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에 짙은 눈썹, 오뚝한 코와 두툼한 입술.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상엽(30)의 얼굴에는 에릭, 박현빈, 이제훈 등 수많은 미남형 연예인이 스쳐 지나갔다.
그간 맡아온 역할처럼 작은 행동에서도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이상엽은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란 외아들답지 않게 소탈하면서도 따뜻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브라운관 밖의 그는 상대 배우에게 먼저 다가가는 폭풍 친화력을 지녔으며 ‘대왕 세종’ 때부터 알고 지낸 스태프의 결혼식 사회를 자처하는 의리남이다.
“실제 성격이요? 밝을 땐 정말 밝은데 사실 소심해요. 제가 B형인데 점점 소심해지더라고요. 주변에 혈액형을 맹신하는 사람이 많아서 B형은 소심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요즘엔 소심해진 거 인정해요(웃음). 근데 이번 드라마로 많이 밝아졌어요. 동평군 캐릭터가 워낙 밝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혈액형 이야기에 B형은 나쁜 남자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상엽은 절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렇다면 이상엽은 드라마 속 모습처럼 사랑하는 여자를 묵묵히 지켜보는 순애보 스타일일까? 의외로 그의 사랑방식은 혈액형 성향과도 극 중 역할과도 사뭇 달랐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잠시 친구도 내팽겨친다는 열정적인 남자 이상엽은 연애가 시작되면 상대에게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내가 당신을 좋아합니다’라고 세뇌시키는 달콤한 당돌함(?) 역시 그의 또 다른 사랑의 방식이다.
“사실 동평군의 사랑은 너무 어렵죠. 저는 표현을 해야 직성이 풀리더라고요. 좋아하는데 왜 말을 못해요? 근데 또 제가 포기도 빨라요(웃음). 사실 예전에는 이벤트도 자주 했는데 요즘에는 안 하려고 해요. 물론 해주고 싶은데 결혼해서 하려고요. 결혼해서 내 여자한테만 잘해줄 거예요(웃음).”
자상한 남편을 꿈꾸는 이상엽에게는 어렴풋하지만 구체적인 결혼 계획이 있다. 결혼은 서른넷 다섯 즈음, 아이는 MBC ‘아빠 어디가’ 속 지아 같은 귀여운 딸 둘에 아들 하나.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흔 전에 아이 둘을 낳고 싶어요. 왜냐면 예순이 넘어서도 애들 대학 때문에 힘들어지고 싶지 않아요. 너무 현실적인가?(웃음) 성동일 선배랑 가끔 대화하면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깨닫는 게 많죠. 아이는 아들도 좋은데 그래도 딸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귀엽잖아요.”
이상엽은 올해로 만 서른이 됐다. 서른이 되는 것이 두렵던 스물아홉 해였지만, 막상 삼십 대로 접어드니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다만 쌓이는 지식만큼 겁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걱정도 늘어났다. 이런 이상엽에게 요즘 가장 힘이 되는 인생선배는 배우 김석훈이다.
“김석훈 선배에게 조언을 많이 얻고 있죠. 무척 편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 속에서 툭툭 한마디씩 해주는 게 정말 좋아요. 워낙 경험도 많으니까 같이 있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고 배울 점이 많아요.”
이상엽은 최근 남모를 마음고생을 겪었다. 예상보다 줄어든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속 동평군의 분량은 이상엽은 물론 팬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겼다. 줄어든 분량에 기운이 빠졌을 법한데 그는 되레 자신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을 위로했다.
“‘장옥정’ 현장 분위기가 정말 재밌어요. 배우들끼리 사이도 좋고요. (유)아인 씨랑 (이)건주 씨랑 장난도 많이 치고 김태희 씨, 홍수현 씨랑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물론 분량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죠. 극의 흐름이기도 하고, 동평군이 옥정이를 더 사랑하고 계속 쫓아다니면 그건 역모잖아요. 이것저것 많이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만 남은 한 달 동안 더 잘해야죠(웃음).”
이제는 착한 남자보다 웃는 얼굴 뒤에 칼을 숨긴 반전 있는 악역을, 짝사랑보다는 전지현과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를 꿈꾸는 이상엽. 연기 롤모델은 배우 이병헌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을 보고 이병헌에 꽂혀버린 이상엽은 모 자동차 광고에 나오는 이병헌의 내레이션에 화면이 꽉 차는 기분을 느꼈다.
“이병헌 선배님은 작품마다 느낌이 다르잖아요. 그런 변화무쌍함이 정말 멋져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정상에 있다는 게 다 연기를 잘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 영향력과 힘을 닮고 싶고 배우고 싶어요.”
대중에게 짝사랑 전문 배우로 각인되는 게 두려우면서도 감사하다는 이상엽은 ‘겸손은 내가 가진 족(足)함을 찾고 감사하는 것’이란 말은 되뇌고 사는 겸손한 청년이자 현실에 만족하되 안주하지 않은 ‘나아가는’ 배우다.
“목표는 늘 그거예요. 똑같은 연기와 똑같은 표정은 하지 말자. 물론 어렵겠지만, 느낌을 조금씩 다르게 보여주고 싶어요. ‘아 쟤는 저 때 저 표정이지’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거죠. 변화하고 싶은 게 제 목표고 늘 새로웠으면 좋겠어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