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평가절하 무게…가능한 수단 동원 의지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마이너스 금리 언급이다.
드라기 총재는 경기 침체와 부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한 한편 추가 부양책의 가능성을 열어 뒀다. 이와 함께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뜨릴 여지를 내비쳐 시장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실제 시행할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한편 드라기 총재의 노림수가 무엇인가를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우선 유로화 평가절하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수출을 중심으로 유로존의 실물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유로화를 평가절하해야 한다는 것이 정책자와 투자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가 경기 부양 의지를 밝힐 때마다 유로화는 강한 상승 탄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회의 결과는 달랐다. 마이너스 금리 언급은 장 초반 상승 흐름을 탔던 유로화를 내림세로 돌려놓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드라기의 계산이 일단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존 맥카시 다우존스 외환 칼럼니스트는 “드라기 총재가 유로화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통화 평가절하 효과를 낸 셈”이라며 “수출을 중심으로 유로화 약세는 유로존 경제 회복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엔화 약세에 따른 파장을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SBC의 가라 메이어 외환 전략가는 “드라기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를 언급한 즉시 유로화가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ECB는 말 그대로 비전통적이고 전례 없는 정책 카드도 불사하겠다는 투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의 마이너스 금리 언급은 통화정책에 대한 ECB의 근본적인 입장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금까지 ECB는 마이너스 금리가 자금시장에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근거로 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를 실제로 시행할 경우 은행권이 잉여 자본을 ECB에 예치하는 것이 아니라 여신을 늘리거나 국채를 사들여 유로존 시장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드라기 총재의 노림수도 여기에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이번 ECB의 25bp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저조하다. 다이와 캐피탈 마켓의 토비아스 블래트너 이코노미스트는 “올 연말까지 유로존 경제가 의미있는 회복을 보이기는 어렵다”며 “ECB의 강력한 부양 의지가 재차 확인됐지만 문제는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