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경제

속보

더보기

[빚더미 공기업] ④ 자원빈국의 해외자원투자, 부채 or 자산?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회임기간 길어…장기적 관점 투자·평가해야"

공기업을 포함한 우리나라 공공기관에는 '신의 직장'이라는 평가와 함께 부채가 500조원에 달하는 '부실덩어리'라는 인식이 혼재돼 있다. 정권 초기마다 반복되는 공기업 낙하산 인사, 이로 인해 이어지는 방만경영과 비리 등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란 제도가 있지만 공공기관장 자리가 대선의 전리품으로 취급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개혁은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이다. 문제는 공기업이 정부의 국책사업을 수행하며 늘어난 빚은 단지 공기업의 문제가 아닌 정부, 나아가 국민 모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핌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새롭게 제기된 공기업의 부채구조와 실태를 진단하고 대한민국 공공기관이 나아가야 할 개혁방향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註]

[뉴스핌=홍승훈 기자] 1976년 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을 통해 포항 영일만에서 석유가 나왔다고 대국민 발표를 했다. 불과 2년여 전 1차 오일쇼크로 에너지빈국의 고통을 겪었던 국민들로선 산유국의 꿈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영일만에서 추출된 석유를 마시며 눈물을 흘렸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이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 개발이 중단됐다.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1년 정부는 인도네시아 마두라 유전에서 기름이 추출됐다고 밝혔다. 이 또한 79년 2차 오일쇼크를 겪은 지 얼마되지 않은 때인 만큼 국민 감동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역시 결과물은 없었다. 초기에 좀 나오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생산이 멈췄다.

이들 사건을 두고 세간에선 정부가 자원개발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렇듯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자원빈국 한국으로선 해외 자원개발에 목을 매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 것만은 사실이다. 권력을 잡은 정권이 이 같은 현실과 국민심리를 최대한 이용했다는 분석도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어찌됐든 80년대 초부터 본격화되던 해외 자원개발의 꿈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며 잠시 접게 됐다.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 석유 등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던 공기업과 민간기업은 해외 알짜 유전과 가스전을 싼값에 팔아야 했다.

이후 세월이 흘렀고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정부 주도하의 해외 자원개발 붐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

한국가스공사와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들은 정부 주도하에 국책사업을 이끌며 리스크 높은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섰다. 성과도 있었지만 부채도 커졌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MB 정부 시절 이뤄졌던 해외 자원개발의 부실 사례로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이 난타 당했다.

◆ 가스공사 부채비율, LH 이어 공기업 넘버2…왜?

도대체 지난 5년간 에너지 등 자원개발로 인해 생겨난 빚은 얼마나 될까?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말 부채규모는 32조2528억원이다. 불과 6~7년 전만 하더라도 8조원 안팎이던 가스공사 부채는 2008년 한 해에만 100% 이상 증가하며 17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30조원을 넘었다. 부채비율도 385.4%로 LH공사(466%)에 이어 공기업 중 2번째로 높다.

가스공사가 지난해 지불한 이자비용만 1조원에 육박한다. 갚아야 할 부채(사채 및 장기차입금 상환액)도 지난해 1조4685억원에 이어 2013년 2조2795억원, 2014년 2조2734억원 등 3년간 6조원을 넘어선다.

가스공사 부채증가에는 과도한 해외투자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가스공사 부채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국내외 설비투자와 원료비 단가상승에 따른 운전자금. 이 중 설비투자는 국내와 해외로 나뉘는데 해외투자부문이 2010년부터 급격히 치솟기 시작했다.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2000억원 안팎에 머물던 해외투자가 2010년 5000억원을 넘어서더니 2011년 2조원선도 뚫고 올라갔다. 2년새 10배 가까운 상승률이다.

반면 투자수익률은 반대로 하락했다. 35%에 달하는 해외지분 투자수익률은 2005년을 꼭지로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특히 2008년 이후 해외지분 투자수익률은 10%를 하회하며 최근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석유공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순옥 의원(민주당)에 따르면 MB정부 시절 해외자원외교라는 이름하에 19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중 석유공사에만 12조원이 투자됐다.

2008년 3월 미국 Ankor사의 자산매입에 1조원을 쏟아부은 것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4년여 동안 12조원이 해외자원개발에 투입됐다. 6개월마다 1조원 이상 거액을 밀어넣은 셈이다.

하지만 최근 국감에서 지적당했듯 캐나다 하베스트(3조7000억원에 인수)의 경우만 하더라도 현재 손실액만 8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박진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장은 "해외자원 개발 주역으로 나섰던 가스, 석유, 광물자원공사는 모두 재무구조상 '위험 및 요주의'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이들은 유동성이 부족해 단기금융부채상환능력이 50% 미만이며 특히 석유공사와 광물공사는 단기외화차입금에 대한 자금력이 낮아 외환 유동성에 대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 "자원개발은 반도체와 유사...장기관점 접근해야"

다만 자원개발 공기업들의 부채는 여타 공기업 부채와는 달리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성과물을 거두기까지의 '회임기간'이 워낙 길기 때문이다. 일년 단위로 잘라 나오는 숫자로 공과(功過)를 따지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자원개발, 에너지산업 특성을 언급할 때 곧잘 비교되는 것이 반도체산업이다. 초기 투자가 대규모인데다 회임기간이 길다는 점, 시장변화에 따른 가격변동폭이 크다는 점 등에서다. 이를 두고 삼성과 LG의 벌어진 격차를 설명하는 이도 있다. 에너지공기업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삼성이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덕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초기 막대한 투자자금, 현격히 떨어지는 기술력으로 인해 그룹내 모든 임직원이 반대할 때 창업주인 이병철 당시 회장이 끝까지 밀어부쳐 반도체 투자를 지속했고 지금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내는 삼성전자가 만들어진 것 아닌가. 당시 계속 적자가 나는 삼성반도체를 삼성전자로 통합시키면서까지 반도체를 끌고 갔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반면 LG는 어떤가. 적자를 이어가는 반도체(옛 금성일렉트론)부문을 계속 분리 경영했고 결국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로 넘어갔다. 전자회사에 반도체가 없는, 소위 '앙꼬 없는 찐빵'이 됐다. 지금의 삼성과 LG 격차는 반도체가 갈랐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 자원개발, 에너지산업에 대한 투자 역시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장기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스·석유·광물자원공사 등의 막대한 빚이나 부채비율은 위험을 감안한 투자였기에 불가피한 현상이었으며, 이는 10~20년 장기 관점에서 진단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해외 자원개발은 시황변동이 커 자산가치 등락이 상당히 심하다. 한 마디로 모험산업이다. 매년 경영평가를 받는 민간기업들로선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에너지분야 국장은 "자원빈국인 우리로선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결국 공기업이 앞에서 끌어가는 현실"이라며 "일정 기간을 잘라 자산가치를 평가하면 손실일 수 있지만 이러다 오일쇼크라도 오면 그 가치는 바로 치솟는다. 캐나다 하베스트 역시 현재로선 '적절했다, 부적절했다'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 출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하니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는 부채규모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것.

다른 산업부 국장은 "가스공사가 과거 가스도입만 하다 가스전 투자, 나아가 가스터미널사업으로 영역을 키워가는 것은 밸류체인 확보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며 "석유공사도 과거 광구만 개발하다 이제는 시추관리, 시추 기술회사 인수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이 같은 방향은 틀리지 않다.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면 현재의 공기업 규모를 더 키워야 하는 게 맞다. 또 부채만큼 자산이 커졌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공기업 불분명한 회계처리 지적...자산매각시 신중 당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적, 경영효율 측면에선 이들 공기업의 개선책도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올해 국감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하진 의원(새누리당)은 가스공사의 재무회계 처리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정부 물가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원가 이하로 공급한 도시가스 손실분에 대해 미수금, 즉 미실현수익으로 회계처리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전 의원은 "5조5000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가스공사 회계방식으로는 미실현수익으로 인정되고 있는데 나중에 국민들에게 다시 받기 어려운 것을 어떻게 미실현수익으로 처리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며 "그러면서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자 주주들에게는 10%씩 주식배당금을 줬다. 그러니 당연히 부채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민간기업이었다면 대손상각을 해 회계상 적자로 잡히는 것을 가스공사는 흑자로 둔갑시켜 주주 배당금, 임직원 성과급 등의 방만경영을 일삼았다는 것이 전 의원의 주장이다.

또한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성과도 있었지만 급하게 추진한 해외 자원개발정책탓에 부실자산이 끼어들고, 정치권 등과 연계된 비리 사건이 불거진 것도 에너지공기업의 신뢰를 추락시킨 한 요인이다.

2011년을 뜨겁게 달궜던 CNK 주가 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CNK가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대규모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외교부의 부풀려진 보도자료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결국 감사원 감사 등이 이어지며 일파만파 확산됐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등 당시 실세가 연루되면서 MB 정부의 대표적인 스캔들로 비화되기도 했다.

일단 지난 정부의 무리한 자원개발정책이 국민 지탄속에 일단 숨고르기 상태에 들어갔다. 가스·석유공사 등 관련 공기업들도 관련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절하며 속도조절을 통해 우선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산업부 역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에너지공기업의 해원자원개발 내실화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에 대해 비판을 하는 이들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매각시 신중을 거듭 당부한다.

전순옥 의원(민주당)은 "최근 정부가 공기업 부채비율 감소를 통한 재무개선을 위해 재무적투자자 유치와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이는 국민혈세로 모든 위험을 없앤 자산을 일부 대기업 등에 통째로 갖다주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에너지사업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고려해 모든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최선의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출구조사 "유권자 65% '인플레 트럼프 탓'"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고물가와 경제 난국의 책임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 CNN, CBS 등 미국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윌리엄 C. 가우디 기술 아카데미의 중간선거 투표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의 44%는 "2년 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가계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고 답한 반면, 좋아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이번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8%에 그쳐, 1기 임기 당시 치러진 2018년 중간선거 지지율(45%)보다 7%포인트(P) 하락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답했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4대 핵심 경합주(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권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는 경제(39%)였으며, 민주주의 수호(32%)가 뒤를 이었다. 체감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는 ▲유가 및 경유 가격(87%) ▲식료품 가격(88%) ▲공공요금(86%) ▲의료비(85%) 등 삶의 질과 직결된 전 분야에서 80%가 넘는 유권자가 불안감과 생활고를 호소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층 비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라티노 우위 격차는 2024년 10%P에서 이번에 16%P로 크게 확대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흥미롭게도, 유권자들은 양당 모두에 대해 높은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4%(호감 46%), 공화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9%(호감 41%)로 양당 모두 과거 두 차례 중간선거 대비 비호감도가 크게 상승했다. '양당 모두 비호감'이라고 답한 유권자 비율도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슈별 정당 신뢰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경제, 외교 정책, 의료, 공직 부패 등 다수 분야에서 공화당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공화당은 이민 문제에서만 유일하게 우위를 점했으며, 인공지능(AI) 정책과 세금 이슈에서는 양당이 팽팽히 맞섰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08:04
사진
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