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추워졌으니까 감기 조심하세요. 혓바늘 조심하시고요."
다정하면서도 다소 황당한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싱긋 웃는 정준영(24)에게선 확실히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다. 모델같은 외모에 무심한 듯한 표정과 말투, 진지한 음악의 조화는 낯설지만 흥미롭다. 음악에 국한되지 않는 정준영의 다양한 관심사와 이색 경력들도 저절로 이목을 끌어당긴다.
드디어 정준영이 데뷔했다. 그는 지난해 '슈퍼스타K4'에서 로이킴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이후 거의 1년여 만에 첫 번째 미니 앨범을 내놨다. 지난 17일 진행한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정준영은 "뿌듯하고 활동하는 게 굉장히 즐겁다"고 짤막한 데뷔 소감을 말했다. 오랜 준비 끝에 자랑스레 내놓은 데뷔작은 꽤 수준 높은 음악들로 채워졌다.
"많은 분들이 예상했던 이미지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타이틀이 락발라드고 전체적으로 다양한 곡이 있어서 곡마다 색다른 보컬을 만나볼 수 있어요. 곡 완성도도 높은 편이고, 오래 진지하게 준비한 덕인지 사운드와 편곡도 멋있게 돼서 좋았죠. 분명히 들으실 때 귀가 즐거우실 거예요."
정준영이 데뷔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약 1년. 앞서 로이킴과 유승우, 딕펑스, 허니지 등 '슈스케4' 동기들이 먼저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는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선공개곡 '병이예요'는 공개 직후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타이틀곡 '이별 10분 후'도 쟁쟁한 10월 가요계에서 음원 차트 상위권을 지키며 대박을 냈다.
"그들이 활동할 때 저도 이미 앨범 준비를 하고 있어서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별로 급한 마음이 없었죠. '빨리 나와야지'보다는 완성도를 더 신경쓰게 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락발라드를 하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작곡가 분이 제게 잘 맞는 곡을 써주셨고, 장르보다는 느낌이나 톤을 위주로 연구와 회의를 했어요. '더 좋은 곡이 나올까?'했는데 결국 타이틀곡이 '이별 10분 전'으로 정해졌죠."
결과적으로 똑똑한 선택이었지만, 팬들 사이에는 데뷔 앨범이 '지극히 정준영스럽다'와 '정준영이 하고 싶은 걸 좀 누른 듯 하다'로 반응이 엇갈렸다.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정준영스럽다'라. 제 목소린데 당연히 정준영스럽겠죠. 팬들은 제가 메탈같이 강렬한 음악 좋아하는 거 뻔히 아시니까 좀 더 센 것을 원하셨을 수도 있어요. 정규 앨범 즈음엔 해볼 수 있을까요? 아, 그런데 이번에 생각보다 잘 돼서 락발라드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웃음) 딱 한번 했어요."
사실 기존의 정준영은 특유의 쿨하고 가벼운 분위기가 있었기에, 대중들은 그의 진중한 음악에 놀라워했다. 그는 "사운드가 좋다는 후기를 봤어요.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보통 악기를 하시거나 관심 있으신 분은 사운드를 많이 들으시거든요. 그런 부분을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정말 좋았죠. 다 직접 한 건 아니지만 제 앨범이니까요"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준영은 '이별 10분 전'을 녹음할 때 녹음실 전기가 나가서 촛불을 키고 불렀다는 웃지 못할 사연을 소개했다. 또 앨범에 실은 자작곡 '아는 번호'의 가사 내용을 설명하며 앨범 작업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는 "경험담은 아니지만 뻔한 사랑 얘기가 아닌 현실적인 내용을 담았다"면서 솔직하고 여과없이 속내를 드러냈다. 쿨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불이 나갔는데, 촛불만 켜니 눈이 아파서 휴대폰 어플로 불을 밝혔어요. 누군가 대박 조짐이라고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해서 내심 기대하고 그랬죠. '아는 번호' 내용은 이런 거예요. 연인이 통화를 하는데 여자가 막 힘들다고 울어요. 찾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남자는 위로라곤 '울지마, 괜찮아'라는 말밖에 못해요. 그런 마음을 써봤어요. 사실 전 친구든 연인이든 실제로는 '어쩌라고, 끊어' 할 것 같지만. (웃음) 가사는 아름다운 게 좋잖아요. 나중엔 더 현실적으로 가사를 써보려고요."
정준영은 '슈스케4' 출연 당시부터 화려한 아르바이트 경력, 다수의 연예 기획사 연습생 출신이었던 과거가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만약 그가 '슈스케4'에서 3위에 오르지 못하고 초반에 탈락했다면, 과연 어떤 알바를 하고 있을까? 그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지금껏 가장 인상 깊었던 알바 경험으로는 택배 분류와 공사장 일을 꼽았다.
"슈스케에 안나갔다면? 한 군데서 오래 일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뭘 하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예전엔 진짜 이상한 일도 다 해봤거든요. 특히 택배 분류하는 아르바이트가 생각나요. 죽을 거 같을 정도로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었죠. 그런데 일당으로 주니까 돈 받을 땐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나요. 대전에서 공사장 일도 해봤는데 숙소에서 먹고 자며 2주나 했어요. 그땐 친구 삼촌이 공사장 대장이라 도망도 못 갔다니까요."
데뷔에 앞서, 정준영은 '슈스케4'부터 지난 여름까지 동고동락해온 동료 로이킴이 조금 더 먼저 잘 되고, 먼저 힘든 사건을 겪어내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같이 살았기 때문에 무조건 응원해주고 평상시랑 똑같이 대해줬어요. 그땐 몰랐는데 지금 돌아보면 일부러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어차피 다 지나갈 일이라고 생각해서 여러 말을 하지는 않았죠"라고 말했다.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는 정준영은 로이킴과 함께 살며 DJ로 활동할 당시 직접 음식을 해 준 일화도 유명하다. 하지만 미국에 가기 전 로이킴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다 거짓말"이라고 말해 정준영을 자극했다. 정준영은 가장 잘 하는 요리로 망설임 없이 "봉골레!"를 꼽으며 다시 한 번 로이킴을 언급했다.
"봉골레가 기가 막힙니다. 진짜 끝장나요. 다 없어져요. 맛보는 사람들 다 없어질 정도로 맛있어요. 로이가 그랬다고요? 걔 지금 미국가서 하는 얘긴데 봉골레 먹고 충격 받아서 갔을지도 몰라요. 로이는 말할 것도 없고 예전에 스태프들한테도 김치전까지 부쳐서 다 돌렸어요. 거짓말이라니, 전화 한 번 해야겠어요."
숱한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인터뷰 말미 정준영은 "아직 이르지만 나중엔 공연을 재밌게 죽이게 하는 가수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뮤지션으로서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약 한 달간 이번 앨범으로는 음악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KBS '불후의 명곡' 등 방송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후에는 필리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며 기대에 찬 미소를 지었다.
"제 최종적인 꿈은 제 밴드를 만들어서 원하는 음악을 하는 거예요. 물론 많이 음악을 듣고 플레이를 해봐야겠죠. 개인적으로 이번 타이틀곡은 꽤 대중성이 있는 노래라고 생각해요. 먼 훗날엔 대중성이 없는데 대중성 있는 노래를 하는, 말이 어렵지만 제가 원하는 정준영만의 느낌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죠. 활동 열심히 하고, 곡도 쓰고, 왠지 지금은 락음악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아직 진정한 사랑을 모른다는 정준영, 혹시 터무니없는 이상형 탓? "일관적으로 이상형은 재밌는 여자예요. 그런데 외모는 무조건 봐요. 솔직히 이상형에 관해 상당히 대답하기 애매한 게, 사실은 예쁘면 땡이에요. 나쁜 짓을 해도 착하게 보이고 '이해 못하는 내가 잘못 됐구나' 한다니까요. 또 웃긴 것도 좋지만 대화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여자가 좋아요. 궁극적으로는 재밌는데, 예쁘고, 몸매도 좋고, 성격도 착하고, 이제 헤어지려고 인사했는데 페라리 키를 꺼내서 '뾰뾱!'하고 타고 가는 여자가 이상형이죠." 또 정준영은 일과 사랑 중 우선 순위를 정해달라는 요청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일과 사랑을 당연히 병행한다면서도, 마지막에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대답으로 마지막까지 웃음을 안겼다. |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