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좀 무섭지 않을까. 배우 천정명을 만나기 전 들었던 솔직한 생각이다.
군대 ‘악마 조교’ 출신에 그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보여준 강한 이미지. 복싱으로 충분할 텐데 주짓수까지 더해진 다소 살벌한 취미. 배우 김민정의 “오빠가 상남자라고요? 알고 보면 아이 같아요”란 말은 분명 영화 홍보를 위한 허언이라 단정했다.
그러나 이보다 터무니없는 오해는 없었다. 군 제대 후 첫 스크린 주연작 ‘밤의 여왕’을 들고 나온 천정명(33)을 영화 개봉 첫 날 마주했다. 인터뷰 내내 으흐흐 혹은 크흐흐하고 육성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는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켰다. 말이 없는 천정명의 이면에 숨겨진 유쾌함이었다.
“지금 무지 떨려요. 오늘도 그렇고 이번 주말에 스코어가 잘 나와야 탄력받을 거 같은데…. 물론 영화보고 자신감이 생기긴 했어요. 전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 근데 이게 또 관객의 눈이 중요한 거잖아요. 관객들과 통해야 하는데 안 통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되죠. 입소문 타서 잘됐으면 좋겠어요(웃음).”
극중 천정명은 아내의 흑역사를 파헤치는 소심한 남편 영수를 열연했다. 신혼부부란 설정답게 영화 속에는 영수와 희주(김민정)의 달콤한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보는 이도 이렇게 부러우니 직접 연기한 천정명이 결혼을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어딘가 몰래 결혼할 여자라도 숨겨놓았나 추궁했더니 되레 “소개 좀 시켜 달라”며 투정 섞인 말을 내놓았다.
“속이 좀 단단한 사람 있잖아요, 그런 친구가 좋아요. 겉으로 보기에 되게 아기 같은데 속이 단단한 여자요. 예전에는 놀 줄 아는 애들을 되게 좋아했죠. 근데 요새는 속이 정말 야무진 친구를 찾아요. 착했으면 좋겠고요. 순하고 깨끗한 이미지랄까? 물론 그런 사람이라면 연예인도 상관없어요. 또 상대가 괜찮다고만 한다면 공개연애도 해보고 싶죠(웃음).”
속이 단단한 사람. 듣고 보니 천정명의 이상형은 지금의 그와도 닮았다. 다만 그의 단단한 내면에는 심신을 단련시키는 운동이 큰 몫을 했다는 점이 달랐다. 최근 SBS ‘런닝맨’에 출연해 주짓수 실력도 뽐냈던 터. 그에게 주짓수는 대체 어떤 매력이 있느냐고 물었다. 운동 애호가답게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손을 내밀어 보였다. 손 곳곳에는 운동으로 다져진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손에 물집이 잡히는 게 단점이긴 한데 진짜 재밌어요. 처음엔 멋있어 보여서 시작했어요. 딱 갔는데 뭘 모르니까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부지런히 기술 배우고 연습했죠. 그러다 익힌 기술을 썼을 때 먹히는 게 짜릿하더라고요. 연기랑 비슷한 부분이죠. 기본 동작을 응용해 움직이는 거예요. 그때 쾌감은 말할 수 없어요(웃음). 끝이 없는 수련이 필요한 것도 연기와 주짓수의 비슷한 점이에요. 부모님께 재능을 물려받았으면 그걸 갈고 닦아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죠. 더 돋보이게요.”
지난 2000년 SBS ‘오픈 드라마 남과 여-꽃다방 순정’으로 처음 대중에게 얼굴을 드러낸 그는 어느덧 연기 13년차 배우가 됐다. 숙기 없고 무뚝뚝하던 신인 배우 천정명은 이제 팬들의 함성을 즐길 줄 알고 관객과 호흡하는 ‘진짜’ 배우로 성장했다. 하지만 스스로 느끼기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그래서 천정명은 다시 한 번 이 악물고 힘껏 뛰어볼 생각이다.
“드라마 ‘패션70s’로 이름을 알리면서 위로 올라갔죠. 그런데 지금은 멈춰있는, 정체기 같은 느낌이라 한 번 더 치고 올라가고 싶어요. 항상 F를 받다 A, B를 받은 아이가 이젠 A+를 받고 싶은 느낌이랄까요?(웃음) 그러기 위해선 제가 단단해져야 하고 더 많이 배워야겠죠. 저를 깨뜨리는 것도 있어야 하고요. 작품으로 말이죠. 어쨌든 계속 부딪히고 도전해 보려고요. 한번 쉬지 않고 일을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이번 ‘밤의 여왕’에서도 새로운 캐릭터를 도전한 거잖아요. 차기작으로 예상하는 드라마는 또 다른 모습이죠. 이렇게 늘 도전해 나갈 테니 지켜봐 주세요.”
더 웃겼던 게 제가 그때 DMB로 야구 중계를 켜놓고 보고 있었거든요. 근데 카메라가 절 잡으니까 다른 곳은 못 보고 휴대폰만 쳐다봤어요. 아니나 다를까 DMB에도 제 얼굴이 딱 나오는 거예요. KBS 해설자가 ‘아 저거 천정명 씨 아닌가요? 천정명 씨네요. 여긴 왜 왔을까요? 최근에 영화 하나 찍으신 거 같은데…’라면서 말씀을 시작하는데 그분이 ‘밤의 여왕’을 알았나 봐요. 센스있게 ‘밤의 여왕’에 대해 홍보를 쫙 해주더라고요(웃음). 나중에 영화사 대표님은 ‘정명 씨 고맙다’고 문자도 왔어요. 너무 좋아하시던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