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건설사, 리스크 부담에 시공권 넘겨
[뉴스핌=이동훈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처한 건설사들의 아파트 시공권을 인수해 ‘대박’을 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파트 건설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사업장을 인수한 기업은 마케팅과 자금 지원 등의 작업만 거쳐 손쉽게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반면 사업을 추진할 돈이 없어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사업성이 좋은 현장까지 넘긴 건설사들은 매출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의 시공권을 인수해 사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덕수궁 롯데캐슬' 공사 모습 |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재무 상태가 나쁜 건설사들이 리스크(위험) 부담이 있는 주택 사업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알짜’ 입지를 갖춘 건축 시공권이 대형 건설사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달 롯데건설이 분양한 ‘덕수궁 롯데캐슬’은 당초 동부건설이 시공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건축 설계까지 마쳤으나 자금 부족과 사업 지체로 리스크 부담이 커지자 시공권을 포기한 것.
롯데건설은 이 사업을 인수해 설계는 그대로 유지한 채 분양에 나서 흥행을 일궈냈다.
덕수궁 롯데캐슬 아파트는 217가구 모집에 총 1517명 몰려 최고 평균 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피스텔은 평균 12.1대 1로 인기가 더 높았다. 최고 경쟁률은 45.4대 1이다.
지난해 말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동탄 꿈에그린 프레스티지’(총 1817가구)도 당초 한화건설과 극동건설이 지분 50대 50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분양을 앞두고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한화건설이 나머지 지분을 인수했다.
분양 물량이 많아 위험 부담도 컸지만 청약접수 결과 총 1689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5619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3.32대 1을 기록했다. 과감한 도전이 기회가 된 셈이다.
지난 2011년 하반기 대우건설이 분양한 ‘서수원레이크푸르지오’은 벽산건설이 추진하던 사업장을 넘겨받은 곳이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벽산건설이 이 부지를 시장에 내놨고 이에 대우건설이 인수했다.
이 단지는 1~3순위 청약접수에 평균 경쟁률 1.35대 1로 마감했다. 현재는 미분양 없이 계약을 모두 마친 상태다.
올해 들어서도 시공사가 교체된 사업장이 대거 출현하고 있다. 올 4월 재개발 사업장인 서울 은평구 ‘응암10구역’ 시공권이 동부건설에서 SK건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으로 변경됐다.
용산구 효창4구역은 쌍용건설에서 KCC건설로, 동대문구 전농11구역 재개발은 동부건설에서 롯데건설로 각각 시공사가 교체됐다. 이들 사업장은 내년 착공과 함께 분양될 예정이다.
대형 건설사 한 임원은 “통상 재건축, 재개발을 진행하는 데 시공사가 조합에 수십억원의 추진비용을 대여한다”며 “하지만 금융권 대출이 쉽지 않아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 및 부실 건설사들은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업 중간에 시공사로 참여하면 초기에 비해 불확실성이 크게 낮아져 사업 진행에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