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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진짜 위기'로 번지나

기사입력 : 2013년08월29일 15:27

최종수정 : 2013년08월29일 15:51

아베 정부 경제 회복 노력에도 '찬물'

한국 시민단체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농산물 수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출처=AP/뉴시스]
[뉴스핌=우동환 기자] 지난 2011년 쓰나미로 인해 원전이 폭발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일본 후쿠시마 지역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폭발 사고 후 2년이 지나면서 관심 밖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듯 보였지만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후쿠시마 원전에 대해 경각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오염수 유출 사고는 후쿠시마 원전이 2년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전과는 다른 위기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대한 압박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후쿠시마 원전이 아베 내각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 회복 노력에도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냉각수 탱크 유출 "생각했던 것보다 위험"

전문가들은 이번 후쿠시마 원전 냉각수 탱크에서 오염수가 유출된 것은 일본 정부 당국이 언급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독립 활동가이자 매년 세계핵산업동향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마이클 슈나이더는 지난 22일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방사능 오염수가 후쿠시마 원전 시설 전반에 걸쳐 유출되고 있으며 정확한 방사능 준위도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1년 쓰나미로 원전이 폭발한 이후 후쿠시마 사태가 심각한 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사고는 일본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원자로를 냉각시킨 후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는 올림픽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정규 규격의 수영장 132개를 채울 정도로 막대한 분량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쿄전력은 냉각수를 저장하기 위해 1000개의 임시 저장 탱크를 건설했지만 이미 85%의 용수량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매일 400톤의 냉각수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슈나이더는 "처리해야 할 오염수 규모는 엄청나다"면서 "오염수 유출이 탱크에만 국한되지 않고 원전 전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측정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잡지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번에 유출된 오염수가 원자로 냉각을 위해 사용됐다는 점에서 이전 지하수 오염 사고보다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과학자들은 지난 7월에 보고된 오염된 원전 지하수는 인체에 즉각적인 해를 입힐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원자로의 융해를 막기 위해 사용된 이 냉각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냉각탱크에 담겨있는 오염수에는 스트론튬 90과 세슘 137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물질은 1시간 동안 허용치의 5배가 넘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시간 이상 이들 물질에 노출된다면 피폭으로 인해 구토와 함께 백혈구 수치가 감소하는 등 방사선 장애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토 대학교 방사선 생물학 센터의 다카다 미노루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오염수 자체는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이들 물질이 계속 유출된다면 앞으로 일본 내 암 발생률은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후쿠시마로부터 나오는 오염수가 계속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출처:AP/뉴시스>


해양 오염에 대한 불안감 고조 

지난 22일 도쿄전력은 원전 냉각수 탱크에서 유출된 300톤 분량의 오염수가 근해로 유입됐을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도쿄전력 측은 사고 발생 후 원전 인근 해역에서 바닷물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세슘 137을 비롯해 주요 방사능 물질의 농도가 증가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고농도 오염수가 즉각 바다로 흘러들어 간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탱크에서 나온 오염수가 원전 밑을 지나 바다로 유입되는 지하수에 유입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에도 원전 내부의 세슘 137과 134의 농도가 평상시에 비해 15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관측된 현상도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우즈홀 해양학 연구소에서 후쿠시마 사고를 연구하고 있는 켄 베슬러는 앞서 도쿄전력이 발표한 해수 시료 데이터에서 스트론튬 90의 농도에 대한 자료가 누락됐다는 점을 우려했다.

스트론튬 90은 어류나 사람의 뼈에 축적된다는 점에서 잠재적으로 세슘보다 더 위험한 방사능 동위원소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탱크에서 나온 오염수가 지하수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일부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능 물질의 농도가 가파르게 증가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미국원자력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량으로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되면 오염 물질은 후쿠시마 근해에 빠르게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오염 물질이 더 넓은 지역으로 퍼지려면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사추세츠 대학교와 우즈홀 해양학 연구소의 모델 분석에 따르면 후쿠시마에서 나온 오염 물질을 다양한 조류와 해수층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특정 조건에서는 5년 후에 미국 서부해안에서 오염물질이 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늦게 발 벗고 나선 일본 정부

최근 후쿠시마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고로 도쿄전력의 무능과 함께 일본 정부의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도쿄전력은 그동안 외부 전문가들이 원전 오염수가 지하수를 따라 해양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지난 7월 중순에서야 두 달 전부터 누출됐을 것이라고 뒤늦게 인정한 바 있다.

재팬 타임스에 따르면 이전에도 4차례에 걸쳐 임시 냉각수 탱크에서의 오염수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 측은 이번에 발생한 유출 사고는 이전과는 다르게 근 한 달간 원전 근무자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기간 매일 약 10톤의 오염수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발생한 직후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는 사고 등급을 "중대한 이상"을 의미하는 3단계로 2단계 격상시키며 대응에 나섰다.

일본 정부 역시 도쿄전력의 사고 대응을 문제 삼으면서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정부는 약 500억 엔을 투입해 오염된 지하수가 바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변 토양을 얼려 방벽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올해 예산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에 대한 처리 비용을 따로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대책 부회를 설치하여 필요에 따라 외국 전문가의 자문을 요청하고 내년까지 좀 더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도쿄전력은 이르면 내달 새로운 오염수 처리 시스템과 함께 오염수 처리 방안을 내놓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은 오는 9월 중순 향상된 수질 개선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으로 기존 볼트로 고정된 냉각수 저장탱크에 대한 봉쇄 방안도 내놓았다.

주변 토양을 얼려 울타리를 만드는 방안은 주로 광산과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기술로, 지난 1990년 초반 미국 정부가 실제로 실험한 적은 있지만 원전과 같은 대규모 지역에서도 효과적일지 미지수다.

또한 오염수의 저장 능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거나 아니면 증발시키는 방안 외에 대안은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8월 20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항공사진 [출처=AP/뉴시스]
 
후쿠시마, 일본 경제 발목 잡나

이번 원전 사고는 아베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 회복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해 원전을 다시 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로 일본의 에너지 수입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천연가스 수입은 25.4%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역시 지난해 7.3% 증가한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만 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을 위해 에너지 자원에 대한 수입을 늘리고 있지만 엔화의 약세로 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원전 재가동은 아직 내부적으로 확실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누출 사고 전인 지난달 중순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원전 재가동에 대한 반대 응답률은 51%로 조사되면서 찬성 응답률 40%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원전 사고로 원전 재가동을 반대하는 목소리에는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올림픽 유치 노력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도쿄의 방사능 수치는 다른 국가의 도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올림픽 유치에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심 불안한 눈치다.

지난 27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한 일본올림픽위원회(JOC) 관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후쿠시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면서도 "일본이 나서 이번 사고가 올림픽 유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말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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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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