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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공기업] ④ 자원빈국의 해외자원투자, 부채 or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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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임기간 길어…장기적 관점 투자·평가해야"

공기업을 포함한 우리나라 공공기관에는 '신의 직장'이라는 평가와 함께 부채가 500조원에 달하는 '부실덩어리'라는 인식이 혼재돼 있다. 정권 초기마다 반복되는 공기업 낙하산 인사, 이로 인해 이어지는 방만경영과 비리 등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란 제도가 있지만 공공기관장 자리가 대선의 전리품으로 취급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개혁은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이다. 문제는 공기업이 정부의 국책사업을 수행하며 늘어난 빚은 단지 공기업의 문제가 아닌 정부, 나아가 국민 모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핌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새롭게 제기된 공기업의 부채구조와 실태를 진단하고 대한민국 공공기관이 나아가야 할 개혁방향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註]

[뉴스핌=홍승훈 기자] 1976년 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을 통해 포항 영일만에서 석유가 나왔다고 대국민 발표를 했다. 불과 2년여 전 1차 오일쇼크로 에너지빈국의 고통을 겪었던 국민들로선 산유국의 꿈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영일만에서 추출된 석유를 마시며 눈물을 흘렸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이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 개발이 중단됐다.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1년 정부는 인도네시아 마두라 유전에서 기름이 추출됐다고 밝혔다. 이 또한 79년 2차 오일쇼크를 겪은 지 얼마되지 않은 때인 만큼 국민 감동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역시 결과물은 없었다. 초기에 좀 나오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생산이 멈췄다.

이들 사건을 두고 세간에선 정부가 자원개발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렇듯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자원빈국 한국으로선 해외 자원개발에 목을 매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 것만은 사실이다. 권력을 잡은 정권이 이 같은 현실과 국민심리를 최대한 이용했다는 분석도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어찌됐든 80년대 초부터 본격화되던 해외 자원개발의 꿈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며 잠시 접게 됐다.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 석유 등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던 공기업과 민간기업은 해외 알짜 유전과 가스전을 싼값에 팔아야 했다.

이후 세월이 흘렀고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정부 주도하의 해외 자원개발 붐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

한국가스공사와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들은 정부 주도하에 국책사업을 이끌며 리스크 높은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섰다. 성과도 있었지만 부채도 커졌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MB 정부 시절 이뤄졌던 해외 자원개발의 부실 사례로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이 난타 당했다.

◆ 가스공사 부채비율, LH 이어 공기업 넘버2…왜?

도대체 지난 5년간 에너지 등 자원개발로 인해 생겨난 빚은 얼마나 될까?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말 부채규모는 32조2528억원이다. 불과 6~7년 전만 하더라도 8조원 안팎이던 가스공사 부채는 2008년 한 해에만 100% 이상 증가하며 17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30조원을 넘었다. 부채비율도 385.4%로 LH공사(466%)에 이어 공기업 중 2번째로 높다.

가스공사가 지난해 지불한 이자비용만 1조원에 육박한다. 갚아야 할 부채(사채 및 장기차입금 상환액)도 지난해 1조4685억원에 이어 2013년 2조2795억원, 2014년 2조2734억원 등 3년간 6조원을 넘어선다.

가스공사 부채증가에는 과도한 해외투자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가스공사 부채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국내외 설비투자와 원료비 단가상승에 따른 운전자금. 이 중 설비투자는 국내와 해외로 나뉘는데 해외투자부문이 2010년부터 급격히 치솟기 시작했다.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2000억원 안팎에 머물던 해외투자가 2010년 5000억원을 넘어서더니 2011년 2조원선도 뚫고 올라갔다. 2년새 10배 가까운 상승률이다.

반면 투자수익률은 반대로 하락했다. 35%에 달하는 해외지분 투자수익률은 2005년을 꼭지로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특히 2008년 이후 해외지분 투자수익률은 10%를 하회하며 최근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석유공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순옥 의원(민주당)에 따르면 MB정부 시절 해외자원외교라는 이름하에 19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중 석유공사에만 12조원이 투자됐다.

2008년 3월 미국 Ankor사의 자산매입에 1조원을 쏟아부은 것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4년여 동안 12조원이 해외자원개발에 투입됐다. 6개월마다 1조원 이상 거액을 밀어넣은 셈이다.

하지만 최근 국감에서 지적당했듯 캐나다 하베스트(3조7000억원에 인수)의 경우만 하더라도 현재 손실액만 8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박진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장은 "해외자원 개발 주역으로 나섰던 가스, 석유, 광물자원공사는 모두 재무구조상 '위험 및 요주의'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이들은 유동성이 부족해 단기금융부채상환능력이 50% 미만이며 특히 석유공사와 광물공사는 단기외화차입금에 대한 자금력이 낮아 외환 유동성에 대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 "자원개발은 반도체와 유사...장기관점 접근해야"

다만 자원개발 공기업들의 부채는 여타 공기업 부채와는 달리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성과물을 거두기까지의 '회임기간'이 워낙 길기 때문이다. 일년 단위로 잘라 나오는 숫자로 공과(功過)를 따지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자원개발, 에너지산업 특성을 언급할 때 곧잘 비교되는 것이 반도체산업이다. 초기 투자가 대규모인데다 회임기간이 길다는 점, 시장변화에 따른 가격변동폭이 크다는 점 등에서다. 이를 두고 삼성과 LG의 벌어진 격차를 설명하는 이도 있다. 에너지공기업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삼성이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덕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초기 막대한 투자자금, 현격히 떨어지는 기술력으로 인해 그룹내 모든 임직원이 반대할 때 창업주인 이병철 당시 회장이 끝까지 밀어부쳐 반도체 투자를 지속했고 지금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내는 삼성전자가 만들어진 것 아닌가. 당시 계속 적자가 나는 삼성반도체를 삼성전자로 통합시키면서까지 반도체를 끌고 갔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반면 LG는 어떤가. 적자를 이어가는 반도체(옛 금성일렉트론)부문을 계속 분리 경영했고 결국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로 넘어갔다. 전자회사에 반도체가 없는, 소위 '앙꼬 없는 찐빵'이 됐다. 지금의 삼성과 LG 격차는 반도체가 갈랐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 자원개발, 에너지산업에 대한 투자 역시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장기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스·석유·광물자원공사 등의 막대한 빚이나 부채비율은 위험을 감안한 투자였기에 불가피한 현상이었으며, 이는 10~20년 장기 관점에서 진단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해외 자원개발은 시황변동이 커 자산가치 등락이 상당히 심하다. 한 마디로 모험산업이다. 매년 경영평가를 받는 민간기업들로선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에너지분야 국장은 "자원빈국인 우리로선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결국 공기업이 앞에서 끌어가는 현실"이라며 "일정 기간을 잘라 자산가치를 평가하면 손실일 수 있지만 이러다 오일쇼크라도 오면 그 가치는 바로 치솟는다. 캐나다 하베스트 역시 현재로선 '적절했다, 부적절했다'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 출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하니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는 부채규모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것.

다른 산업부 국장은 "가스공사가 과거 가스도입만 하다 가스전 투자, 나아가 가스터미널사업으로 영역을 키워가는 것은 밸류체인 확보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며 "석유공사도 과거 광구만 개발하다 이제는 시추관리, 시추 기술회사 인수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이 같은 방향은 틀리지 않다.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면 현재의 공기업 규모를 더 키워야 하는 게 맞다. 또 부채만큼 자산이 커졌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공기업 불분명한 회계처리 지적...자산매각시 신중 당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적, 경영효율 측면에선 이들 공기업의 개선책도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올해 국감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하진 의원(새누리당)은 가스공사의 재무회계 처리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정부 물가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원가 이하로 공급한 도시가스 손실분에 대해 미수금, 즉 미실현수익으로 회계처리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전 의원은 "5조5000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가스공사 회계방식으로는 미실현수익으로 인정되고 있는데 나중에 국민들에게 다시 받기 어려운 것을 어떻게 미실현수익으로 처리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며 "그러면서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자 주주들에게는 10%씩 주식배당금을 줬다. 그러니 당연히 부채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민간기업이었다면 대손상각을 해 회계상 적자로 잡히는 것을 가스공사는 흑자로 둔갑시켜 주주 배당금, 임직원 성과급 등의 방만경영을 일삼았다는 것이 전 의원의 주장이다.

또한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성과도 있었지만 급하게 추진한 해외 자원개발정책탓에 부실자산이 끼어들고, 정치권 등과 연계된 비리 사건이 불거진 것도 에너지공기업의 신뢰를 추락시킨 한 요인이다.

2011년을 뜨겁게 달궜던 CNK 주가 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CNK가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대규모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외교부의 부풀려진 보도자료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결국 감사원 감사 등이 이어지며 일파만파 확산됐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등 당시 실세가 연루되면서 MB 정부의 대표적인 스캔들로 비화되기도 했다.

일단 지난 정부의 무리한 자원개발정책이 국민 지탄속에 일단 숨고르기 상태에 들어갔다. 가스·석유공사 등 관련 공기업들도 관련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절하며 속도조절을 통해 우선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산업부 역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에너지공기업의 해원자원개발 내실화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에 대해 비판을 하는 이들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매각시 신중을 거듭 당부한다.

전순옥 의원(민주당)은 "최근 정부가 공기업 부채비율 감소를 통한 재무개선을 위해 재무적투자자 유치와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이는 국민혈세로 모든 위험을 없앤 자산을 일부 대기업 등에 통째로 갖다주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에너지사업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고려해 모든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최선의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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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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