

이번 주 월가 금융매체의 한 칼럼니스트는 "미국 경제가 다시 제로성장으로 돌아가니 자본주의가 죽거나 아니면 전쟁이 필요하다는 네오콘(Noe Con)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 김정은이 뭔가 충동적인 일을 저질러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대목이다.

사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공황, 경기침체가 발생한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5년의 막대한 실험적 완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성장궤도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 대통령'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내년 초 물러날 때 위기를 막았다는 찬사는 커녕 비난을 받을 지경이다.

무려 5년 강세장이 지속되는 미국 증시 속에서도 현실주의자들은 있다. 포브스의 단골 칼럼니스트인 예일대학교의 게리 실링 교수는 2013년말 발생할 '블랙스완'에 주의하라고 말한다. 그는 "세계경제 전반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보지 않은채 중앙은행이 쏟아붓는 유동성에만 주목하는 투자자들"의 어리석음을 지적했다.

실링 교수는 ▲새로운 소비자 저축 ▲금융권의 부채축소 ▲규제강화 ▲상품가격 하락 ▲재정지출 제약 강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주택경기 둔화 ▲소비지출 억제 ▲지방정부 지출 축소 등의 커다란 추세들이 미국과 세계경제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봤다.

최근 1000억 달러를 운용하는 GMO의 머니매니저인 제레미 그랜덤(Geremy Grantham)은 20세기 초부터 수세대에 걸친 미국 경제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1980년 전후까지 100년 동안 성장률은 평균 3.4%로 찬란했지만, 1960년대 정점에서 보면 1.5% 수준으로 내려왔고 최근 30년 동안은 평균 1% 성장률에 그친 것으로 확인했다. 그랜덤은 당분간 미국 경제가 1.4%의 낮은 평균성장률을 보인 뒤 2050년까지 차세대 미국 경제는 '제로성장' 혹은 정체국면을 보이게 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을 제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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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에 강아지…" 개모차 더 잘 팔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 한국에서 유모차보다 이른바 '개모차'(반려견 전용 유모차)가 더 잘 팔리는 실정이라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조명했다. WSJ은 G마켓 자료를 인용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 중인 한국에서 반려견 유모차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아기 유모차 판매를 앞지르게 되었다"며 "이러한 추세는 올해 상반기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보도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에 마련된 반려견용 유모차 [사진=뉴스핌 DB] 반려동물용품 쇼핑몰 펫프렌즈에서는 반려견 유모차 판매량이 2019년 대비 4배로 급증했다. 고급 반려견 유모차 브랜드 에어버기의 스페셜 에디션 제품은 약 1100달러(약 148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업체는 원래 유모차 제조사로 시작했지만 에어버기 한국 사업부는 이제 개모차만 판매 중이다. WSJ은 한국에서 아기의 수는 줄고 있지만 지난해 등록된 반려견 수는 지난해 사상 최다를 기록했으며, 2018년 이후 두 배 이상 급증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출산율 하락은 미국 등 기타 선진국에서도 겪는 사회 현상이고, 호화로운 생일파티를 여는 등 반려동물을 마치 아이처럼 애지중지 여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나 한국처럼 합계출산율이 인구 유지에 필요한 수준의 3분의 1에 불과한 0.72명인 '인구 비상사태' 국가에서는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단 설명이다. 개모차는 한국의 백화점, 식당, 거리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상황이 이래지자, 전국적으로 반려동물 입장 가능 장소가 넘쳐난다. 영유아나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 식당과 카페도 늘고 있단 역설이다. 흥미로운 점은 중앙 정부가 청년 세대에게 출산을 장려하는데 정작 윤석열 대통령은 결혼했지만 자녀가 없으며 최소 10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도 짚었다. 한국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길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진단이다. WSJ은 한 여론조사를 인용, 20~49세 한국 여성 2명 중 1명이 자녀를 가질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서울 교외에 거주하는 강승민(24) 씨는 반려견 '코코'를 유모차에 태워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 한 할머니가 벤치에 앉은 강 씨에게 다가갔고, 유모차 안에 아기가 아닌 반려견이 있는 모습을 보자 놀라며 가정을 꾸릴 것을 얘기하자 강 씨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 나의 반려견에게 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웹디자이너인 김보라(32) 씨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고, 너무 경쟁이 치열한 사회라고 말한다. 반려견 '살구'를 위해 카시트로 변형할 수 있는 개모차를 구입했다는 김 씨는 "내가 아이를 낳았다면 지금처럼 살구를 돌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아직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알렸다. wonjc6@newspim.com 2024-09-1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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