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드화 필두로 관련통화 약세흐름 예상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의 통화의 강세장이 종료됐다는 주장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하락 도미노가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가파른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3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남아공 랜드화가 24개 주요 이머징마켓 통화의 하락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JP 모간에 따르면 랜드화는 금광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을 빌미로 지난달 11.3% 급락했다. 랜드화를 필두로 이머징마켓 통화가 일제히 하락, 이들 통화를 추종하는 JP 모간의 이머징마켓 통화 인덱스는 지난달 3.3% 떨어졌다. 이는 2012년 5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ING 그룹의 톰 레빈슨 통화 전략가는 “이머징마켓 통화의 하락은 이제 시작”이라며 “시장의 예상보다 길고 깊은 조정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머징마켓 통화의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중심으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무관하지 않았다. 연준이 자산매입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이들 통화의 약세 흐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키트 주크스 전략가는 “이머징마켓 통화의 강세장이 종료됐다”며 “랜드화를 필두로 관련 통화가 일제히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터키의 리라화가 달러화에 대해 4.6% 하락했고, 2011년 기록한 사상 최저치와 불과 1%의 거리를 남겨둔 상황이다.
멕시코 페소화와 태국의 바트화 역시 전문가들이 잿빛 전망을 제시하는 통화에 해당한다. 과거 선진국 중앙은행이 긴축을 단행했을 때 이들 통화가 강한 하락 압박을 받았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얘기다.
HSBC의 무라트 토프락 외환 전략가는 “미국의 긴축 움직임 뿐 아니라 국내 경제 펀더멘털도 이머징마켓 통화의 약세의 주요인”이라며 “특히 터키 리라화의 경우 무역수지 적자가 대폭 증가하면서 하락 압박을 받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2009년 이후 이머징마켓 통화는 30%에 이르는 상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 가파른 하락으로 상승분의 절반을 반납한 상황이다.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 논란이 뜨겁게 고조되면서 직접적인 하락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UBS는 “버냉키 의장이 당장 양적완화(QE)를 종료할 뜻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논의가 개시된 것이 사실”이라며 “외환시장 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시사하는 의미가 큰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