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취임 첫해 안보·세일즈 정상외교 마무리
[뉴스핌=이영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올해 마지막 정상외교 일정으로 리셴룽(Lee Hsien Loong, 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제3국 공동진출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는 천연자원은 부족하지만 뛰어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해서 경제성장 이룬 그런 공통점이 있다"며 "이제는 또 창조와 혁신을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도약을 해야 되는 공통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리 총리는 "양국 간에 차이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유사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한 만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 데 주목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싱가포르는 금융·물류 등에, 우리는 제조업·IT·건설 분야에 장점이 있는 만큼 양국의 강점을 결합해 제3국에 공동진출하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아세안(ASEAN)이 도로, 철도 등 수송인프라와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 인프라 등을 포괄한 전체 인프라 간의 역내 통합인 '물리적 연계'를 추진하고 있어 이 지역 진출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양 정상은 또 싱가포르가 추진 중인 중국 및 동남아 지역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사업에 대한 우리 건설업체의 참여를 지원하고 우리기업이 중앙아시아나 동남아에 투자중인 대규모 인프라·플랜트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금융이 참여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 간 실무채널을 구성키로 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프랑스와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것처럼 제3국 진출시 양국 금융기관이 파이낸싱을 하는 것이 협력사업의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국내의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 건설업체의 수주도 지원키로 약속했다. 올해 11월 기준 싱가포르에서의 건설수주액은 누계 기준 310억달러(288건) 규모로 중동지역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최대 해외건설시장이다.
우리 측은 싱가포르 도심 지하철 '톰슨라인(Thomson line)' 공사에서 앞으로 있을 14개 구간 입찰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 사업은 144억달러(25개 구간) 규모로 국내 건설사가 이미 2개 구간을 수주한 바 있다.
싱가포르는 지하철과 경전철 등 인프라 분야에서 450억~550억달러 가량의 사업을 예정해 놓은 상태인데 가격과 기술경쟁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환영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양국은 연구개발(R&D) 분야 협력과 관련해 1997년 체결된 과학기술협력협정에 따른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내년 초 개최해 창조경제 전반에 관해 논의키로 합의했다.
조 수석은 "1997년 협정 체결로 공동위를 개최할 수 있게 됐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개최된 적이 없다"며 "그래서 내년 1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싱가포르 정보통신부 장관과의 만남을 계기로 공동위를 열어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방송, ICT 등의 분야에서 구체적 협력방안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측은 이날 오전 체결된 우리나라 보건산업진흥원과 싱가포르 과학기술연구청 간 바이오메디컬 분야 MOU를 기초로 나노, 로봇분야까지 협력범위를 확대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담에서 리 총리는 양국이 지난 2006년 체결한 한·싱가포르 FTA(자유무역협정)의 보완 발전을 위해 더욱 긴밀히 협의하고, 항공서비스협력도 확대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현재 진행중인 한·ASEAN FTA 추가자유화 협상을 통해 양국이 호혜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내년 상반기 개최 예정인 한·싱가포르 항공회담에서 양국 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싱가포르가 그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확대·발전을 위해 보여준 노력을 높게 평가했으며, 우리의 관심 표명 이후 TPP 참여국과의 예비 양자협의 등에서 싱가포르의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다.
리 총리는 한국의 TPP 참가를 환영한다면서 한국의 참여를 통해 TPP가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한·ASEAN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내년 12월 한국에서 열리는 한·ASEAN 특별정상회의에 리 총리의 참석을 요청했다. 이에 리 총리는 특별정상회의에 꼭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박 대통령, 취임 첫해 31차례 정상회담 가져
이날 회담은 특히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최초의 '부녀(父女) 대통령'이고, 리 총리는 싱가포르 국부로 불리는 리콴유 전 총리가 부친이라는 점에서 '2세 정상 간 만남'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 회담으로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 '코리아 세일즈외교'로 명명한 정상외교를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취임 후 일본을 제외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은 물론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미, 중남미 국가까지 총 31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해외 순방도 5차례나 있었다.
청와대는 이날 '2013년도 대통령 정상외교 결과 및 평가'란 해설자료를 통해 '박 대통령이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정상외교를 통해 자신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지지를 확보했으며, 인도네시아와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연내에 타결하기로 합의하는 등 동남아 국가들과의 세일즈외교에서도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