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폭 확대 조치 저울질?
[뉴스핌=조윤선 기자]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人民 런민)은행 행장은 현재 핫머니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으며 중국은 경쟁적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국내 경쟁력을 높이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행장. |
4일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위안화의 지속적인 평가절상과 지나치게 높은 무역 수지, 금리차익을 노린 핫머니 유입 등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로 비롯된 문제에 당국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일본과 호주를 포함한 세계 각국 중앙 은행이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도 경쟁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영방송인 CCTV에 따르면 3일 오후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국제통화회의에서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행장이 '중국 당국은 핫머니 흐름에 주시하고 있으며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를 하지 않겠다'고 처음으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 경쟁적 평가절하 지양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행장이 세계(무역)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적 평가절하를 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히면서 중국이 일본과 한국 중앙은행을 따라 통화 가치 평가절하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시장 전문가들은 작년 말부터 일본이 엔화 약세 정책을 대대적으로 실시한 이후, 엔화의 대폭적인 평가절하에 이어 한국도 통화가치 절하에 뛰어들면서 중국 수출 시장이 지속적인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 상황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해법은 위안화의 일방적인 가치 상승 추세를 억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화는 올해들어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는 통화 중 하나로 지금 경쟁적 평가절하를 논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흥업(興業 싱예)증권 수석 경제학자인 루정웨이(魯政委)는 저우샤오촨의 이번 발언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기타 신흥국 통화 약세로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이미 축소된 시장 경쟁력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중국 내 경기 진작 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상태가 장기화된다면 중등소득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루정웨이는 또 "위안화 평가절상은 현재 기타 국가 통화의 약세보단 환율 오버슈팅(Overshooting)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위안화는 이 보다 더 큰 강세를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환율의 오버슈팅 현상이란 정부가 정책적으로 통화를 팽창시키면 자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는데 처음에는 균형수준 이하로 하락했다가 차츰 통화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하여 새로운 균형수준에 이르게 되나 원래의 균형점보다 하락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환율 개혁 이후 위안화는 미국 달러에 대해 35% 평가절상했다. 하지만 저우샤오촨은 실제 평가절상폭이 이 보다 더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한 증권사 애널은 "지금 상태에서 위안화를 평가절하 하게되면 피동적인 평가절하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은 물론 국민에게 평가절상보다 더 큰 부담을 주게 된다"며 "저우 행장의 이번 발언은 일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핫머니 유입 부추긴다?
이밖에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행장이 3일 '경쟁적 평가절하는 없으며 중국 당국이 국내 시장으로 몰리는 핫머니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고 언급한 것과 관련, 시장 한편에서는 대규모 핫머니 유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행장의 이번 발언으로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금리 차익을 노린 핫머니들이 대거 유입될 것이란 것.
루정웨이는 "현재 경상수지흑자가 3조 달러인 외환보유고의 25%도 채 안된다"며 "이로 볼때 상당수의 자금이 무역 경로를 거치지 않은 핫머니로 파악된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5월들어 중국 외환관리국은 잇따라 6건의 문건을 발행해 무역 수지 조작을 비롯한 은행의 외환 대출 엄격 규제 등 관련 정책을 잇따라 출범, 핫머니 유입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현재 중국 내 유입된 핫머니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또 유입된 핫머니 중 외부로부터 유입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한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으로 유입된 핫머니 중 외국 자본이 포함되어 있지만 상당 부분이 중국 기업들이 금리차익 조작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환율개혁, 변동폭 키울 것
한편 루정웨이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국가 경제의 안정적 운영과 직결된 환율은 신흥 경제국에겐 매우 중요한 문제라 중앙 은행이 환율 개혁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정웨이는 "저우샤오촨이 말하는 환율 개혁은 위안화 변동폭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다만 여기엔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위안화 쌍방 변동폭을 확대해 위안화의 일방적인 평가절상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앙은행이 경쟁적 평가절하를 하지 않겠다는 환율 정책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중국이 향후 완전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는데 대한 일종의 불안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