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심사 여야 전략 분석…연내 처리는 '빨간불'
2014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처리의 법정시한(12월 2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으나 아직 지난해 예산안에 대한 결산심사도 끝내지 못한 상황이라 시한내 처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연내 처리 여부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다. 준예산 편성 우려마저 나오는 가운데 여야는 어떻게든 연내에는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본격심사에 나설 계획이다. 뉴스핌은 예산안 본격 심사에 앞서 여야의 전략을 점검해봤다.[편집자註]
[뉴스핌=정탁윤 기자] 여야 간 정쟁이 지속되면서 내년 예산안의 연내 국회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20일 현재 여야는 지난해 예산에 대한 결산심사조차 마무리짓지 못한 상황이라 올해 역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예산안과 관련, 헌법 제54조는 정부가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인 10월 2일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이를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998년 이후 국회가 예산안을 시한 내에 처리한 경우는 2002년 딱 한 차례에 불과하다. 대부분 12월 말에 처리했고 2013년 예산안은 해를 넘긴 올해 1월 1일 오전 6시경 처리됐다.
국회는 이 같은 '위법' 예산안 처리 악습을 막고자 내년부터는 헌법상 의결기한의 48시간이 지난 시점까지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 회부되도록 했다. 올해가 위법 예산처리의 사실상 마지막 해인 셈이다.
내년 예산안과 관련, 현재 새누리당은 창조경제ㆍ일자리 만들기 등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국정원 등 권력기관 특수활동비를 줄이는 대신 영ㆍ유아 무상보육 등 복지예산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
새누리당은 예산안에 대한 조속한 심사를 원칙으로 박근혜정부 첫번째 예산인 만큼 국민과의 약속이 잘 반영돼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창조경제 등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실천하기 위한 예산은 반드시 사수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예산안 심사 전략에 대해 "박근혜정부의 첫번째 예산이기 때문에 국민과 약속이 잘 반영됐는지 여부와 국민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짚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이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하며 예결산 심사일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 고민이다. 자칫 여야 간 정쟁이 격화돼 연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사상 초유의 준예산을 편성해야 함은 물론 집권여당으로서 '정치력'과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내년 예산안의 큰 원칙만 제시하면서도 세부적인 전략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최근 의원들에게 '2014 예산안 심사 전략' 보고서를 돌리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신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향해 조속히 예산·결산 심사에 임해줄 것을 촉구하며 만의 하나 제기될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을 쓰고 있다. 새누리당 예결특위 위원들은 지난 19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즉시 결산심사를 다시 착수해 완료하고, 새해 예산심의에 착수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하루가 급한 이 시점에 민주당은 민생과 관계없는 일방적인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 결산소위는 물론 국회의 시계를 멈추게 했다"면서 "예산은 곧 민생이다. 예산심사가 지연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방식으로 국민이 나눌 전체 파이를 키우는 방법에는 무조건 반대하고, 부자에게 빼앗아 서민에게 나누겠다는 발상은 경제 질서를 왜곡하고, 극단적 편 가르기로 우리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빠뜨릴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전체 파이도 키우고, 분배의 공정한 룰도 만드는 생산적이고 건설적 방향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야 "부자감세 철회·복지예산 확대에 중점"
민주당은 정부의 새해 예산안에 대해 ‘공약ㆍ민생ㆍ미래’를 포기한, 이른바 ‘3포 예산’이라 규정, 심사 과정에서 꼼꼼히 따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국정원 등 권력 기관 특수활동비를 줄이는 대신 영ㆍ유아 무상보육 등 복지예산 확대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선심성 지방 특혜성 예산은 철저히 따지겠다는 계획이다.
예결특위 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예산안 심사야 말로 합리적 민주주의의 전형이 돼야 한다"며 "특정정당에 편중된 예산이 아니라 여야 균형이 잘 조화돼 합의 민주주의의 전형이 되도록 잘 합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내년 예산안의 연내 처리가 불발될 경우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만 일삼는다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 여당과의 협상에 어느 정도 성의있는 자세는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검 도입과 연계해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원칙적으로 민주당은 예산안 심사에서 '위기의 민생'을 지원하고 박근혜정부 들어 후퇴하고 있는 보육국가부담 확대, 무상급식, 의료공공성 강화 등 '보편적복지'를 확대하는데 투자해 '민생안보'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회의에서 내년 예산안과 관련, 정부의 부자감세 기조가 철회돼야 원만히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은 경제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재정적자만 26조원에 달하고 전년 대비 국가채무 증가가 50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이 예산안마저도 장밋빛 경제성장 전망으로 인한 세수부족으로 내년도 추경 예산편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비공개 의총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법안을 각 상임위 차원에서 철저히 심사하되, 지도부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 처리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가 예산안과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및 국정원 개혁특위 등을 놓고 새누리당과 협상에 나선 만큼, 지도부의 전략에 따라 달라는 주문이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