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분석업체 부상… 패션업계에 '필수'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2014 봄/여름 패션 동향을 예고하는 뉴욕 패션위크가 지난 5일(현지시간) 개막됐다. 파리, 런던, 밀라노 등 세계 4대 패션 마켓 중 가장 먼저 열리는 까닭에 패션쇼가 계속되는 링컨센터 댐로쉬파크가 6개월 후 트렌드를 살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건 예년과 다르지 않다.
그 속에선 그러나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 직감과 직관을 최고의 무기로 삼았던 패션 업계가 수치와 통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다음 시즌에 어떤 색상, 직물, 컷팅이 뜰 지를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고 전망하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열리고 있는 뉴욕 패션위크의 한 패션쇼 장면.(출처=월스트리트저널) |
대표적인 업체 중 하나가 영국의 워스 글로벌 스타일 네트워크(Worth Global Style Network; WGSN). 3600여개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많은 정보들을 취합해 색상과 패턴, 제품에 대한 트렌드를 몇 개의 지수(index)로 만들어 제시한다.
이 회사 줄리 해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지난 2년간 두 자릿 수 성장을 해왔고 올해는 4년 만에 가장 고객 수가 많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을 넓히기 위해 최근엔 아동복 시장에 대한 조사를 해 온 업체 머드파이(Mudpie)란 곳을 인수하기도 했다.
또다른 영국의 패션 동향 전망업체 스타일사이트(Stylesight)의 CEO 프랭크 바버는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패션업체들은 완전하게 리스크를 줄일 수는 없겠지만 리스크를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3000개 정도의 고객사에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지난 4년간 40% 가량 성장했다.
패션 빅데이터 분석 및 동향 전망업체 에디트(Editd) 홈페이지. |
에디트 홈페이지의 소개난에 들어가 보면 이런 문구가 회사를 설명한다. "우리는 패션 바이어와 머천다이저들이 적절한 거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소프트웨어를 만듭니다(We build software, designed for buyers and merchandisers to help them make the right trading decisions)"
원래 패션 디자이너였던 줄리아 파울러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제프 와츠와 손잡고 세운 에디트는 패션 업계 역시 금융 업계처럼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에 착안했다. 줄리아 파울러는 "우리는 패션 업계에도 과학적 접근법을 적용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에디트는 의류와 액세서리 등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모으고 데이터로 쌓은 다음 다시 분류해 소비자들의 취향, 앞으로 뜰 트렌드, 가격 등에 대한 분석 자료를 고객사들에게 제공한다. 지난 3개월간 영국과 미국의 고급 의류 유통사의 통계에 기반해 '알렉산더 맥퀸'의 세컨드 브랜드 '맥큐'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는 사실이라든지, 이들 유통업체에서 가격인하된 재킷은 3.1%에 불과하며 한 스타일의 제품이 완전하게 판매되는 기간은 불과 28일이었다는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만 이런 업체가 있는 게 아니다. 최근엔 인도의 재벌기업 ITC 리미티드도 패션 전망 사업을 시작했다.
유통업체 콜(Kohl)의 부사장 소피아 왁스만은 "패션은 매우 빠르게 변한다"면서 "스타일사이트나 WGSN 같은 업체들이 매일 정보를 업데이트해주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고 언급했다.
WSJ은 소비자들의 패션에 대한 요구는 '가장 최근의' 것이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이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며, 이 때문에 패션 전망을 하는 사업은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