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어쩐지 난감할 지경이었다. 대화를 나눠야 할 사람은 영화 ‘캐치미’ 속 프로파일러 이호태인데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자폐 3급 레지던트 박시온(드라마 ‘굿닥터’)이 자꾸 겹쳐 보였다.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배우 주원(26)은 아직 그 이미지가 남아있다며 금방 박시온에 빙의해 버렸다. 하지만 주원 본연의 모습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연상 전문(?) 배우답게 말투에는 귀여운 애교가 잔뜩 묻어났다. 궁금한 게 생기면 되레 질문을 건넬 만큼 호기심도 가득했다.
올 한해 드라마 ‘7급 공무원’과 ‘굿닥터’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대세로 떠오른 주원이 이번엔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영화 ‘캐치미’는 완벽한 프로파일러 이호태가 전설적인 도둑이 돼 나타난 첫사랑 윤진숙(김아중)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대 사건들을 그렸다.
“영화는 찍고 편집한 시간에 비해 공개되는 분량이 짧아서 부담돼요. 하지만 결과에 대한 부담은 아니에요. 전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결과에 대해 미리 생각하진 않아요. ‘캐치미’는 저한테는 굉장히 행복한 작품이죠.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고 현장 분위기도 좋았어요. 10년 후에 ‘캐치미’를 생각해도 행복한 기억만 떠오를 거예요.”
극중 주원이 연기한 이호태는 경찰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완벽한 프로파일러다. 모든 범죄자에게 엄격한 잣대를 가진 그는 범죄자가 된 첫사랑 윤진숙을 만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일 앞에선 냉철한 프로지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선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기세다.
“호태에게 저를 맞췄어요. 로맨틱코미디에 재미를 느꼈던 이유가 주원 50%, 캐릭터 50%로 섞인 연기를 한다는 점이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니 제 이미지가 더 들어가요. 싱크가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주원화되면서 맞춰지는 거랄까요. 물론 호태 안에 제가 없기도 해요. 누구나 과거에 순수한 사랑을 했겠지만 호태는 현재도 그런 뜨거운 사랑을 실천하고 있죠.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잖아요.”
현재는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없다는 주원의 표정이 꽤나 단호했다. 한창 연애할 나이인데 왜 그런 사랑을 할 수 없느냐 물었더니 “다 그런 거 아니겠느냐”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만 스물여섯, 지금까지 해본 연애는(학창시절 풋사랑을 포함해) 고작 두 번이 전부다. 마지막 연애는 무려 6년 전이다. 이 남자 혹시 연애 못하는 병에라도 걸린 걸까.
“사실 굉장히 슬프고 마음 아픈 부분이죠(웃음). 영화 ‘노트북’처럼 서로에게 미친 사랑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될 수도 없고 아직 너무 어려요. 사실 제가 남들보다 유난히 사랑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는 편이예요. 있는 그대로가 좋고 보기만 해도 행복한 사람이 나중에는 ‘뭐 때문에 나랑 안 맞을까’ 생각하게 되죠. 이것저것 계산하는 게 싫었어요. 물론 연애하고 싶죠. 소속사 대표 형도 하라고 하고요. 근데 시간도 없고 그런 사람을 아직 못 만났어요.”
인터넷에 떠돌던 주원의 이상형은 키 165cm 이상에 오뚝한 코를 가진 여자다. 이상형을 보고 있으니 그가 아직 뜨거운 사랑에 빠지지 못한 이유도 눈이 높기 때문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본인은 잘못된 정보라며 웃었다. 의외로 여자 보는 눈이 낮다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단다.
“공개된 이상형은 배나온 여자죠(웃음). 물론 외적인 면도 중요한데 아무리 예뻐도 성격이 안 맞으면 미워 보여요. 못생겨도 성격 좋으면 정말 예쁘죠. 또 가장 중요한 건 이해심이에요. 여자친구로 연예인도 괜찮죠. (김)승우 형도 굉장히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서로의 직업을 이해하는 경우도 없으니까요. 대신 단점도 있겠죠. 전 여자 친구가 딴 남자랑 키스신 찍는 건 못 보겠어요. 사실 제가 질투가 좀 많아요.”
인터뷰 동안 양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는 주원의 귀여운 버릇을 포착했다.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할 때면 나오는 습관이었다. 그런 모습을 꽤 자주 볼 수 있었던 건 어떠한 질문에도 골똘히 생각하는 진중함 덕이다. 물론 생각 끝에 나오는 답은 100% 긍정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낙천적이다. “제가 생각이 좀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의 생각은 또래보다 훨씬 바르고 곧은 듯했다. 물론 때론 수습 불가능하게 엉뚱했지만.
“새해 소망은 '늘 지금처럼'. 더 이상은 바라지 않기에요. 그냥 작품 할 기회만 꾸준히 왔으면 좋겠어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했을 당시와 지금의 전 달라요. 그런 꿈이 있었어요.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면 엄청난 배우가 될 거다’ 말이죠. 그 꿈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어요. 남은 2013년은 충실하게 뮤지컬과 영화 홍보에 집중할 거고요. 뮤지컬 ‘고스트’ 극장 바로 밑에 롯데시네마가 있어요. 영화 시작 전에 무작정 들어가서 무대 인사하려고요. 우리는 8층이고 극장은 7층이니까 그래도 될 거 같지 않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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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