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벌써 10년차, 어린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 온 윤하가 겨울과 함께 찾아왔다. 계절감이 물씬 느껴지는 스페셜 미니 앨범 '서브소닉'에 한층 차분하면서도 편안한 사운드와 감성을 담았다.
윤하의 새 미니 앨범 '서브소닉'은 지난 5월 발표한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 이후 6개월여 만이다. 특별히 그는 이번 앨범이 지난해 긴 공백을 뚫고 공개했던 정규 4집 앨범 '슈퍼소닉'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소개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윤하는 밝게 웃으면서도 그간의 고민과 개인적인 감정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지난 정규 앨범인 '슈퍼소닉'의 연장선상에 놓인 앨범이에요. 음악적으로 크게 연계성은 없지만 비슷한 시기에 작업한 곡들이라 이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이전에 비해 톤이 좀 차분해졌죠. 락킹한 곡들보다는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을 실었어요. 자작곡인 '시간을 믿었어'와 '홈'이 앨범을 구성한 첫 번째 곡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약간 다운된 느낌이 있죠."
'서브소닉' 앨범의 실마리가 된 자작곡 '시간을 믿었어'와 '홈'에는 스물여섯의 한 여자, 윤하의 경험담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시간을 믿었어'에는 그가 실제로 이별을 경험하고 난 뒤 시간이 지나도 괜찮아지지 않는 감정들을 표현했고, '홈'에서는 고민하고 힘든 시기에 집에서조차 위로받을 수 없는 마음을 담았다.
"만난 만큼의 시간을 이별 하고 나서 보내고 나면, 괜찮아진다고 하잖아요. '시간이 약이다'는데 사실 공감을 못하겠더라고요. 또, '홈'은 제가 쓴 노래 같지 않고 정말 좋았어요. 마치 하늘에서 내려준 노래처럼요. 이번 앨범 곡들 중엔 '홈'이 가장 좋아요. 항상 계산하고 어거지로 노력해야 했고, 다시는 곡을 못 쓰겠다는 생각까지 했었어요. 그런데 '홈'은 어떻게 가사를 썼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저절로 됐어요. 다시 자신감이 생겼달까요."
윤하의 자작곡 설명을 듣다 보니, 그가 겪은 아픈 사랑과 이별이 궁금해졌다. '아픈 사랑을 하셨나보다'라는 말에 그는 웃으며 몸을 움츠렸다. 최근의 일은 아니라고 답하는 그에게 이제 괜찮아진 건지, 또 다른 사랑을 하고 있는지 묻자 "지금은 있어도 없는 걸로"라며 유쾌하게 답했다.
"사실 헤어진지는 좀 됐어요. 오히려 헤어진 직후엔 괜찮았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냥 시간을 보내는 느낌도 들고, 오히려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계속해서 제가 그때의 기억을 미화시키는 게 싫고, 만났던 시간도 싫고, 자괴감에 빠지는 거예요. 이게 시간이 지나도 좋아지질 않아서 그런 마음이 아무래도 자작곡에 자연스레 표현된 듯 해요."
앨범 색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윤하는 "요즘 개인적으로 좀 다운 돼있나?"라고 말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추워진 날씨 탓이냐고 물으니 영향이 없지 않다며 살짝 웃어 보였다. 20대 중반을 살고 있는 젊은이로서, 또 10년차를 맞은 음악인으로서 고민이 담겼다는 판단도 자연스레 들었다.
"러시아 같이 추운 지방에서는 느리고 차분한 곡을 더 좋아한대요. 겨울에 발라드나 다운 템포의 곡이 사랑 받는 이유겠죠. 이제 저도 스물일곱이 되는데 새로운 분기점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더 이상 어리고 음악 잘하는 가수로 기댈 수만은 없다', '진짜 내 음악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답을 계속해서 찾고 있어요. 쉽게 찾아지지는 않겠죠? 사실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동료들이나 선배들이 잘한다고 해도 끊임없이 하시는 고민을, 이젠 알 것 같아요."
윤하는 오는 26, 27일 여는 단독 콘서트 '스물여섯, 그리고'를 앞두고 10년차에 접어든 가수 생활을 천천히 곱씹었다. 무려 170곡에 달하는 노래를 발표했고,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DJ로 활동한 지도 벌써 2년이다. 그는 얼마 전 음악 방송에서 단독 대기실을 쓰게 됐다며 이제 노을, 코요태 선배들 바로 아래라고 당황스러워하기도 했다.
"10년이란 시간이 정말 길지만은 않았던 걸로 느껴져요. 확실히 달라진 건 어렸을 때 과보호를 받고 끊임없이 누군가 조언을 해줬다면, 이제는 스스로 더 많이 판단하고 결정하죠. 운이 좋게도 어린 솔로 가수가 많지 않은 때에 데뷔를 해서, 희열 오빠나 타블로 오빠 등 선배들이 많은 조언과 관심을 주셨고, 전 초이스가 많은 편이었어요. 모두 멘토같은 분들이죠. 그 덕에 10년을 걸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16세 소녀였던 윤하는 그간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면서 진지하면서도 성숙한 면모를 보여줬다. 이어 스물여섯이 된 지금, 그는 끊임없이 기대되는 음악을 하면서도, 문득 문득 위로와 웃음을 주는 뮤지션이 되기를 희망했다. 이런 그의 바람은 오랜 만의 컴백 무대에서 벨트가 풀어지고, 방송 사고로 1절이 날아가도 여유 있게 웃어넘길 수 있는 이유였다.
"살다가 힘들 때, 웃음이 필요할 때, 제가 도움이 되는 존재였으면 좋겠어요. 제 노래 '홈'을 듣고, 늦게 퇴근한 뒤 집에 가서 자고 있는 와이프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고 블로그에 긴 글을 남겨주신 걸 봤어요. 그런 게 정말 좋아요. 윤하를 생활 밀착형으로 좋아하지 않으셔도 문득 문득 들러서 쉴 수 있는, 위안을 주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벨트 사건도 굉장히 좋았어요. 물론 무대는 약간 아쉬웠지만 페이스북에 '좋아요' 5만8천개 뜨니까 저도 그냥 즐겁고, 의도와 달라도 보고 잠시라도 웃으신 분들이 많으시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피처링의 여신' 윤하의 선택 "베스트는 에픽하이, 또 한다면 유승우!" 윤하는 데뷔 초반부터 이번 타이틀곡 '없어'에 이르기까지 유희열은 물론, 에픽하이, 주석, 이루펀트 등 다양한 상대와 합작을 했다. 심지어 본인의 곡보다 피처링해 준 곡이 더 사랑받은 경우도 많았다. 그 중 가장 좋았던 파트너를 물으니 윤하는 잠시 고민했다. "아무래도 에픽하이의 '우산'을 부를 때가 가장 좋았어요. 그때 블로 오빠가 저를 많이 예뻐했었는데, 지금은 부인과 딸이 생겨서…(웃음) 특히 그 곡에 작곡가로서 가수에 관한 애착이 정말 많이 묻어났거든요. 피처링도 일이다 보니 섭외할 때 1안, 안되면 2안, 3안을 고려하는데, 블로오빠는 애초에 저만을 염두에 두고 쓴 곡이었죠. 부르면서 스스로도 '내가 이런 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 하고 처음 깨닫게 됐고, 이후로 그런 톤으로 노래를 부르게 된 계기로 작용했죠. 앞으로 함께 하고 싶은 상대요? 지금 생각나는 건 유승우 군. 그간 랩퍼들과 주로 호흡 맞췄었거든요. 승우랑은 '별밤'에 고정 출연해서 친해지기도 했는데, 목소리 톤이 정말 좋아요. 타고난 미성이죠. 언젠가 꼭 한번 듀엣하고 싶어요." |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위얼라이브]