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 등 규제풀며 업계 재편 유도키로
[뉴스핌=한기진 기자] 심각한 불황에 빠져있는 금융투자업계를 위해 금융감독당국이 규제 완화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 5월 금융투자업계 CEO(최고경영자)들과 만나 “금감원이 갑의 위치가 아닌 상대방을 존중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 금감원은 파생상품 취급 규제 등 전방위적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구제 완화로 강한 기업이 더욱 시장지위를 확보할 길을 열어줘 결국 64개나 되는 증권사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박영준 금감원 부원장보는 “IOSCO(국제 증권감독기구)에서 최근 국내 금융시장을 20여 개 항목으로 조사한 결과 모두 우수한 것으로 나왔고 한국은행과 금감원 간 교류만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면서 “증권업계가 규제를 잘 지킨 결과로 앞으로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파생상품 취급 등 각종 인가업무를 금감원을 뺀 철저히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심사단이 심사하게 하는 등 규제를 대폭 풀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 사례로 금융투자업계가 강력하게 요구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완화에 대해 박 부원장보는 “비율이 상당히 까다로워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업무 협조 문제로 늦춰지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NCR은 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지표로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과 유사하게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지표로 활용된다. 금융당국은 NCR이 150% 미만일 때 경영개선 권고, 120% 미만이면 경영개선 요구, 100% 미만이면 경영개선 명령 등을 내린다. 하지만 대형투자은행(IB)들이 영업하기 위해서는 NCR이 300~400% 수준이 돼야 기관 영업에 가담할 수 있어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규제완화의 이면에는 자율적인 구조조정 전략도 있다. 그 도화선은 우리투자증권이 매각돼 다른 증권사와 합치는 것이다.
IMF외환위기 이후 은행은 30여 개에서 5개의 금융그룹으로 재편되면서 안정적인 모델과 규모의 경제를 갖춰왔지만 같은 기간 증권사는 반대로 30여 개에서 60여 개로 오히려 늘었다. 이 과정에서 하루 주식거래대금은 10조원에서 4조원대로 떨어지며 수수료 수입이 급감했고 IB(투자은행)는 시장이 커지지 못해 꽃을 피우지도 못한데다 최근에는 채권 투자로 대규모 손실까지 우려되고 있다.
박영준 부총재보는 “구조조정에 금감원이 간섭할 수 없지만 우리투자증권이 매각되면 경쟁력이 향상되는 증권사들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구조조정이 자율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며 “자본이 지나치게 많다 보니 수익이 나지 않아도 그냥 버티면서 너무 많은 증권사가 M&A(인수합병)로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